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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Aug 22. 2022

식물 친구, 어디까지 사귀어봤니?

인스타, 트위터와 같은 SNS에는 꽤 많은 식집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식물의 성장기록뿐만 아니라 추천하는 식물, 식물을 지켜보며 들었던 그날의 생각 등 정말 자유로운 주제로 포스팅을 남긴다. 이들의 포스팅을 구경하다 보면, 같은 식물을 키워도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은 포인트가 보인다. 

같은 대상일지라도, 그 식물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고,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고 달리 보이곤 하는데, SNS는 이런 생각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들의 취향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식물을 이것저것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식물이 유독 예뻐 보이고, 나와 잘 맞는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식집사들은 모두 식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도, 취향은 조금씩 다 다르다. 다육이 농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다육이를 키우는 다육이 마니아가 있는가 하면, 무늬가 화려한 베고니아를 집중 공략하는 베고니아단 식집사, 난초를 특히 좋아하는 식집사도 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주변 지인 중에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최근 필로덴드론 미칸이 새잎을 많이 낸 모습이나, 새로 구매한 온실의 풍경을 보여주고 자랑도 하고 싶은데 괜히 식물에 관심도 없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계속했다간 얼마 없는 인간관계가 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주변에 식물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고 해서 너무 낙심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SNS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라는 속담이 있듯 주변에 식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없다면 랜선 친구를 찾으면 된다. 랜선에서 만나는 식물 친구는 나의 식물 일상을 응원해 줄 뿐만 아니라 식물이 아파하면 식물 상담소가, 때로는 핫한 식물 스폿을 알려주는 생생정보통이 되어주기도 한다. 

혼자 식물을 키우는 일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그 즐거운 일을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또 교류하다 보면 행복은 더 크게 다가온다. 식물을 키우며 느끼 는 행복한 감정을 타인과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으면 식물 생활을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전까지 SNS를 잘 하지도 않고, 본투비 내향인인 내가 식물을 만나면서 꽤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식물 친구를 만들고 싶어 SNS를 시작한 것은 물론, 랜선 친구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 이제는 처음 보는 친구들의 식물 피드에도 칭찬 댓글을 어렵지 않게 달 수 있다. 식물 하나로 이렇게 낯가림 하나 없이 다가갈 수 있다니 가끔은 이 정도면 내가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식물이 나를 키운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싶다. 

장마철의 흐린 구름이 지나가고, 우리 집에 다시 예쁜 햇살이 찾아오면 조만간 우리 집 식물들의 예쁜 모습을 자랑해 봐야겠다. 



아, 그리고 소중한 나의 식집사님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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