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는 일에 대해
#1. '다시' 사랑하는 일에 대해
#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 번 읽은 책,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편이다.
좋았던 경우라면 더욱. 처음 느낀 감동이 바래질까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세 번 정도 다시 읽었다. 1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처음 읽었을 때는, 관계의 형식의 다양함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그때는 이 책에서 말하는 무거움과 가벼움이 관계의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촘촘하거나 느슨한 관계 사이에서 부유하던 토마시의 삶과 고민을 읽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테레자이기를 소망했다. 무거움을 중요함과 연결했던 것 같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무거움이 곧 중요함은 아니라는 것, 가벼움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했다. 그때의 연인에게 나는 한없이 무거웠고, 나는 그 무게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한없이 가벼워지기를 소망했다. 불안해 하는 그에게 나는, 내가 마음 놓고 가벼워질 수 있도록 중력을 주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진심을 다해 말했지만 나조차 이해하지 못한 모순을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세번째 읽었을 때는 영원회귀에 대해서 생각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왜, 전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일까. 한 번의 스침도 나에겐 이렇게 큰 의미로 남아있는데."한 번의 우연을 필연처럼 무겁게 붙잡고 싶었던 시절, 그 문장은 의문부호 투성이인 채로 내 안 어딘가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세번째로 다시 읽을 즈음, 처음 그 문장을 읽었을 때 풀리지 않던 의문부호들이 스르륵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삶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나는 늘 막연히 낙관했다. 반복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덜 피투성이일 다섯번째 평행 행성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후회도 미련도 수없이 반복했다.
영원회귀의 세계에서는 인생 전체도 단 한 번 뿐인 찰나의 순간. 삶이 한 번 뿐이라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허무주의는 오히려 삶에, 순간에 충실하도록 하는 역설이다. 지금 고통의 순간을 감내하게 하는 주문이다. 똑같은 어긋남을 영원히 반복할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 어떤 미련도 깊은 후회도 무의미해지는 영원회귀의 세계에서 나는 어떤 무게도 없이 부유한다. 언젠가 완벽한 행성에 닿으리라는 기대없이,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나로서 다시, 몇 번이라도 다시 살아보리란 결심에 대한 확신으로.
#3. 두번째 인도
인도에 다시 갔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 히피들이 모여서 연주도 하고 요가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