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만,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대만은 예기치 못한 비가 흩뿌리기에, 우산이나 우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그리 많은 비가 내리진 않았다.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을 찾기 전까지는.


나는 (이상하게도), 비 내리는 날의 미술관을 좋아한다. 왠지 모를 운치가 있다고나 할까. 비 내리는 날은 야외보다 실내 활동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는데. 빗소리와의 어우러짐이 전시 감상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정체돼있던 감각을 깨워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밖이 비로 얼룩질 때면, 그 공명이 실내로 이어져서인지 비가 지닌 운치가 작품들의 영혼을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비와 함께여서 더 아름다웠던 공간 예술

내가 찾았던 9월 초에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전시는 '정정회 개인전'이었는데, 특유의 캐릭터와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답다, 는 느낌보다는 친환경(본능)적이며 귀엽다, 는 느낌이 더 와닿았던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빛과 스크린을 활용한 체험형 작품도 전시 중이었는데.

이 작품과 대면할 때는, 마치 내가 바다나 폭포 앞, 동굴 속에 들어가있는 듯한 착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날 내렸던 비 때문인지, 그 느낌은 더 강하게 와닿았다.



Add your string to the Art


감상할 수 있었던 작품들은, 작가와 장르, 소재는 모두 달랐지만 메시지로 나누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인 것과 키치 혹은 그로테스크한 작품들로 말이다. 친환경적인 작품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았다. 빛, 나무, 바람 등을 테마로 한 작품들. 가만히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에 젖어들 수 있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한편,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나를 감동시키기도 했는데, 작품명 'Crimson Magnolia'



친환경적인 것 외에는, 다소 키치하고 그로테스크한. 그야말로 실험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타국에서 미술관을 찾는다는 것. 이색적인 경험이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와 그 외 여행국의 언어들로 적혀있는 작품명, 작품 해설 덕분에 작품 그 자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오직 나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타국에서 미술관을 찾는 매력 포인트다.


미술관 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끊어본 적도 있는 나로서는, 이번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 방문도 좋았다. 비까지 내린 (개인적으로는)최상의 컨디션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마터면 발을 디디지 못할 뻔했던 곳. 그래서였을까. 미술관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작가 개인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한다는 것. 그 활동은, 비슷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겐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감동과 영감을 선사하는 작품들은 그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대만 여행 시, 예술혼을 느끼고 싶다면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을 찾길 권한다. 저렴한 입장료로 영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다.

이전 03화 대만, 예류 지질공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