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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Apr 10. 2019

드론영상의 미적 구성

드론 촬영의 이해 2

드론의 영상미 


드론을 처음 사용해 보면 의외로 드론을 제대로 운전하는 것보다, 드론을 날릴 장소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드론을 실제로 촬영해 보면 비행 자체는 곧 익숙하게 되지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부분을 구성해야 할지 막상 좀 막막해질 때가 있다. 드론이 커버하는 드넓은 공간을 별생각 없이 촬영한다는 것이 예사로운 일만은 아니다. 그저 드론 기체의 성능을 테스트한다면 모를까 영상의 한 요소로서 드론 촬영을 시도한다면, 드론 영상이 극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약간의 설계를 지니는 것이 좋다. 그곳이 드론을 날려야 하는 지점 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중적인 의미로, 드론을 날려야 하는 실제적인 장소를 찾는 것도 어렵고 드론 영상을 제대로 구성하는 것도 어렵다. 단지 풍경의 아름다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의미의 영상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드론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아래의 요소를 한 번쯤 의식해 보자. 그렇다면 드론을 비행할 수 있는 적당한 출발 지점을 찾아낼 것이다.  





1 공간적 맵핑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2015, 감독 드니 뵐뇌브)> 의 여러 장면에서 사실상 스토리와 직접적 개연성이 없는 상태로 독립된 드론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기존 영상에서 버드 아이뷰라는 마스터 샷은 한두 장면 등장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진 상태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유독 드론 샷이 적극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로저 디킨스가 촬영 감독을 맡았던 이 영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장면들이 몽타주로 인물들의 시선과 감정선을 따라가지 않고, 독립된 이미지와 조형성이 굉장히 자주 반복 강조되고 있다.  



나는 이 영화가 또 하나의 주제인 '공간'이라는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의 시선과 다소 유리된 개별적 독립 이미지들은 시간적으로 펼쳐지는 공간의 위치를 마치 내비게이션이 GPS로 위치를 맵핑하듯이 사건을 장소적으로 쫓아가고 있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가 드론을 통해 장소성을 부여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 영화는 지역 공간에 관한 객관적 대상화와 조형성을 동시에 구축함으로써 오히려 등장인물들에게 놓인 한계와 극적인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내고 있다. 


드론 촬영이 주는 공간적 맵핑은 이렇게 미적인 접근으로도, 장소에 관한 일종의 정보로도 제시될 수 있다. 3D 처리된 CG와 드론의 조형감이 여러 영화에서 자주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주는 새로운 영화문법은 확실히 하나의 영상적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어떠한 특정적 공간과 장소가 영상의 주요한 테마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론이 이러한 영상 연출에서 굉장히 주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게임과 VR 이 기존 영화에 적극적으로 결합되는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공간에 대한 맵핑은 앞으로도 주요한 미적, 영상적 테마로 부각될 것이다. 전통적 영화 안에서 뿐만 아니라 기타 영상의 정보적인 측면에서도 쓰임세가 많을 수밖에 없다. 드론과 VR, AR 등의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한다면, 공간에 관한 묘사는 더욱 정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러한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드론이 주는 색다른 공간에 관한 묘사는 이미 영상에서는 흔한 방식이 되고 있다. 어떠한 공간에 관한 맵핑은 미적, 정보적으로 특정 사건에 관해 일종의 고유한 가이드라인을 줌으로써 단순한 스토리를 뛰어넘는 훌륭한 장소성을 연출해 낼 수도 있다.    




2 추상성의 부각 


우리는 드론이 찍은 이곳저곳의 이색적인 풍경들을 보고 자주 열광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드론이 촬영한 광활한 풍경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새로운 앵글이 주는 색다른 느낌들에 관한 반응이다. 익숙하고도 천편일률적인 환경들이 드론을 통해 완전히 새롭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임마뉴엘 루베스키가 촬영을 맡았던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 (2011, 감독 테렌스 맬릭)> 에는 곳곳에 드론으로 촬영된 많은 풍경들이 등장한다. 이런 영상에서 주고자 하는 주요한 포인트는 바로 '추상성의 부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굉장히 사실적인 풍경을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주제와 결부되어 관객들에게는 추상적 속성을 지닌 환경에 관한 느낌들이 강렬하게 각인된다. 드론은 익숙한 것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실지로 영상 이미지가 지닌 추상적 속성을 드론 촬영에서는 더욱 부각할 수 있는 것이다. 영상 이미지가 추상성과 더불어 운동감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흥분을 주는 요소가 된다. 


디지털로 재현된 대부분의 영상 이미지들은 (프레임이라는 속성의 한계를 지니면서) 사실상 추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상징적 표정, 상징적 동작, 상징적 사건들로서 우리에게 읽히는 그림들은 (관습적으로) '그렇게 존재했다.'고 느껴질 뿐이다. 반면 드론의 추상성은 더욱 극적으로 이미지의 속성들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 드론의 추상성은 더욱 독립된 이미지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미적 쾌감을 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영상 속에서 독립된 드론 영상을 극의 연출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게 제시함으로써 생기 있는 움직임을 각인시키며 관객들과 훌륭하게 소통해 내고 있다. 


이러한 드론 영상의 성격을 잘 활용하여 영상적 환기를 제대로 잘 부여하기 위한 구성을 만들고 제작에 접근해 보자. 추상성은 그 자체로 미적 소통의 강렬한 구성적 요소이다. 이것이 영상의 맥락 안에서 효과적으로 쓰인다면, 영상의 전개에 커다란 혁신성뿐만 아니라, 낯선 시점에서 오는 미적 카타르시스마저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트래킹 샷의 연출 


카메라의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장비나 여건이 까다로운 경우에 드론은 훌륭한 보조장비가 된다. 특히 트래킹 샷은 관습적으로 영상에는 필수 불가결하게 씌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영상이 단순한 홈비디오와 프로급의 연출력을 지닌 작품인지를 구분 짓게 하는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훌륭한 트래킹 샷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이지만, 여건상 모든 샷에 움직임을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드론은 이러한 제한된 조건에서 인물들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미디엄샷, 풀샷으로 인물들의 움직임을 드론으로 따라잡는다면, 상당히 안정적인 트래킹 샷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바닥이 고르지 못한 산이나 모래밭, 얕은 강 위에서 더욱 안정적인 샷들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의 화각이 대부분 (25mm 내외의) 광각이지만 크롭을 통해서 구도는 보정해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핸드앤헬드의 흔들리는 사실적인 시점 샷을 선호하는 연출자도 많긴 하다.) 



또 한 가지는 말 그대로 액티브한 움직임에서의 트래킹이다. 인물이나 자동차, 사이클을 타는 선수들의 모습을 쫓는 드론의 활용을 말한다. 드론의 속도와 적당한 높이는 이러한 움직이는 피사체를 트래킹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근래의 드론에서는 트래킹 기능이 대부분 탑재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4 적당한 고도를 통한 디테일 표현 


드론에서 적당한 고도를 유지해서 의외의 디테일한 표현들을 해 낼 수 있다. 일반적인 카메라 워크로는 확보할 수 없는 거리와 앵글을 통해서이다. 물론 높은 고도에서 버드 아이뷰를 구현하는 것만 해도 앞서 이야기 한대로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좀 더 근접한 거리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밀도 있는 디테일과 질감, 앵글 등이다. 일종의 재난 상황에서의 취재, 혹은 접근이 어려운 각도에서의 질감 등의 표현을 말하는 것이다. 


페르노 헤어조크 감독의 <마그마의 세계 (2016)> 에서도 접근이 어려운 디테일한 부분을 드론을 활용하여 접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터치의 이런 영상에서도 감독 특유의 부유하는 시점을 통해 자연 풍광들을 세밀하게 인상적으로 잘 그려낸다. 드론은 접근이 어려운 시점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근접하여 우리에게 지형학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드론을 무작정 높이 뛰우기보다는 세밀한 관찰의 현미경으로 영상을 구성한다면 훌륭한 질감을 지닌 표현물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의외의 색감과 질감을 확보할 수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다큐로서의 정보나 또는 의외의 질감과 공간감을 통해 특별히 긴장을 주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 50m 정도의 고도에서는 관객들은 추상적인 그림보다 실지로 비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또한 훨씬 세밀하게 대상을 관찰하는 심리적 집중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산시의 의뢰로 필자가 촬영한 부산 지질학 공원 홍보 영상 - 지질학적 풍경, 도시  






드론 촬영이 일반화되면서 천편일률적인 비행 영상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탁월한 영상 제작자들은 이야기의 맥락 안에서 정보, 장소성, 조형성을 숙고하여 드론 영상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보영상이나 액티비티 스포츠에서도 다이내믹한 샷들이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요소들을 단순히 멋진 영상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절제력 있게 활용한다면 제작하는 영상에 새로운 활력을 보태줄 것이다. 그 반대로 값비싼 장비를 기술적으로 과시하려는 영상은 오히려 영상의 흐름을 반감시키는 취미활동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드론 영상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간단한 드론 영상을 통해 시도해 보면서 앞으로 발전하게 될 기술 확장과 함께 영상을 다루어 보는 과정은 어쩌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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