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피어있는 마당 한쪽에서
흰 백구가 당신을 쳐다보는 중입니다
짓거나 왔다 갔다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이쪽 장대와 저쪽 장대를 가로지르는
주홍색 빨랫줄에 걸린, 하얀 옥양목 홑이불 위로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져 햇살의 은총을 다 받고 있다네요
간간이 바람이 불어와
갓 마르기 시작한 옥양목 천을 산들산들 건드리니
눈앞에서 한들거리는 섬유의 유희가 볼만합니다
빨래해 널은 천 사이를 스치며 지나자 물풀 같은 냄새가 풍겨
마음이 흡족해지는 정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