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17일

2020년 10월 11일 일요일. 고요하고 우아한

by 김은형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갑사의 가을은 아직 설익어 푸르다. 하지만 가을이 내려앉아 산과 숲의 향이 깊다.

몇 달 만의 휴식일까? 오랜만에 머리를 내려놓고 쉰다.


어젠 오후 1시에 <코로나 스쿨 혁명> 초고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보내고 1시 40분쯤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 책 추남 북살롱 북 코칭이 3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밤을 지새운 덕에 기차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달려갔어도 30분 지각!

크리슈나므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사유를 나누고 다시 또 기차에서 쓰러져 자고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비올라 독주를 들으며 또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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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아노 반주자와 비올리스트가 서로 나누는 교감은 참 아름다웠다. 내게 있어 음악 공연의 최고의 즐거움은 연주자들이 음악 속에서 서로 교감하는 하는 것을 보는 순간인 것 같다.


그들은 음악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음률 안에서 같이 파동 하며 같은 파도를 넘실넘실 넘어 다닌다. 그 파동과 에너지는 공연장을 아름다운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연주자들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은 관객까지 어울려 잘 호흡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연주회가 끝나고 뒤풀이 파티가 있어 스마트시티 치킨 집으로 몰려갔다. 마침 지금은 ‘진호 TV’를 운영하고 있는 <미스터 쇼> 시즌1 뮤지컬 배우 두 명이 동석하여 콘텐츠 제작 이야기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잠이 확 깼다.

역시 사람은 뭔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 피곤과 배고픔도 잊고 신명 나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을 살아내야 지금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일단 초고를 탈고하고 나니 족쇄가 풀린 듯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롭다.


우리 집으로 온다던 주영 샘을 만나 함께 갑사를 산책했다. 9개월 만에 만나니 애인과의 사랑이야기로 가득하다. 가을 계룡산의 여전히 푸른 숲 내음과 그녀의 사랑이야기가 많이 닮았다.

돌아오는 길에 신원사에 계신 스님께 인사차 들러 귀한 보이차를 한잔 마셨다.


처음 뵙는 우아한 태도의 노스님이 우연히 차방에 오셔서 말씀을 들었는데, 어찌나 학식이 깊고 말씀이 고요하게 유창하 신지 어깨에 힘들어간 나는 저절로 부끄러워졌다.



차방에서 만난 초등학생의 친구를 못 만나고 갇혀 있는 코로나 시대 우울 이야기도 듣고, 노스님의 역사와 우아한 사람을 키우는 교육에 대한 말씀을 듣다 보니, 어제 마친 <코로나 스쿨 혁명> 초고의 수정 방향이 머릿속에서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푹 자고 다시 새벽,

나는 다시 고요하고 우아한 자세로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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