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메모] 창의성을 지휘하라, 에드 캣멀
이 책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모든 역사와 경영철학을 다룹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배우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레퍼런스라 할 수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 작품은 최소 2-3년, 길게 5년까지 걸리는 복잡한 일입니다. 작품 하나에 300명 이상 투입되는데, 이들이 내뿜는 창의성을 ‘지휘’해야 할 만큼 많은 의사결정과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책 후반부에 데이터를 소재로 한 구절이 적혀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집단에게 데이터가 갖는 의미를 엿볼 수 있어 발췌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비교하면, 데이터 활용의 격차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은 곳일수록 데이터에 매몰되기 쉽다는 점을 상기해 보는 차원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어서 공유합니다.
책에서 두 페이지 분량이니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본문 299~300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언할 기법은, 데이터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픽사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측정할 수 없거나 분석할 수 없으리라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도 수량화해 측정할 수 있는 활동과 성과물이 많다.
우리는 이런 활동과 성과물을 계속 기록해 어떤 일을 얼마나 자주 재작업하는지, 어떤 일의 작업 시간을 어느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 걸렸는지, 다른 부서로 보낸 일감이 제대로 마무리됐는지 등을 파악한다.
나는 데이터를 좋아한다. 데이터는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에는 가치평가가 없다. 입증할 수 있는 사실만 존재한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데이터에 입각해 토론할 때 감정에 덜 휘둘린다.
프로듀서 린지 콜린스는 데이터를 든든한 지원군이라 표현했다. “제가 이 일을 맡았을 때, 과거 데이터들을 보고 패턴을 볼 수 있다는 데 얼마나 위안을 얻었는지 몰라요. 데이터를 활용한 덕에 뜬구름처럼 모호하게 느껴지던 일들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데이터의 위력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위력은 제작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분석하는 데서 나온다. 예를 들어, 모형과 세트 제작 시간, 촬영 시간에 관한 데이터가 있다고 치자. 이런 데이터는 모형과 세트를 만들고 촬영할 때 걸리는 시간을 어렴풋이 알려줄 뿐이지만, 잠재적 패턴을 발견하는 재료, 건설적 토론의 소재로 쓰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기란 어려운 일로, 데이터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데이터에만 신경쓰다 보면 현실과 맞지 않는 가짜 패턴에 현혹되기 쉽다.
나는 데이터를 숨은 요소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탐지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만으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구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도구는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데이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영자도 있고, 데이터에만 입각해 경영하려는 경영자도 있다. 양 극단의 경영자는 현실을 오판하기 쉽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경영학 격언이 있는데, 이는 냉정히 따져보면 말이 안 되는 격언이다. 미지의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모르는 사람이 한 말임에 틀림없다. 경영자가 관리하는 부분은 대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영자는 뜻하지 않은 재앙을 부른다. 데이터만 있으면 현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은 무시하다간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측정하고, 측정한 것은 평가하고, 내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을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최소한 가끔은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