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울 속 나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순간의 나는 지금껏 내가 경험한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분명 거기 서 있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다.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우리는 유령 같은 감각 속에서 길을 잃는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고 다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려 할 때 복잡하고 난해한 질문들로 변한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마주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남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듯 보이는데 왜 나만 나를 아끼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걸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제 자신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자기를 잘 알 수 있어요?”
한 내담자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자기를 잘 알 수 있느냐는 물음은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다만, 나를 알아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자기애의 불가능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모르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부분의 모습을 말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 모습과 저 모습의 간극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이를 만났을 때 단 몇 초 안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그 사람을 제대로 몰라도 그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지만,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은 제대로 알아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른다. 사랑할 수 없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나마 나을 때도 있다. 어떨 땐 내가 나의 가장 큰 적인 것 마냥 자신을 비하하거나 비난하고, 나무라고, 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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