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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May 15. 2020

청첩장을 돌리는 예비 신부의 마음

세계적 코로나 감염병 위기에 처한 나의 결혼식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돌리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만남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만남이 남았다.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는 이 시국에 결혼식 초대란 정말이지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청첩장은 내 결혼식에 와주세요, 함께 축하해주세요, 하는 일이다. 좋은 일이 나는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결혼 준비 과정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일이다.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지나가는 말에도 자주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완벽한 ‘을’이 되어버린 듯 행동하고 있다. 초대해도 미안하고 안 초대해도 미안하다는 데 이번에는 그냥 확실하게 초대하는 것이 미안해지는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내 결혼식에 와줘, 라는 부담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아홉수에 결혼하지 말라더니 올해 스물아홉, 아홉수를 제대로 맞이하고 있다. 올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모두 아홉은 아닐 텐데, 괜스레 아홉수 탓을 해본다.


버킷리스트였던 아프리카 신혼여행은 약 150만 원 이상의 환불 수수료만 남기고 취소되어 버렸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가장 신경 많이 쓰고 돈도 많이 쓰고,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했던 일이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적게 물고 돈을 돌려받기 위한 일만 남았을 뿐.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여행사 직원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 모두가 정말 많이 힘든 시기일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4월 결혼한 친한 친구는 친인척 가족 포함 하객이 100명 이상 오지 못했다고 했는 데, 너는 6월이니 다행이라며 말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태원에서 시작된 확진자 루트는 며칠 만에 우리 집 앞(경기)과 내 직장(서울 송파구) 근처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과의 전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을 내 하나뿐인 결혼식을 걸고 해야 하다니. 결혼 전 우울증이 남 말인 듯했지만, 정말로 너무나 우울해지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의 영향뿐만은 아니겠지만.


청첩장을 전달하며 관계는 점점 뾰족하고 날카로워지는 듯하다. 날짜를 맞추며 오가는 대화에 서운해지지만 서운하다 말하는 일도 어렵다. 힘든 시기에 초대하는 입장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들고 바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1년 함께 일한 전 직장 동료는 ‘코로나를 뚫고 꼭 갈게요!’라고 말해주고 알고 지낸 지 이제 곧 10주년이 되는 친한 대학 동기는 멀다, 바쁘다 다양한 이유로 여러 번 칭얼댄다. 청첩장을 주려 겨우 잡은 날짜에도 ‘우선’ 그날로 하자며 서운한 말을 남긴다.


그래, 나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만 왔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아주 조금의 부담과 불편함이 있다면, 차라리 ‘시간 되면 갈게’라고 청첩장을 거부해 주는 일이 마음 편하다. 그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만나서 서운하고 상처 받는 일이 더 힘들었기 때문에.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사회적 거리를 두며 2m 멀어진 육체적 거리는 아무래도 내 결혼식 청첩장으로 인해 마음에서도 아주 멀어져 버린 듯하다. 나뿐 아니라 너의 마음에서도.


내 결혼식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가늘고 길게 이어졌을 관계들이다. 청첩장을 전달하며 서서히 내 마음에서 ‘툭’ 소리를 내며 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에 작은 생채기들이 늘어가고 나는 그냥 깊은 동굴로 들어가고 싶어 졌다. 상처를 남긴 이 관계들은 분명 가늘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관계들이 틀림없었다.


내가 많이 예민해진 걸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어차피 올 사람들만 오는 거니 마음 편하게 가지고 그냥 돌리라고 말한다. 너의 결혼식이니까 네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솔직히 말하면, 그게 안되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역시, 내가 많이 뾰족해진 게 맞나 싶다.


그런가 싶다가도,

이런 나의 뾰족함 속에서도 나에게 감동을 주는 관계들이 훨씬 많았다.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라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말에 울컥했다. 5년 이상 연락 안 한 고등학교 친구는 청첩장을 달라며 먼저 연락이 왔다.

결혼식은 제2의 인생 시작 전, 잔가지를 쳐내고 더 오래 꽃이며 열매를 맺힐 굵은 가지를 가려내는 일인가. 날이 따듯할 때 잔가지가 많이 난다. 추운 겨울에는 역시 살아남지 못하니 잘라버리자. 겨울이 지나면 남은 가지들에서 꽃이 필 것이다.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면서도,

역시 단호하지 못한 나는 좋은 날, 안 좋게 관계를 정리하고 싶지 않다. 결혼식은 기분 좋게 끝내자고 마음먹는다. 앞으로 남은 사람들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돌린다. 오는 것은 받은 사람들의 자유이고 나는 최선을 다해 내 결혼식이 나쁘게 기억되지 않도록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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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려요:)

코로나 19로 인하여 심신이 지쳤을 이 세상 모든 예비신부, 신랑, 그리고 피해를 많이 보셨을 결혼식 관련 업종의 종사자 분들, 그리고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실 의료진 분들 모두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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