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뛸 수 없는 ‘나를 찾는’ 작업
이런저런 시도 끝에 ‘뭐든 해보자’라는 생각은 ‘나를 찾자’로 바뀌어 갔다. 어찌 보면 숙명적인 작업인 ‘나를 찾기’가 이 나이에 다시 시작될 줄은 몰랐지만, 지난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도 그러했듯이 나란 인간은 그 작업 없이는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될 천성이었다. 재미없는 일을 할 수가 없는, 더구나 그 일을 길고 꾸준히 하기는 더욱 힘든 그런 인간. 100세 인생이라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직업을 의미 있는 성취를 얻으려면 ‘나를 찾는’ 작업은 언제나 처음처럼 성실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 어떤 상황이 되었든.
첫 번째 직업으로 직업 혹은 직군의 성취감과 만족도를 깊이 알게 된 나로서는 코시국에 정처 없이 헤매며 찾았던 두 번째 직업이 그런 신중한 작업 없이 그저 돈벌이 혹은 자괴감 탈피용 일거리였음을 곧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2년 가까운 시간을 ‘시도’에만 쓰게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뭔가를 찾고, 배웠으리라 확신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나를 찾기’는 건너뛸 수 없는 과정이자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나
나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한가
간략하지만 답하기 힘든 질문들을 나열해 본다. 아마 쉽게 답하지 못하고 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학 4년과 유학 학비를 벌기 위한(?) 직장생활, 그리고 뒤늦은 유학 등등을 거쳐 겨우 찾게 된 나의 첫 직업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직업도 신중한 좌충우돌을 거쳐야만 비로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 물론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처음과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졌다.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생활도 라이프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지만, 또다시 아이의 등하원을 위해 시간에 쫓기거나 저녁에 돌발적으로 생기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따라서 9시 출근 6시 퇴근을 기본으로 하는 일반적인 직장생활은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중교통 타고 출퇴근하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했던 경험, 주어진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내 일을 찾아서 하고 기획하고 제안하는 편이 더 적성에 맞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의 카테고리와 특성,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일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싶다.
지금은 그 과정 가운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즐겁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보고 배움이 필요한 부분은 교육기관을 찾고 공부한다. 내가 한동안 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배우고만 있어도 그 모습이 내 아이에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길 바란다. 무슨 이유에서든 하던 일과 작별했다면, 언제든 다시 배울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나도 알고 내 아이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부지런히 배우고 영감 받고 시도하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나를 찾는 길은 그렇게 지난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