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3일 화요일. 다이너소어처럼 성큼성큼
석굴암을 오르는 길은 그지없이 청명했다.
생각지도 않게 스님이 예불을 드리는 시간이라 석굴암 본존불 안에서 108배를 했다.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경외감이 일었다.
하지만 기도에 온전한 몰입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석굴암 본존을 모신 공간에 대한 ‘통제’ 때문이다.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인지라 머무는 시간을 통제를 당할지 모른다는 피해망상적 무의식이 작동되자 명상을 하려 눈을 감고 있으나 눈치 없어 끌려나올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망상까지 들었다.
나는 늘 다이너소어처럼 과감하게 성큼성큼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겨자씨만큼 작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돌탑을 쌓아놓았기에 나도 조그만 돌을 하나 주워들었다.
꼭대기에 올리고 싶지만, 다른 사람의 기도가 든 돌이 굴러 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아래에 올려놓았다가 문득 ‘겨자씨로 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일이 생각나서 다시 맨 꼭대기 위에 올렸다.
그러자 염려했던 것처럼 타인이 쌓은 두 개의 작은 돌이 또르르 굴러 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 부처님 말씀이
'남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말라' 하셨는데.....
누군가 정성스럽게 기도를 담아 올려놓은 돌 위에 내 욕심에 찬 기도를 올려놓았으니 그 무게가 가벼울리 만무했다.
다시 주워 올려 제자리에 올려 놓았으나 본래 제자리로 돌아가진 못했다.
그리고 내가 올린 돌을 내려놓지도 못했다.
이기심이 아니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면 내 돌의 자리 또한 영원한 것은 아니다.
내가 올려놓은 돌 또한 누군가에 의해 내려지거나 비바람 덕분에 무너지기도 하리라.
그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은 진리다!
그냥 자리가 바뀐 것뿐이고 그들의 기도는 이미 성취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가벼워진다.
결국 또 겨자씨만큼 작아진 후에야 가벼워진 나 ...
좀 깜찍하고 대범한 다이너소어처럼 가볍게 살순 없니? 김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