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를 지탱하면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1. 상실의 의미
사람들은 서로를 지탱하면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소중했던 사람들이 문득 세상을 떠났을 때 일 것이다. 하늘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는 듯한 비보(悲報)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2. 요양원에서 마지막 할머니와의 만남
동훈과 지안은 할머니 요양원에도 다녀왔다. 벚꽃이 날리는 봄 날에, 할머니는 수화로 말한다.
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그 소리가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같다고.
동훈은 멀리지 지안과 할머니가 대화하는 것을 수줍은 소년처럼 지켜본다. 할머니의 시선이 동훈에게 향한다. 할머니는 어쩌면 지안에서 비론 지안의 남자가 아니라 해도 멀리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에게는 어떤 안도의 마음이랄까. 자신의 손녀를 어떤 상황에서 지켜줄 수도 있는 그런 사람.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봐 준다는 것. 그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늘 멀리서 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참아 내는 것, 그런 거 쉬운 일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3. 기다림에 지치는 시간, 사람은 다시 만나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
희정이는 15년을 넘게 기다렸다. 겸을. 사랑하는 사람이 스님이 되어서 그냥 술집을 운영하면서 기다리며 산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이 세상을 사는 것이 얼마나 불쌍하고 가여운 일인가.
기다리고 지치는 시간 끝에 겸이 찾아 온다. 동훈이 센스없는 겸에서 꽃을 사다 준다. 희정에게 주라고.
4. 할머니의 죽음
지안이 동훈에게 전화를 한다. 지안은 전화를 해놓고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동훈은 다시 전화가 끊긴 것인지 말이 없자 전화를 다시 통화중인지 다시 확인하고 침묵하는 지안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동훈의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직원들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할 머 니 돌아가셨대요.
5. 영안실
문을 열고 영안실에 온다. 동훈은 절을 하듯 두 손을 잡고 있다. 지안은 차마 할머니가 있는 쪽으로 시선조차 두지 못한다. 동훈이 지안 쪽으로 가서 어떻게든 위로를 하려하지만 방법이 없다. 어깨를 토닥거리지만 지안은 은 주저앉고 만다. 겨우 지안이 일어나 할머니 시선을 보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할머니 할머니.
지안은 새끼병아리 처럼 하염없이 운다.
할머니, 나 할머니 있어서 행복했어. 나 만나줘서 고마워. 내 할머니 되어 주어서 고마워.
지안은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세상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할머니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자.
6. 할머니의 장례식
영정앞에 희정은 절을 한다. 동훈의 형 박상훈은 갑작스럽게 무슨 생각을 했던지 어머니 변요순(고두심)에게 전화를 해서 부엌에 숨겨놓은 찬합을 뒤져 보라한다. 아니, 부엌이 아니라 장농 조기축구 잠바에 숨겨두었다.
나의 아저씨 등장인물관계도 및 줄거리 볼까나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박상훈의 돈은 상조회에 입금되고, 썰렁했던 장례식은 화안으로 가득찬다. 사람들도 가득찬다. 직원들과 조기축구회 사람들.
맞죠? 최유라. 동생분이 능력자시죠?
동생분은 뭐하세요?
왜 또 대답 못해. ....청소합니다.
잠깐 하는 것입니다.
지안이 밥 먹었어?
밥이 넘어가겠니? 한끼 굶어도 되.
청소부 할아버지가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난다. 상주 옷을 입은 지안의 오른쪽에 상할 때 머리핀이 꽂아 있다.
복있으시다. 할머니가 복이 있으셔.
아마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 모습을 보고 청소부 할아버지가 그리 말한 것일까.
보담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조기축구회 사람들이 축구를 차고 있다.
계단에 희정과 지안이 앉아 있다.
설에는 어디가? 나도 갈 데가 없는데.... 우리 일년에 두번 만날래.
설하고 추석에.
좋아요.
나 이제 인생숙제 끝.
화장터는 평택으로 가기로 했어.
납골당은 형이 좋은데 찾아났데.
7. 영안실 밖 계단과 주차장 풍경
지안에게 동훈이 말한다.
왜 이렇게 잘 해줘요! 엄청 잘해주고 나서 자이제 그만 그러실려고 그러시죠.
내가 한거 아냐. 형이 한 거야. 그냥 둬.
지안이 동훈을 바라보며 말한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연락하라고 했던 말 진짜 든든했어요.
여기 한 명 모자라 빨리 들어와. 축구회가 부른다. 동훈은 일어나서 축구를 차는 쪽으로 간다.
8. <어른> 가사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 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oh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제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oh, oh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것처럼 아무도 내 마음을 보려하지 않고.
눈을 감아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우리는 세상을 달려가면서 잠시라도 멈추면서 우리 자신을 생각할 때가 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고, 무엇을 하며 살았고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조차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
<故 이봉애 位> 좌로 生 1949년 3월 8일 卒 2018년 4월 10일 이라 기록 되어 있다. 병졸에 해당하는 卒은 옷과 효(爻)가 결합한 모습으로 병졸 뜻하고 싸우다가 죽어 생을 마감하므로, '죽다'와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9. 감상평과 나의 이야기
그렇다 혼자서 세상을 살기란 힘든 일이란 것을 누구나 다 안다. 죽음에 대해서 우리의 삶,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20대 중반 한 여자에게 전화를 받은 적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장미화>,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나를 쫓아다녔던 여자였다. 어머니와 둘이 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내게 와달라고 해서 장례식에 갔었다. 영정사진 조차 없었다. 그때는 그림을 그릴 때여서 증명사진으로 영정사진을 내가 종이를 사다가 그렸다. 장례식과 화장터까지 동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 여자는 내가 미국으로 떠났을 때 편지를 늘 보내왔었다. 5년의 세월이 지나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몇 번 찾아 왔었다고, 하지만 그뒤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녀와 연락은 닿지 않는다.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