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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룬 Oct 23. 2020

권태 아닌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처음 이 영화를 다 보고 '혼란스러움'이라는 감정만 남아 바로 다시 돌려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주인공 '마고'(미셸 윌리엄스)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한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됐다.

 

우유와 PEE

여기는 비행기 안

기내의 하고 많은 음료 중 굳이 '우유'를 주문하는 마고. 

처음 볼 때 왠지 모르게 불편한 장면이었고, '이질적이어서'가 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마고의 아이덴티티 중 중요한 부분인 '유아성'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웃을 일이 아니에요 언니...

두 번째 장면.

단체 수영 레슨에서 수영장 안에 실례를 하곤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마고. 마치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그 금지된 일을 행한 후 좋아하는 아이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규범, 규칙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 그러니까 어쩌면 룰을 깨고 감정 가는 대로 '확 질러버리는' 사람이라는 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아닐까.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미성숙하다'는 표현을 쓴다. 남에게 피해 입히지 않는다면 무방하겠지만, 자신의 감정만이 소중해 그 감정이 남을 아프게 찌를 때 그 사람은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람이 된다.


'살면서 당하는 일 중에 어떤 건 절대 안 잊혀져'(남편 루의 대사 중). 마고의 미성숙함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들려? 나는 지금 권태로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외면하는 남편 루(세스 로건).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마고의 선택이 달랐을까? 남편이 저 주제에 대해 조금만 더 호응해주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끔 하지만, 여주인공은 단순히 자신의 권태로운 삶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내비친 것일 수도 있겠다.


지진이 났대 지진이...

보는 사람마저 세상 지루해지는 이 장면. 


물론 약간의 말다툼 직후였지만, 마치 서로가 아닌 다른 집중할 대상이 절실히 필요했던 사람들 같이... 시선은 티비에 고정, 대화해야 하는 입 속엔 음식을 꾸역꾸역 넣으며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슬프다. 가족이라는 것이, 일상을 함께한다는 일이 그렇긴 하지만, 이미 외간 남자로 인해 일상의 권태로움을 느껴버린 마고에게 이 순간은 매우 길고 크게 느껴졌을 것 같다. 


눈을 못 마주치고 물어보는 그 질문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 부부. 마고는 평소와 다르게 예쁜 메이크업을 했다. 그리곤 질문한다. 


How's everything? 


이 일상적인 질문이 왜 이리 어색하지?


너는 요즘 어때? 나는 요즘 변화가 필요해. 너에게 매일 보여주는 생얼이 아니라 오늘 다른 모습으로 꾸민 것처럼. 혹은 우리는 요즘 어때? 우리 사이에 어떤 변화가 올 지도 모르는데. 너는 알고 있는 거야? 


여자는 분명 일상적인 마음가짐이 아니었기에 저런 질문이 나온 것일 테다.

아니 아저씨는 몰라요...



권태가 아닌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뼈 때리는 말을 한다.

I'm an alcoholic, nothing happened. This is my natural state. 
I think you are the bigger idiot than I am.


'나 같은 알코홀릭에겐 이렇게 경찰차에 끌려가고 가끔씩 정신을 놓는 일이 일상이야. 마고 너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살면서도 그걸 걷어찼어. 너는 나보다 더 한 idiot이야.'


Life has a gap in it. It just does. You don't go crazy trying to fill it like some lunatic.


'모든 삶에는 다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야. 미친 사람처럼 그 구멍을 다 메우고 채우고 없애며 살 순 없어.'


일상이 주는 힘은 크다. 매일매일 싫어하는 회사에 가는 일, 부부가 삼시 세 끼를 해 먹고살기 위해 매주 한 번씩 함께 장을 보는 일 등,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순간들은 그렇기에 흘려보내지고 권태로워진다. 그런데 권태와 일상 사이의 그러한 일들이 끝나고 난 후 돌이켜보면, 그렇게 루틴하게 해왔던 것들이 각인되어 주는 힘은 무엇보다도 크다. 



결론

1. 매일 먹는 맛있는 치킨 요리의 소중함을 알자

2. 서로를 영원히 다 모른다는 것을 인지하자. 서로의 욕구와 요구에 반응해주자

3. 쌓여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자. 누군가에겐 부러운 일상임을 알자

4. 내가 만들어낸 환상에 속지 말자

5.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면 몰라도) 어른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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