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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B Mar 11. 2024

내가 이 것을 보려고 이 먼 곳을 왔구나.

알프스 노르트케테 하펠레카르슈피츠 위에서

만 5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사 후 떠난, 14박 15일의 제주도 여행과 7박 9일의 오스트리아 여행.

그 시간들  중 언제가 가장 기억이 남는 가를 묻는 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알프스 위라고 말할 것이다.


비행시간 12시간 50분이 지나서 도착한 비엔나.

비엔나에서 기차 3시간을 타고 간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50분을 더 가야 갈 수 있는 인스브루크.

인스브루크에서 한 번의 푸니쿨라와 2번의 케이블카를 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는 곳. 

알프스의 한 줄기 노르트케테 산맥의 봉우리 중 하나, 하펠레카르슈피츠. 


이동 시간만 거의 20시간이 걸려서야 갈 수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 올라가는 순간, 그 긴 시간과 누적된 고단함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아, 내가 이 것을 보려고 이 먼 곳을 왔구나. 


레오폴트 미술관과 벨베데르 궁전에서 그 유명한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세계 3대 미술관에 속하는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미켈란 젤로, 루벤스 등의 그림도 보고,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시내의 낮 전경과 야경까지 보고, 

오스트리아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슈니첼을 제일 유명한 식당에서 먹어보고,

예술의 도시 비엔나를 느끼기 위해서, 교회의 음악 연주까지 듣고,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겨울 왕국의 배경 할슈타트까지 갔다.


하지만 알프스 봉우리에 오른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 덮인 크고 날카로운 산봉우리들 사이에 너무나도 작은 도시의 전경.

말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내가 이렇게 하늘과 가까운 곳에 두 발로 서있던 적이 있었나.



대자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정말 작은 존재구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질렸던 나는 평소에 조금 과격할 수 있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지구 쓰레기, 우주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인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그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가슴 깊은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뜨겁게 벅차올랐다. 눈물이 났다. 기뻐서? 슬퍼서? 무슨 감정이었을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았다.  


눈에 담고 또 담아도, 담아지지 않았다.

계획했던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꽤 긴 시간을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 시간 동안은 어떠한 고민도 걱정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오랜 세월 한 곳에서 굳건히 서있던 산이,

내게 어깨 한 켠을 빌려주었던 같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아주 잠시만 쉬어보라고.

수고했다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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