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지도 못한 공짜 밥을 얻어먹었으니

​새벽 Tea톡 196.

by 김은형


세 번째 책인 가제 <생각 중독의 메타버스> 출판 협의차 고창 ‘책마을해리’에 다녀왔다.

이번 책은 꼭 책마을해리에서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터라 이대건 대표님과 출판 기획 회의도 재미있었지만, 해리의 가까운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섬 이야기를 듣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KakaoTalk_20220531_115328577_03.jpg


일단 바캉스 북 콘셉트로 출판을 하자는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7월 발간으로 협의가 마무리되니, 갑자기 일정이 바빠져서 ‘책마을해리’ 북스테이에서 하룻밤 유숙하고 돌아온다는 계획을 접고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출발하고 보니 자동차 기름이 바닥이었다.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해리면에서 주유를 하다 보니 저녁에 싱싱한 해산물에 술 한잔 할 생각으로 하루 종일 굶다시피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장기가 발동했다.


”여기 가까운 곳에 좀 신선한 해물탕 같은 식사를 혼자서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나요? “

내차에 주유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 여기는 별로 없고요, 대전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가면 심원면이 있는데, 그곳에 수궁이라는 식당 바지락 요리가 맛있어요. “


듣고 보니 고창은 갯벌과 장어 요리로 유명한 곳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유를 마치자마자 바로 심원면 수궁 식당으로 향했다. 주차를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손님인 듯한 어떤 남자가 혼자 앉아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방 쪽을 기웃거리자 음식을 만들고 있는 여자분이 보였다.


”여기 혼자서 밥 먹을 수 있나요? “


내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기만 하시는 여자분을 대신해서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했다.


”식사 가능해요. 손님에게 식사해드리세요. “


어? 저 남자가 사장인가? 하는 의문을 안고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서


”뭘 먹어야 하나요? 여기 바지락 요리가 유명하다고 주유소 직원이 알려줬는데.. “


내 말에 다시 남자가 말했다.


” 동죽 비빔밥 맛있어요. 드셔 보세요 “

” 네, 뭐든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사시나 봐요? “

” 네, 여기 심원면 면장입니다. “

” 아! 그러시구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대전 사는데 해리 책마을에 출판 협의 때문에 왔다가 가는 중에 배가 고파 들렀어요. “

” 그래요? 저도 글을 씁니다. 해리 책마을 이대건 대표가 제 후배이고요. “

”와 ~~ 정말 재미있네요. 어떻게 이렇게 만났죠? 하하하. 그런데 존함이 라 00시네요? 내 대학 동기도 이름이 라강채가 있는데? “

” 네? 강채 내 동생인데?“

” 네? 강채가 동생이라고요? 진짜예요? 강채 고향이 전주가 아니란 것은 기억나는데, 고창인 줄은 몰랐네요. 완전 재미있다. 강채에게 전화해봐야겠어요. “


하지만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내가 카톡으로 너네 사촌 형을 만났다고 쓰고 사진까지 올리자 오히려 나보고 누구시냐고 물었다. 일단 내가 고창에서 자신의 사촌 형을 만난 것이 믿기지 않아서 어리둥절했나 보다. 하긴 이토록 놀라운 우연을 당면하고 있는 나도 믿기지 않는데 서울에 있는 강채는 오죽하겠나? 하하하.


동생 친구라며 내 밥값을 계산하시고 가시는 강채 사촌형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문득 우리가 서로를 안다고 말하거나 친구라고 말하는 것의 한계에 대한 통찰이 들어왔다. 강채와 내가 진짜 친구인가?


KakaoTalk_20220531_115328577_02.jpg


나는 36년 동안 강채가 고창 사람인 것을 모르고 친구라고 말해왔고, 강채는 대학 동기 친구인 내 전화번호도 저장하지 않고 대학 친구 카톡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가 친구 거나 친하다고 말하거나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매우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실함이 없는 걸까? 진실함이 없는 걸까?


생각해보니 대학 때도 강채는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나 또한 동기들과 별로 어울리지를 않았으니.... 대학 동기라 친구라는 말자체가 사실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관계에 비하면 말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는 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덕분에 너무 재미있는 삶의 사건이 구성되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고창은 동학의 본고장 아닌가? 혁명은 항상 남다른 사색과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그런 사색과 사유는 지적 삶의 태도가 기본이다.


강채도 글을 쓰고, 사촌형님도 글을 쓰신다 하고, 책마을 해리 이 대표님도 글을 쓰고 출판사업에 지역 교육운동까지 열일을 하시니 고창이라는 땅이 역사적으로 지적 토대가 굳건한 곳임은 분명한 듯하다. 넓은 들과 바다가 접해있어 고대로부터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이 영위된 땅이기에 더욱 경험 명제가 많이 축적되어 학문과 배움의 토양이 마치 고인돌의 묵직함처럼 단단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밤길을 달려 대전 집으로 달린다.


내 마음 또한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집필하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달린다.

왠지 처음부터 느낌이 좋다.

상상지도 못한 공짜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 아니 좋을 소냐?

KakaoTalk_20220531_115328577_03.jpg


이전 22화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