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친구 조세린의 국악사랑

​2022.6.3. 금요일. 새벽 Tea톡 199.

by 김은형

집에 돌아오는 라디오에서 가야금 연주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미뤄두었던 숙제처럼

지난 일요일 전주에서 열렸던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한바탕 이수자 발표회>의 감동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한바탕 이수자 발표회>를 말하기 전에 나는 아주 품격 있는 한 사람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이제 친구 된 지 1년쯤 된 조세린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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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 알래스카가 고향인 미국인으로 하버드대 동양철학과를 나와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성금연 선생님의 가야금 산조 맥을 잇고 있는 지성자 선생님의 수제자로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의 명맥을 당당히 이어가고 있다. 내가 그를 존경해마지 않는 것은 따뜻하고 품격 있으면서 위트 넘치는 성격만이 아니라 가야금의 스승이신 지성자 선생님에 대한 태도와 국악에 대한 놀라운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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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자 선생님이 다리를 다쳤다며 회복되실 때까지 손수 밥을 차려드리며 선생님 댁에서 간병하던 모습도 참 아름다웠고, 국악이 아이들 음악교과서에서 삭제된다는 것에 흥분하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로 우리 음악을 진정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어찌 존경스럽지 않겠는가?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한바탕 이수자 발표회> 후 뒤풀이 식사자리에서 조세린 교수가 나눈 이야기는 정말 심금을 울린 이야기이기도 했고, 나도 우리 음악을 지키는 일에 함께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내 고향은 알래스카인데, 우리 음악을 지키려고 해도 지킬 음악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전해줄 알래스카만의 음악이 사라졌다고요. 외부의 침략 과정에서 모두 그냥 사라져 버린 거죠. 그런데 한국은 이미 그 음악적 역사가 깊고 계보가 어마어마한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음악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겠다는 교육정책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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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한 모든 사람이 그녀의 말에 뭉클해져서 감동의 박수를 쳤다.

음악은 조세린 교수의 지론처럼 역사이며, 우리의 근본, 터전, 사람의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채록된 중요한 유산이다. 아리랑이 나오면 당장에 한국을 떠올리고, 축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국가가 해당 국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처럼 말과 음악은 마치 랩처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그 나라 민족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국악을 음악교과서에서 뺀다는 방향은 수정되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우리 음악을 지키고 그 특이성을 담보할 교육의 방향을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교수가 우리 국악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으니, ‘감이수통 천하지고’는 이제 시간의 문제다. 이미 그녀가 땅을 흔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바로 공연과 전시 기획자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다. 궁합이 맞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뜻이 맞고 서로 보완적인 포지션으로 하나의 일을 해나가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조세린 교수의 품격이란 바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는 깊은 배려와 사랑의 자비로운 마음 씀이다. 그런 삶의 태도가 없었다면 아마도 이토록 한국음악을 사랑하고, 외국인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매주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이수를 위해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가야금에 대한 태도에서 무주상보시 보살행의 거룩함을 본다. 그리고 늘 가야금 앞에 앉은 그녀를 보면 숙연해진다.


꽃을 유독 좋아하고 귀히 여기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 세린을 위해 나는 가끔 꽃을 선물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이국 땅의 푸른 눈을 가진 한국 여자 조세린의 한국 음악 사랑에 대한 보답은 바로 꽃과 정성 어린 음식 그 이상의 것은 없으리라.


참 귀한 친구의 참 귀한 연주회였다.

고고하고 따뜻한 엄마 같은 지성자 선생님을 직접 뵌 것도 무척 영광이었다. 세린이 스승님을 모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품격 있는 스승과 품격 있는 제자! 교육이란 이렇듯 인간의 품격이 목표이자 발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좋은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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