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고 스트레스 받는 마음을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나는 남들보다 머리가 나빠서 더 열심히 해야 해"라는 말을 불쑥 뱉었다. 그 말을 들은 짝궁이 "네가 머리가 나쁘면 누가 머리가 좋을 수 있다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친구의 그 말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데 당시에는 친구가 나를 모르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 말을 들은 즉시 나는 또 한번 "네가 잘 몰라서 그래. 나는 정말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가 나빠서 두 배로 열심히 해야 해"라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건 그 하나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찬찬히 떠올려보면, 나는 꽤나 똘똘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똑똑하고 재능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낙천적이었고, 밝고 명랑했으며 자신감도 있었다. 재잘재잘 말도 잘 했고, 꿈도 거창했다. 6학년 때는 소설도 지었고, 소설을 희곡으로 바꾸어 연출을 한 적도 있다. 의지도 강해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해결이 될 때까지 풀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런 나를 잊어갔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모습과 부족하다고 생각된 모습에만 빠져들었다. 4학년 때 겪었던 집단 따돌림이 큰 원인이었다. 친구들이 어떤 나의 모습이 싫을까를 생각하다보니, 그 근거와 증거가 될 만한 모습들을 수집하게 되었고, 급기야 나를 괴롭힌 친구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나를 비난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면서 모든 것들이 우울하고 눈물이 났다. 온 세상은 부정적이고 슬펐으며, 나 자신은 물론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싫었다. 그건 대학 때부터 시작한 고시공부에 실패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지하철 탈 힘도 없이 우울해서 제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결국 시험을 보러 가는 걸 포기한 날은 그냥 세상이 멈추고 삶의 의미도 바닥을 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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