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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Jan 07. 2023

한번 떠난 폼은 돌아오기 힘들다

수영을 다시 하면서 느낀점

드디어 완료했다. 자유형 연속 50바퀴. 


25m 레인이니 2.5km를 쉬지 않고 수영한 것이다. 


시간을 재어 보니 정확히 1시간 걸렸다. 대략 1분10초에 한바퀴 돌은 셈이다. 이정도면 고수는 아니더라도 어디가서 수영 중수 소리는 들을 실력이겠지.


하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뿌듯함보다는 '이게 이렇게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이게 처음 기록은 아니었다. 


지난 2019년 포르투갈에서 소형 비행기를 조종하던 시절 거의 매일매일 물개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당시엔 밥먹듯이 세운 기록이었다. 


뭐 비행없고 심심하면 아침먹고 수영 점심먹고 수영 이랬으니...몸에서 수영장 락스냄새가 무슨 개인 향수 냄새처럼 계속 배어 있던 내 리즈시절. 


우리 모두는 리즈시절이 있었다


나는 살이 진짜 먹는것 족족 다 살로 가는 저주 받은 체질이다. 


시간이 흘러 2022년의 마지막 쯤 한 2주전에 좀 살을 빼자 진짜 결심을 했다. 그동안 살이 많이 쪘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애써 모른척했다. 


살빼는거 너무 힘들잖아. 반면 먹고 노는건 너무 즐겁고...난 먹는게 느무느무 좋다고 슬피 우는 짐승이다.


그러다가 연말모임을 맞이해 친한 친구 가조쿠네와 동반모임을 하고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아 이건 진짜 안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던게, 


왕년의 연신내 펠프스는 어디로 가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거대한 올챙이 한마리가 즐거운 가족들 사이에 서 있더라. 


푸근함을 넘어 자괴감으로



하여튼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한 수영이었고, 2주만에 폼이 전성기때의 그것으로 어느정도는 돌아온것인데....


하지만 과정은 정말 지난했다. 


처음에는 20바퀴도 힘들어서 토할 것 같았으나 어떻게든 영끌하면서 하루하루 2~4바퀴씩 늘려갔더니 30바퀴 40바퀴 그러다가 어떻게 어떻게 이제는 50바퀴까지 왔다. 


오기가 생겨서 '아니 예전엔 됐었잖아' 하면서 계속 헛구역질 하면서 하니깐 어쨌든 폼이 돌아오긴 했다.


처음에 존못 얼굴을 하고 쌕쌕거리며 비틀비틀 수영장 밖을 나서는 내 모습을 보고 라이프가드가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도 힘들긴 한데 그래도 처음보단 매우 나아진것 같다.



한번 떠나간 폼은 돌아오기 힘들다


이제 목표는 안정적으로 1시간 내 50바퀴를 계속 유지하면서 50바퀴 50분컷에 도전해보는 것. 그리고 저녁 헬스도 좀 더 꾸준히 하면서 깔짝깔짝해보는 것. 


아직까진 '수영으로 살 뺐어요' 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뭐 언젠가는 빠지겠지.


수영의 가장 큰 단점은 하고 나면 식욕이 대폭발한다는것이다. 수영을 마치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죽을 것 같이 뭔가 먹고 싶어 죽을 것 같다. 


한번 떠난 폼은 돌아오기 힘들다.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내 수영실력의 회복 탄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일테고...


평소때 무언가를 이뤘다고 방심하면 안되는 이유이겠다. 



TIP: 수영 빡세게 하시려면 1~2시간전쯤에 뭘 든든히 챙기고 하세요. 안그러면 정말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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