난 하고 싶은 게 많다. 이것도 관심 있고 저것도 관심 있다. 서점을 가도 모든 책이 다 재미있어 보인다.
죽기 전에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정말 이것저것 많다. 아직 내가 안 해 본 것에 관심이 많고, 내가 안 해 봤는데 사람들이 다 해 봤다면, 나도 꼭 해 봐야 한다.
한 지인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내 책장 한켠에 꽂힌 서울 문화재 관련 책을 보고선
“아니 곰곰은 어떻게 이것도 관심이 있어요?”
한다.
난
“아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여기인데 너무 궁금하죠!”
라고 응수했지만 정작 그 책 내용은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하하하. 아 부끄러워라.
바로 이 부분이다. 마흔을 앞두고 내 인생을 돌아보니 뭔가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래알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그 수많은 경험들은 맛보기 경험들에 지나지 않았고, 어느 하나 이뤄놓은 것이 없었다. 지금의 내 직업에서 쓰이는 기술들은 그나마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열심히 그래도 했던 것들로 먹고살고 있고. 나는 평생 맛보기 경험만 찔끔찔끔하다가 죽을 건가.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뭐 하나 진득하게 해봤다는 게 없는 건 좀 아쉬운 포인트다.
이제는 죽을 때쯤 꾸준히 뭔가를 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남을 것 같다.
이런 나도 루틴을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