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번째 생일에 아빠가 남긴 선물
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했던 적이 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을 적으며 시작했던 이 고백은, 책을 마무리하는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정정된다. 부모님의 사랑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너무 거대해서 다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었음을 깨닫는다. 시온아, 너를 키우며 보낸 지난 1년은 아빠가 평생 가져온 그 해묵은 오해에 대한 가장 명징한 해답지였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혼자 잠들지 못해 울던 너를 달래며 첫 글자를 떼었던 그 밤을 기억한다. 어설픈 초보 아빠의 투박한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었지만 뱉어놓으면 빚어지겠지 생각했다. 어느덧 한 권의 책이 되어 너의 첫 번째 생일 선물로 놓였다. 2026년 4월 15일. 약속했던 그날, 마침내 이 ‘성장 운용보고서’의 마침표를 찍는다. 너의 성장을 기록한 보고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글 속에는 너만의 성장이 담긴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너만큼 무럭무럭 자란듯하다.
시온아, 훗날 네가 자라 세상의 거친 파도 앞에 서게 될 때, 혹은 네 마음이 너를 속여 스스로를 보잘것없다 여길 때 이 책을 펼쳐 보렴. 네 손끝에 닿는 이 종이의 질감과 아빠의 투박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문장들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남아 너를 지켜줄 거란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는 "너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아빠의 단단한 확신이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의 자존감의 뿌리다.
엄마 아빠도 제법 설레이는 시작이 있었고, 운명에 짝이라 믿으며 결혼했고, 간절하게 너를 기다렸고, 신화 속 영웅처럼 우여곡절 끝에 너를 만났다. 너를 안고 잠못 들던 밤에도, 잠든 너를 새벽까지 바라보던 날에도 엄마아빠는 빈틈없이 행복으로 가득했다.
시온아 엄마아빠는 너에게 특별한 돌잔치를 해주고 싶었어. 북적이고 소란스러운 돌잔치 대신에 시온이 너가 매일 숨 쉬고 자라는 우리 집 거실에서 작은 사진전을 차렸거든. 초대장도 만들어서 예약도 받는 유난을 떨었단다. 너의 1년을 전시하면서 엄마아빠가 누렸던 그 행복을 온전하게 전하고 싶었어. 태명이 키위였던 시온이가 1년동안 이렇게 잘 살았다고, 주황색을 좋아하고, 머리에 모자 쓰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 발도 커서 키가 클 것 같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었어. 벌써 8개의 아름다운 유치를 가지고 있는 시온이가 엄마, 아빠, 맘마, 까꿍을 말하고 노래가 나오면 신나게 춤추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어. 너의 호기심 많은 맑은 눈동자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드리고 싶었어.
시온아 너는 특별한 돌잡이를 했어. 판사봉이랑 청진기를 잡는 대신에 이웃의 손을 잡았거든. 돌잔치를 할 돈을 아껴서 너의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했어. 큰 돈을 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는 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정기후원을 약속했어. 너 나이의 아이들이 잘 교육받고 잘 먹을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누려고해. 돌잡이로 이웃의 손을 잡았다는 말, 너무 근사하지 않니? 이런 근사한 생각을 한 사람은 엄마야. 시온이도 엄마 닮아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이웃이 될 거야. 엄마가 널 그렇게 키울거거든.
2026년 눈부신 봄에 시온이의 한살을 축하하며, 이제 노트북을 덮고 꼼지락꼼지락 자고 있는 너의 곁으로 가서 잠을 청해보려해. 아빠 냄새를 맡으면 잠결에도 다가오는 너를 포근히 안아줘야지.
오늘 행복했지? 아빠도 행복했어. 우리 내일도 행복하자.
잘자 시온아. 사랑해 시온아.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