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7일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성장한다는 것.

by 김은형

부산에서 올라오는 딸아이 마중을 위해 대전역에 갔다.

명절 맞아?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

어쩌면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자가용을 선택했거나

귀경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많거나...

그래도 지나치는 사람들 손에 들린 작은 선물들이

거미줄만큼이나 연약한 끈으로 명절 분위기를 간신히 이어준다.

아이가 도착하고,

아이 손에도 선물이 두 개 들려있다.

양가 할머니들 드리려고 부산에서부터 선물을 준비해왔단다.

문득 아이의 성장에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나는 딸아이가 저토록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나누는 모습이 참 자랑스럽다.

사랑과 자비는 영혼의 에너지다.


어쩌면 딸아이는 미숙한 나를 성숙시키기 위해 특파된 천사 인지도 모른다.

세상 어떤 가르침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 천륜, 가풍, 취향, 핏줄, 삶의 품격 등등....

하지만 요즘은 딸아이가 더 마치 자신이 엄마인 양 나를 챙긴다. 하하하하.


집에 오는 길에 스마트시티 골프존에 딸아이와 치킨을 먹으러 갔다.

어린 길고양이가 왠지 슬프고 주눅 든 눈으로 우리 주변을 맴맴 돈다.

닭 가슴살을 조금 떼어주니 내 의자 아래 웅크리고 앉는다.

왠지 엄마를 기다리며 화첩에 그림을 그리던 어린 날의 딸아이 모습이 크로스 된다.


“엄마! 학교 안 가면 안 돼?


출근하는 내게 애절한 눈빛으로 뻔한 대답을 알면서도 물어오는 아이의 말이 간곡한 진심이었음을

나는 아이가 다 성장한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


어린 길고양이도 마치 지난날의 딸아이처럼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 안 가면 안 돼요? 닭고기 좀 더 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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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 생명들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눈빛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고 간곡하게 표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세상에 오는 것일 것이다. 자녀를 낳으며 미숙한 어린아이였던 부모들은 점점 더 어른으로 성장하고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할 즈음 비로소 독립적이거나 자존감 있는 강인한 사람이 되어간다. 강한 것이 아름답다면 아마도 그런 것일 것이다.


사랑으로 견디어낸 힘! 사랑으로 견디어가는 힘!

어린 생명들의 연약함이 그토록 파워풀한 것 또한 그들이 사랑으로 왔기 때문이고 그 자체가 사랑이기 때문은 아닐까? 내 딸아이도 오직 사랑으로 나를 견디게 했고, 사랑으로 견디어나가는 힘을 준다. 어린 길고양이의 눈빛은 내게 딸아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에 대해 다시 눈을 뜨게 만든다. 갑자기 울컥해진 내 마음을 읽었는지 딸아이가 내게 말한다.


" 엄마! 엄마랑 함께 한가하게 야외에서 치맥 하니까 너무 좋아요. 어려서 엄마 퇴근하고 롯데리아에서 감자튀김 먹으며 참 행복했는데... "

" 그래? 저 아기 고양이가 꼭 그때 너처럼 귀엽다. ^^ 고마워^^ 엄마 딸로 와서 엄마를 성장시켜줘서... "

" 잘 키워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늘 고양이처럼 나하고 놀아달라고 피곤한 엄마를 조르기만 했는데..."


아이는 알까? 그 덕분에 내가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아기 고양이처럼 간절하고 솔직한 눈빛으로 늘 내게 사랑을 말해와서 엄마인 내가 모든 세파를 이겨내고 견뎌내고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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