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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Apr 08. 2023

내일은 더 나은 식물집사가 될 수 있을까요?

나가는 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꽤 오래전 한 기업 광고에는 이런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를. 집-회사의 반복이 익숙해져 버린 10년 차 직장인의 일상은 초록빛의 식물을 만나며 꽤 많이 변화했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내가 그들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매일 공중 분무를 챙기고, 그들의 상태를 두 눈으로 살펴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주말이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던 집순이가 이제는 식물을 구경하러 밖을 나서는 걸 더 이상 귀찮아하지 않는다. 이 지구 상엔 내가 알지 못했던 멋진 식물들이 너무도 많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물론 오늘보다 어제가 더 나은 사례도 있다. 뿌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장미허브에게 잔뜩 물을 줘 과습으로 아프게 한 일이 있었고, 식물등을 너무 가까이에서 쬐어줘 예쁜 초록 이파리를 노랗게 태워버리기도 했다. 사실 글에서 모두 나열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많은 친구들을 초록별로 떠나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설픈 손길 아래 기특하게도 잘 크고 있는 친구들이 더 많다. 

그들은 자극에 생각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또 환경에 열심히 적응해 나가며 나와 교류하고 있다. 



식물을 통해 성장하는 삶


 식물은 내가 보살핌으로써 성장한다. 

그럼 식물은 보살핌만 받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식물 또한 이 보잘것없는 초보 집사를 끊임없이 성장시켰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이 작은 풀잎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 

식물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배웠다. 

식물에게는 뜨거운 온도보다 따뜻한 온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식물에게 과하게 욕심 부리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것과 모든 대상을 쉽게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배웠다.

식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거나, 쉽게 지나쳤을 것들이다. 


그들만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 또한 그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아직 초보 집사를 벗어나지 못한 나지만, 내일은 더 성장한 식물 집사이자,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작은 몸짓, 의사표시 하나하나를 세심히 읽으며, 나의 입장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의연하게 내일을 맞이한다. 

초록 친구들도 오늘만큼 내일 더 건강하게 자라줄 터이니, 나 자신도 어제 보다 내일 더 멋진 일상을 맞이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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