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나의 시온에게. 누군가의 시온에게. 당신에 시온에게.

by 늦작가
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했던 적이 있다.

혹시 나만 그랬나? 유독 샘이 많았던 기질 탓이었는지, 혹은 지독했던 사춘기의 열병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아직 글자라는 세상을 모르는 어린 딸, 시온에게 보내는 긴 대답이다. 훗날 네가 아빠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이 너의 오해에 대한 가장 단단한 확신이 되길 바란다.


혼자서는 잠들지 못해 목놓아 울던 너를 간신히 재운 영하의 겨울밤, 투박한 손으로 이 기록을 시작한다. 아빠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설펐음을 너에게 미리 고백한다. 나의 미숙함이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마저, 너는 부디 모르고 자라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시온을 향한 러브레터이자, 청춘을 녹여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아내에게 바치는 찬사다. 동시에 시온이라는 기적에 아낌없는 지분을 투자해 주신 주주 여러분께 올리는 ‘성장 운용보고서’이며, ‘아빠’라는 낯선 이름으로 여행을 떠난 한 남자의 항해일지이기도 하다.


매일 밤 스마트폰 쇼츠(Shorts)가 만들어내는 도파민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2026년의 평범한 아빠인 내가, 하필 ‘책’이라는 고집스러운 형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 찰나에 휘발되는 영상보다, 네가 힘들 때 손으로 한 장씩 넘기며 느낄 종이의 질감이 너를 더 따스하게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 장씩 넘어가는 이 페이지들이 훗날 지친 너의 등을 쓸어주는 아빠의 손길처럼 느껴지기를 소망한다.


시온의 성장을 기록하려다 보니 너의 탄생을 말해야 했고, 그 끝엔 결국 우리 부부의 인연에 닿았다. 1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여정은 나를 향한 채찍질이기도 하다. 보통은 마침표를 찍고 프롤로그를 쓰지만, 나는 이 글을 먼저 세상에 내놓는다. 2026년 4월 15일, 너의 첫 번째 생일에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서다.


‘비로소 평온해지다’라는 뜻의 시온(始穩).

너로 인해 우리 가족이 비로소 완전해졌음을 믿는다. 훗날 네가 “아빠가 뭘 알아!”라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여름이나 가을을 지나더라도, 나는 이 봄날의 기록을 보며 웃음 지을 것이다. 육아 선배들이 말하는 ‘가장 좋을 때’인 이 눈부신 봄을, 향긋한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ps.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님께.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시온’이었음을, 그리고 당신의 곁에 있을 또 다른 ‘시온’에게 이 책이 다정한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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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