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이 가벼워지기를
나는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자기혐오가 없던 때를 생각해내는 게 힘들 만큼, 내게 자기혐오는 깊게 뿌리 박혀있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면 내가 한심하다는 것을 들키게 될까 봐, 그래서 더 나를 혐오하게 될까 봐, 숨기려고 했다. 혹여나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면 농담처럼 스쳐 지나가게 했다.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칭찬과 사랑은 마음에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내 귓가를 스치는 나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마음에 담아두는 능력을 가졌다. 나의 낮은 자존감은 자기혐오를 키웠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자존감만 더 조각냈을 뿐인 연애들은 나의 자기혐오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놀고 있는 나를 볼 수가 없다.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며 나의 가치를 시험한다. 하루 종일 각성되어 있던 머릿속 때문에, 나는 종종 밤에 잠들지 못한다.
어떤 알고리즘이 날 이끌었는지 우연히 북튜버 '겨울 서점'의 '밤 12시, 자기혐오가 찾아올 때마다 읽은 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됐다.
이끌리듯 그 영상을 눌렀던 밤.
나의 자기혐오가 덜 혐오스러워졌다. 이렇게 예쁘고 목소리도 좋고 능력 있는 사람도 자기혐오에 빠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자기혐오를 느낀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댓글들이 있었다. 나만 가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자기혐오가 흔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책을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
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건 아니다. 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역사에 남을 만큼 훌륭한 문학가와 철학자도 답을 내지 못한 질문이니까.
나는 그저 나의 물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