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안. 설경구가 울고 있다. 박하사탕? 영화.
동훈은 영화를 보고 있지만 폭풍처럼 나부끼는 생각.
지안이 자신을 모두 도청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을텐데.
이지안, 이지안, 전화줘!
다 들었어. 너, 내 얘기 다 듣고 있는거 알아
괜찮아 전화줘.
동훈의 음성이 떨리고 있다.
기범은 형사에게 잡혀갔어요.
동훈은 자신의 생각,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감청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을 모두 알고 있는 지안, 대체 이 아이는 어디까지 일까.
이별 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기억 속 미련에서 허우적거리고, 마저 청소를 마치지 않은 채 깔끔치 못한 마음으로 우리는 헤맨다.
동훈은 어째서 그리도 지안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안도 감청사실을 동훈이 알게 된 이상 더이상 감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든 떠나야 한다. 그 사람을 보호하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떠나야 한다.
다 들었어. 잘 못했습니다. 열 번 말해.
지안은 뱅뱅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가방을 메고 거처를 빠져나와 거리를 헤맨다. 거리 한 가운데 엎드려서 외쳤다.
잘 못했습니다. 절규처럼 외쳐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멍히 침대에 앉아 넋이 나가있는 듯 했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묻는다.
괜찮아 편하게 말해도.
이지안 알아?
아내는 지안을 알게 된 것은 준영에게 이지안의 이력서를 받았다고.
나 당신에게 다시 돌려 보내려 했어.
직감으로 알았어. 당신 좋아하는 것.
준영이 대신 내가 돈을 줄테니.
당신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어.
아내는 동훈을 좋아하는 지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지안은 도망을 다니고 있으며, 잡히면 아내와 준영이를 모두 알게되는 것이 싫어서.
걘 다 알아 내가 뭘 힘들어 하는지.
바로 아내와 준영이 바람이 난 것이 밝혀지는 것이 싫고, 그것을 알게 되면 동훈이 얼마나 힘들어 할지 지안을 알고 있다고.
진실하고 정직한 마음은 하늘도 감동을 시키는 것일까. 부부가 지안이 동훈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아는 것이다.
지안은 도망치고 다니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도망다니는 입장인지라 신고하는 가해자를 피해 몸이 어디가 망가졌는지도 모른채 달려가 버린다. 지안은 지칠때로 지친데다가 교통사고 까지 난 것이다. 어딜 가야하는가. 도망치는 입장이 되면, 어디도 갈 곳이 없다.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 어디든지 떠나고 싶고, 부끌거리는 끓어오르는 속을 어쩔 수 없다. 냉장실에 얼음의 가슴이 된 채로 싸늘하게 마음은 얼어버리고, 물은 조금 더 팽창하면서 얼어버린다. 아마 36.5도의 체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유치인 접견 신청.
경찰서에 들린 동훈은 지안의 조력자를 만난다. 해킹을 해준 지안의 친구.
지안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전화해줘.
회사 상부는 발칵 이 일로 뒤집히고, 동준이 숨긴 프락치인지, 그렇게 정보를 캐내다가 박동훈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 언어만 난무할 뿐 뾰쪽한 답은 없지만 방향은 대표선에서 컨셉을 잡는다.
동훈은 무덤덤하게 사태를 주시하면서 답을 찾아간다. 이지안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동훈은 이제 자신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안을 동정하고 연민한다.
지안의 조력자가 풀려나고 지안이게 전화를 건다. 지안은 피신해 있다. 청소부의 컨테이너 안에서 전화를 받지만 목소리는 말하는 것 조차 버겁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에서는 땀이 난다. 쉘터에서 지안은 자꾸 코너로 몰리는 듯 하다. 병원에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도주중이여서.
청소 할아버지가 밥을 갔다 주지만 한술을 뜨지 못한다.
먹고 병원가자. 병원.
한편, 광일은 훔쳐온 컴퓨터에서 도청한 음성화일을 듣고 있다. 광일은 둘 사이를 의심했지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착했던 아이에요. 아버지가 때리면 대신 맞고, 그땐 눈빛이 지금같지 않았어요.
걘 날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난 걔가 착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광일은 그녀를 징그러울 만큼 좋아한다. 동훈은 그녀가 걱정된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도 지안이 걱정된다. 지안의 집을 찾아가고 있을만할 곳은 뒤져보지만 지안을 찾을 수 없다. 대체 지안은 어디에 있을까.
그녀를 찾아 헤매던 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녀가 있는 곳을 알린 사람은 청소부. 정처없이 생각도 없이 뛰어가고 있다. 지안을 향해서 정신없이 뛰어간 곳은 고물상 한 켠의 콘테이너. 도어를 비틀어 열자 지안이 벽을 기대고 앉아 있다. 당황한 지안은 깜짝 놀라 당황한다.
별짓 다했고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네번 이상 도와주래. 그러니까 당하면서 살지.
고맙다 고마워. 거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이 되어주서고 고마워.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그거 마음 아파서 못살겠다.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봐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 거 그냥 봐. 사람들이 수근거리는거....나 행복할거야.
난 아저씨가 정말 행복했으면 했어요.
지안은 소리를 내며 엉엉운다.
지안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 난 데다가 과도한 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