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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 리뷰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나카지마 쿄코의 소설 <긴 이별>을 각색한 영화다. 쇼페이(야마자키 츠토부)가 치매에 걸린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7년을 통해 가족과 일본 사회의 역사를 담아냈다.


제목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의 이별(치매=긴 이별)을 뜻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쇼페이는 세상과 자연스럽게 멀어져가고 아내(마츠바라 치에코)와 두 딸 후미(아오이 유우), 마리(다케우치 유코)는 쇼페이를 간호하며 천천히 이별을 준비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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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은 꽤 긴 시간이다. 따라서 영화는 쇼페이의 병이 진행되는 과정과 동시에 가족의 역사도 담아낸다. 구성원은 제 나름대로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데, 흥미로운 것은 가족들이 쇼페이에게 고충을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예상 외로 그들이 고백한 상황은 쇼페이에 의해 치유 및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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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페이는 "갈 데가 있다"는 말을 거듭하며 집을 나선다. 그곳이 밝혀지는 순간 움츠려 있던 감동이 고개를 내민다.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기억은 잃어도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따라서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도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계를 다져나가는 이유는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사람은 떠나도 추억은 남는다. 또한 추억은 떠난 사람을 추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떠난 자는 남은 자들의 추억 속에서 영혼의 생을 이어간다.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한 고찰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공감대 형성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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