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차 한 모금으로 우려 나눈 자유

by 김지영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이 하나의 장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이 있어요.

오늘의 생각은 이 순간을 건져냈어요.


블루시티 조드뿌르에서 만나거나 호수의 도시 우다이뿌르에서 만났던 우리들은 시간차를 두고 은의 도시 푸쉬카르에서 다시 모였었죠. 신성하고 아름다운 연못같은 호수를 둘러싸고 작고 예쁜 마을이 생겨나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다시 합류했을 때 친구들은 새로운 호수를 탐험하러 간다며 들떠 있었어요.

누군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푸쉬카르 마을의 호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멋진 호수가 있다는 거에요.

무엇보다 멋진 건, 우리 말고 다른 여행자들은 그런 멋진 호수가 있다는 것 조차 모른다는 거죠. 참 단순한 이유로 신난 우리는 그 호수의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면서 다음날 그걸 보러가기로 약속했죠.


다음날 바이크를 하나 빌렸어요. 룸메이트였던 가비야가 운전하는 바이크에 올라 타고 등 뒤에 붙어앉아 큰 길로 나서니 사막같은 큰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고 그 길 위로 어제 같이 모의를 했던 친구들도 하나둘 나타났어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며 바이크 네 대가 신나게 달려나가는 동안 주변의 풍경은 사막에서 평원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어요.


약속이나 한듯 모두가 평원의 중앙 쪽으로 힘껏 방향을 틀었죠.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알았어요. 우리의 목적지가 여기라는 걸.

반짝이는 물결이 푸른 평원을 가르고 있었고 낮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서있었어요.

우리는 그 호수 앞에 앉아 조용히 차를 끓여서 나눠 마셨어요.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나지 않은 길을 달려

이름을 모르는 호수 앞에서

예정에 없던 순간을

따뜻한 차 한모금으로 우려내어 나누던 그 때,


그 반짝이는 풍경 앞에서 우리는 '자유'라는 단어를 함께 곱씹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다짐했었죠.


다음엔 꼭 내 손으로 바이크를 운전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그리하여 지도에 없는 길과 장소를 더 많이 발견하겠다고.

우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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