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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Jun 05. 2024

빨래하는 날



채송화 피어있는 마당 한쪽에서

흰 백구가 당신을 쳐다보는 중입니다

짓거나 왔다 갔다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이쪽 장대와 저쪽 장대를 가로지르는 

주홍색 빨랫줄에 걸린, 하얀 옥양목 홑이불 위로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져 햇살의 은총을 다 받고 있다네요


간간이 바람이 불어와

갓 마르기 시작한 옥양목 천을 산들산들 건드리니

눈앞에서 한들거리는 섬유의 유희가 볼만합니다

빨래해 널은 천 사이를 스치며 지나자 물풀 같은 냄새가 풍겨

마음이 흡족해지는 정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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