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너무 싫어서 피하고 싶을 때

by 요술램프 예미

어쩌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울 속 나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순간의 나는 지금껏 내가 경험한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분명 거기 서 있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다.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우리는 유령 같은 감각 속에서 길을 잃는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고 다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려 할 때 복잡하고 난해한 질문들로 변한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마주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남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듯 보이는데 왜 나만 나를 아끼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걸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제 자신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자기를 잘 알 수 있어요?”


한 내담자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자기를 잘 알 수 있느냐는 물음은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다만, 나를 알아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자기애의 불가능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모르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부분의 모습을 말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 모습과 저 모습의 간극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이를 만났을 때 단 몇 초 안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그 사람을 제대로 몰라도 그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지만,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은 제대로 알아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른다. 사랑할 수 없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나마 나을 때도 있다. 어떨 땐 내가 나의 가장 큰 적인 것 마냥 자신을 비하하거나 비난하고, 나무라고, 해치기도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요술램프 예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작가 조우관. "상처의 흔적들을 유배시키기 위해, 무용이 유용이 될 때까지 쓰고 또 씁니다!"

2,25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고통없이도 나아질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