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감각

'다시' 사랑하는 일에 대해

by 김지영
#1. '다시' 사랑하는 일에 대해


바라나시를, 책을, 초콜렛을, 땀 흘리는 감각을, 팔 근육이 아릿한 느낌을,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걷는 것을, 촌스러워 듣지 않게 된 노래를, 너를, 너무도 다시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환적 사랑, 그건 새로운 사랑보다 더 힘든 것.

모든 기존의 관점을 지우고,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거쳐 힘들게 알게된 옛 사랑의 속성을 아프도록 까맣게 지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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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 번 읽은 책,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편이다.

좋았던 경우라면 더욱. 처음 느낀 감동이 바래질까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세 번 정도 다시 읽었다. 1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처음 읽었을 때는, 관계의 형식의 다양함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그때는 이 책에서 말하는 무거움과 가벼움이 관계의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촘촘하거나 느슨한 관계 사이에서 부유하던 토마시의 삶과 고민을 읽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테레자이기를 소망했다. 무거움을 중요함과 연결했던 것 같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무거움이 곧 중요함은 아니라는 것, 가벼움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했다. 그때의 연인에게 나는 한없이 무거웠고, 나는 그 무게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한없이 가벼워지기를 소망했다. 불안해 하는 그에게 나는, 내가 마음 놓고 가벼워질 수 있도록 중력을 주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진심을 다해 말했지만 나조차 이해하지 못한 모순을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세번째 읽었을 때는 영원회귀에 대해서 생각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왜, 전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일까. 한 번의 스침도 나에겐 이렇게 큰 의미로 남아있는데."한 번의 우연을 필연처럼 무겁게 붙잡고 싶었던 시절, 그 문장은 의문부호 투성이인 채로 내 안 어딘가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세번째로 다시 읽을 즈음, 처음 그 문장을 읽었을 때 풀리지 않던 의문부호들이 스르륵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삶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나는 늘 막연히 낙관했다. 반복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덜 피투성이일 다섯번째 평행 행성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후회도 미련도 수없이 반복했다.


영원회귀의 세계에서는 인생 전체도 단 한 번 뿐인 찰나의 순간. 삶이 한 번 뿐이라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허무주의는 오히려 삶에, 순간에 충실하도록 하는 역설이다. 지금 고통의 순간을 감내하게 하는 주문이다. 같은 어긋남을 영원히 반복할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미련도 깊은 후회도 무의미해지는 영원회귀의 세계에서 나는 어떤 무게도 없이 부유한다. 언젠가 완벽한 행성에 닿으리라는 기대없이,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나로서 다시, 몇 번이라도 다시 살아보리란 결심에 대한 확신으로.



#3. 두번째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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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다시 갔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 히피들이 모여서 연주도 하고 요가도 한다.


이 짧은 정보에 꽂혀서 발리 일정도 끊고 달려갔던 고아. 이곳에서의 2주는 느리고도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는 느린데 일주일은 빠른 묘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비슷한 하루를 매일 즐겁게 반복했다.


아침에는 요가를 하고 느긋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저녁 즈음에는 바닷가에서 일몰을 보고 친구들을 만나 라이브 음악을 들으러 가서는 끝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하루.


다양한 국적과 문화배경, 여행경험을 가진 친구들의 얘기 속으로 유쾌하게 빨려 들어갔던 밤들.



그런데,


이런 날들이 마냥 지속되기만 한다고 행복할까?


이런 생각이 들 때쯤, 다음 도시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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