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5.일요일. 새벽Tea톡180.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려고 핸드폰을 열었는데, 꺼지지 않은 유튜브 영상이 먼저 떠올랐다.
누군가는 토마토 계란 요리하는 간단한 동영상 하나로 3백만 회를 찍고,
누군가는 주말에 흰 운동화 사는 모습으로 5천만 구독자를 넘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온전히 집중시키는데, 나는 매일 새벽 새로운 이야기 거리와 콘텐츠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영상 녹음과 편집까지 힘겹게 해도 조회 수가 20회 넘기기도 어려운 현실이 참 한심했다.
올해 유튜브 10만 조회 가겠다고 공언을 하면서 나는 대중들의 니즈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비참해졌다.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잘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보아도
차라리 이런 시간에 운동이라도 한다면 몸이라도 가벼울텐데 하는 생각까지 자기학대가 점입가경이었다. 그렇게 새벽 3시 30분에 문득 찾아온 비굴함에 멍 때리고 책상에 앉아있는데 책꽂이에서 작은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 체게바라 20세기 최후의 게릴라> 였다.
망설임 없이 109페이지를 펼쳤다. 바리엔토스의 총살형 명령을 받고 술에 취한 하사관 마리오 테란이 쏜 기관총에 맞아 눈을 뜨고 죽은 체게바라 사후 모습이 마치 십자가에서 거룩한 죽음을 맞이했던 예수의 모습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내게 속삭였다.
”김은형! 나 같은 사람도 있어. 온전히 일생을 거친 혁명의 시간을 보내며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그 어떤 어려움과 고통도 견뎌낸, 그러나 결국 시작도 못하고 총살당한 나도 있어. 혁명적 삶이란 그런 거야.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삶의 경이로움과 혁명이란 결국 자신의 강인한 신념 속에서 이루어지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서 빛나기 보다는 그 목표를 향해 가다 생을 마친다 해도 일념을 다했다면 그냥 빛나는 거야. 황망하게 과정 중에 혼자 죽는다 해도 그렇게 마치는 자신의 마지막 삶까지를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하며 마지막까지 자기 삶의 증인이 되는 것.... 그것이 혁명가야! 혁명이란 결국 자기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야.“
체게바라의 부릅뜬 마지막 사진은 늘 나에겐 큰 자극과 회개의 시간을 안겨준다.
체게바라가 투신한 혁명적 삶의 거친 일대기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호사스럽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부끄러웠다. 불과 이틀 전에 ‘유튜브의 타자의 과거 삶 속에 갇히지 말자’고 각성했다며 말해놓고 오늘 새벽 또다시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말았다.
나 자신의 삶에 깨어있어야 하고, 내 안의 어린 내면 아이를 성장시켜야한다. 그것이 일 순위라면 잠에서 깨자마자 나 자신에게 더 집중했어야했다. 체게바라처럼 눈 똑바로 뜨고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하자. 10만 구독자를 얻겠다는 것은 결국 그것으로 쉽게 돈을 벌겠다는 간악한 속셈 아닌가? 간단한 계란요리와 운동화 쇼핑만으로 쉽게 돈을 벌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삶이 부러운가? 그것으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가? 내 안의 나를 고요한 평화로 이끌 수 있는가? 대통령 취임식을 보고 이번 주 내내 흰색이 소름끼쳤던 이유가 무엇인가? 백색으로 포장된 김거늬의 검은 욕망의 천박함 때문 아니었나?
두 세 시간 공을 들이고 조횟 수가 20이 나오는 콘텐츠일지라도, 새벽Tea톡의 기획 방향이 내 삶의 방향임이 분명할진대, 그냥 가는 거다.
체게바라의 혁명을 향한 단순함으로 내가 내 삶에 경이로움을 체감하며 내가 나를 존중하고 존경하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눈 뜨고 걷는 거다. 스낵처럼 가벼운 대중들의 니즈에 맞춘 삶이 아닌 좀 더 묵직한 나만의 한 걸음으로 내 삶의 오늘을 다시 또 그냥 묵묵히 걸어가는 거다. 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