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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 3장. 섀도우 프로젝트

by 백기락

가벼운 타박상에 뇌진탕 증세도 금방 회복된 백준기.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윤 부장과 차 요원의 지원 아래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대의 밴을 튜닝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일본과 미국의 기술 지원도 받기로 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독립하려고 한다면 분명 그들 중 누군가도 자신을 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종 작업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고, 특별히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최종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엔, 윤 부장의 판단도 더해졌다. 정부 시설보다는 현장의 시설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유튜브 : https://youtube.com/shorts/69Lg_AMhBU8?feature=share


3대의 밴을 만드는 모든 비용은 백준기가 대기로 했다. 어차피 사토시가 되어 있고, 백만 개의 비트코인은 이미 개당 1억을 넘어선 상태라 조금 사용한다고 해서 티날 일도 아니었다. 적어도 돈을 써야 하는 부분에서, 정부 예산을 쓸 경우, 조금이라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에서, 가능하면 부품은 민간에서 조달하거나, 각 기업별로 직접 계약을 하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는 차 소령의 활약이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혼수 상태였던 그 여성도 한달 여 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신분은 일본 정부 화이트 요원인 아오이 카나.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소속이었지만, 한달 여 전에 한국으로 파견되었고, 백준기가 송도에 도착하기 하루 전 현장 감시 임무를 맡았다고 했다. 본인도 일본 정부가 백준기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는 데 놀랐고, 일주일이 지나자 갑자기 한국 요원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한국 내 일본 현장 요원들을 호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팀이 도착하기 전에 암살팀의 공격이 먼저 이뤄질 것 같았고, 백준기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2층 유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고 했다. 그리고 백준기를 태워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두 발의 총을 맞고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사망 처리가 되었다. 구출 당시 차량은 불에 타고 있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상황에서 한국 요원들이 도착하면서, 일본 요원들을 부득이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요원들도 망설였지만, 차 요원이 뛰어들어 백준기를 구하려고 했고, 동시에 달려 들어 겨우 구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폭발했다. 한국 정부는, 아오이 카나가 어떻게 백준기의 동선을 알 수 있었는지, 또 일본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싶었고, 그녀를 사망 처리하고 한국 측에 협조를 하도록 설득할 심산이었다.


"그 여성분이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데... 만나보시겠습니까?"


백준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튼 너머로 들어서자, 창백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왼쪽 어깨와 가슴 부분에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준기가 먼저 인사했다.

여성은 약한 미소를 지었다.


"아오이 카나입니다…”


차무영이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당신은 일본 정부 기록상으로도 이미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자동차 폭발 사고로… 한국 정부도 그렇게 처리했구요”


카나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예상했습니다. 실패한 요원은 버려지는 법이죠…현장에서 뛰고 싶긴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왜 저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


백준기가 물었다.

"임무였습니다. 당신을 감시하는 것… 당신이 살아있길 바랬고, 당신의 동태를 알리는 게 제 임무였으니까요…..”


카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습격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 경호팀이 어느 새 사라졌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우리 팀에게 지원을 요청했어요…. 뭔가 하지 않으면 당신이 죽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나섰습니다…”


그때 윤 강현 대령이 병실로 들어왔다. 그의 손엔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아오이 씨,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새로운 신분을 제공하겠습니다. 물론 거절하고 일본 정부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일본 본국으로 보내질 겁니다. 회복할 동안만이라도 한국인 신분으로 있겠다면, 우리 정부가 도울 수 있습니다. 당신도 백준기 씨를 관찰하는 게 임무고, 몸이 회복되어서 돌아가더라도 할 말이 있을 겁니다. 대신 당신이 어떻게 백준기 씨의 동선을 알게 되었는지, 그것만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가 바라는 건 그것 뿐입니다”


카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새로운 이름은요?"

"한가람입니다."


사망처리된 일본 요원에게 한국인 신분을 제공하는 걸 원했던 건 백준기였다. 백준기로서는, 생명의 은인을 최소한 회복시켜서 돌려보내고 싶었고, 윤 부장 역시 일본 측의 정보를 통해 한국 내 스파이를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아오이 카나를 설득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옆에 두고 설득하는 게 그만큼 유리할 테니까. 그거면 충분했다.



다시 국방과학연구소 시설 내


“한 번 타보시겠어요?”


현장 책임자가 차 요원에게 제안했다. 차 요원은 백준기를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했다.


“준기 씨가 타봐야 하지 않겠어요?”


세 대의 밴을 튜닝하는 과정은 연구원들이 진행했지만, 아이디어는 백준기가 제안했다. 기왕 만들거라면, 3대의 밴으로 하되,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면서도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랬다. 3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건 현대자동차 연구팀이 제공했다. 3대의 밴이 나란히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눈에 덜 띌테고, 세 대의 차량이 서로 보완하며 운전한다면 자율주행의 부담도 훨씬 덜 테니까. 그리고 각 차량은 조금씩 특성도 다르게 세팅했다. 적어도, 다시 총격이 벌어져도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고, 평소에 요원들이 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백준기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 ‘쌔도우 프로젝트’라 불리운 작업의 첫 출발이었던 세 대의 밴은 백준기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할 줄은 적어도 그때만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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