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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Nov 01. 2023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2023. 11.1. 수요일. 

카페로 몰아치는 낙엽 바람을 막기 위해 카페쪽 폴딩 도어를 닫으러 갔다가 무심히 던져져있는 버지아울프 『자기만의 방』과 마주쳤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발견한 순간,

나는 내가 지금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레아북카페의 지정학적인 접근성을 말하자면 대전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계룡산 수통골 계곡아래 동네인데다 오투그랑데 미학아파트 앞 상가밀집 구역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해 길 속에 작은 섬이 된 빌라 건물 1층이니 비밀의 화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뿐인가? 건물의 구조가 주차장이 길가에 위치하고 점포는 안으로 쑥 들어와 있어서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나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여 들리거나 화장실이 급하신 동네분들이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을 다녀나가는 정도의 빈도로 동네 사람들이 들어온다. 


며칠 전 들리신 동네분은 이곳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클럽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회비를 묻기도 했다. 지인들이 오픈 축하 인사차 방문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단 한 명의 손님도 없는 날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주중의 한가운데인 수요일과 목요일은 특히 손님이 뜸하다. 동네분들은 커피값이 비싸고 드립커피만 하면서 테이크아웃도 되지 않기에 손님이 없는 것이라며 드립커피 5000원을 점심 한정 3000원으로 내리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아 나를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버지니아울프의 문장에서 나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그런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오늘 새벽 단테의 신곡 천국편을 읽으며 비행기를 탔을 때 세상이 얼마나 작아 보이는가? 그래서 나는 극심한 고난이 찾아와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할 때는 무조건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는 이야기를 했다.  

    

“ 나는 지금까지 지나온 일곱 개의 하늘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우리의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작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작게 보이면서 나란 존재의 미미함에 눈뜨게 됨은 물론 저 넓은 지구 위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이야말로 기적임을 깨달아 남 탓하던 마음을 다시 돌이켜 소중함을 알게 되며 회복되곤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육과휴식 레아북카페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된 지금이야말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8월 22일부터 시작된 카페 창업의 모든 피로가 몰려드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평균 14시간쯤 카페에서 일하며 누적된 피로가 몸과 마음을 자꾸자꾸 바닥으로 잡아당긴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포기와 절망의 문제는 아니다. 


단지 체력의 문제일까? 성급함과 결핍의 조급함일까? 


오늘처럼 손님이 없는 날이야말로 육체노동에 밀려 차분히 정리할 수없었던 일들과 기획일들을 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습관적이고 기계적인 일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빛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서두르고 있는 황당함이라니... 미련함이라니..


 

손님이 없으니 이 곳 카페는 나만의 방이 됨은 물론 나만의 세계가 되어 더 큰 스케일에서의 생산적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내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가 되어 서두르게 된다.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오류를 반복하게 되는 나는 귀여운 여자인가? 프리티 워먼인가? 


마감 시간!


드디어 14시간의 대장정을 마칠 시간이다. 

오늘, 유독 많이 피곤한 하루였다. 



심지어 온수기가 고장나 물난리까지 나서 더 피곤하고 지친 하루! 순간온수기 고장으로 주방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오히려 오늘이 주중 중간인 날이라 손님이 없었으니 다행이고 아파트상가 가운데 콕 박혀있어 손님들 눈에 띄지 않아 찾는 손님이 없어 다행인 날이었구나. 결국 오늘도 감사한 날이었구나.... ^^ 삶은 정말 살아 낼수록 매력적이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재미있을 것 같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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