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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Jul 23. 2021

중년의 행복은 내려놓기.

서핑을 꽤 오랫동안 했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뭔가 서핑에 대한 열정이 작아졌달까?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면서 큼지막한 파도를 타겠다고 바다로 뛰어가던 그런 모습은 이제 더 이상은 없다.

파도가 크면 크다는 핑계로, 날씨가 추우면 춥다는 핑계로 요리저리 서핑을 멀리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숏 보드를 탔고, 계속해서 숏 보드를 타면서 뭔가 내가 더 성장하기를 바랐지만, 성장은 커녕 되려 뒷걸음질 치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사장님 힘들게 뭐하러 그런 거 타요, 롱보드 타세요”


난 그런 충언이 다 거슬리고, 니가 뭔데 내 자존심을 건드리느냐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왠지 내가 좋아하는 서핑을 하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다, 재작년 주문했던 보드들 중에서 결함이 있는 보드가 2장 정도 들어왔는데, 이건 뭐 팔기도 애매하고 수리를 하기에도 애매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내가 타거나 렌털용으로 써야겠다 생각하고 종종 내가 들고나가 롱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 몇 번 라인업에 나가는 동안, 이렇게 무겁고 힘든 보드를 도대체 왜 타는 것인가 하고 생각도 꽤 많이 했던 거 같은데, 아마도 솔직히 얘기하면 처음 1년 정도는 롱보드에 적응하느라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고 싫은 상태였던 거 같다.


그냥 다 귀찮았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고프로를 달고 나가 꽤나 재밌게 탔었던 날, 영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봤다.

마침 집사람도 나와서 내가 타는 모습을 찍어 줬었고, 나는 내가 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많이 어설프지만 그래도 적어도 웃고는 있구나 싶더라.


언제였을까 이렇게 서핑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던 게.


그날 이후로는 뭔가 내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생긴 느낌이다. 그때 이후로 쭉 미드 랭스와 롱보드로, 클래식한 스타일의 서핑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나랑 잘 맞는 느낌.

그렇게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니, 다시 서핑이 재밌어지고, 다시 서핑에의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와 있는 이유도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서핑에 관련된 일들이었는데, 서핑이 재미없게 느껴졌었다니,

도대체 난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고, 내 자존심만 세우고 있느라 진짜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거지.

어떨 땐 과감하게 손절하고, 새로운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이제야 깨달은 거지.


이제 롱보드로 종목을 갈아탄 지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지금의 난 그 어느 때 보다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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