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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큐레이터 Oct 19. 2021

06 Present from the Past 경매 편

BBC의 생중계 뉴스로 일이 커졌다. 경매 준비를 하기에는 6월이 너무 빠듯했다.

한국 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했기에, 6월에 개막했던 전시지만,

경매는 9월로 정해졌다.


경매사는 누가 되어야 할까? 이를 누가, 어떻게 진행할까?” 수많은 관문이 남았다.


그때 당시, 채리티 (Charity) 경매의 가장 유명한 경매사는 해리 달마니 공작이었다.

채리티라는 성격에 맞게 말도 수려하게, 고상하게 하며 미술도 잘 알아야 한다.
소더비 부회장 (현 소더비 회장)이었던  그는, 명문고등학교 이튼 출신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미술 전문가이다. 게다가 ‘로드(Lord)'라는 호칭을 물려받아, 귀족이다. 나는 그와 친분이 있었다. 직접 그에게 경매를 추진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보통 한 경매 당 몇만 파운드 씩 수수료를 받는 그가 내 제안을 허락할 주는 몰랐다. 게다가 그것도 무료로 소더비를 전적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제안하러 갔던 점심때, 나는 열심히 그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할게, 하며,  생각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이라크 전쟁 참여로 실추된 영국의 위상을 명예로운 일을 조금 찾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  우리 영국이 진심으로 싸웠던, 한국 전쟁은 정말 잊힌 것 같다. 이를 회상하는 좋은 기획이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불어의 “noblesse oblige” 에서 나온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를 의미로,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인지 영국은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참전을 한다. 런던올림픽이나 왕실 결혼식에 군복으로 입고 참석하는 윌리암 왕자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경매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받게 되다. 40작 품의 작품을 다 경매하는 것은 한자리에서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물론 사일런트 옥션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라이브 경매보다 경쟁이 붙지 않아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한다.


소더비 본사에서 해리를 만나며, 장소는 어디에 할 건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이야기하던 중, 문화원에서 행사를 치를 거면 그 장소를 보자고 했다. 둘은 블랙캡을 그 본드 스트리트에서 탄다.

하지만 피카딜리는 꽉 막혀 있었고, 우리는 택시를 내린다. 때마침 해리는 당시 보리스 시장이 추진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그 키를 갖고 있었는데, 나 역시 이를 갖고 있었기에 둘은


“원장님, 여기 부회장님과 문화원 가고 있어요.” 전화를 드리고, 자전거를 탄다.


피카딜리에서는 꽉 막힌 빨간 버스와 아슬아슬한 보도 사이를 비집고 달리다가 포트넘 메이슨 차 백화점 오른쪽으로 우회전을 하고, 내리막길을 달린다. 길 끝에서 다시 좌회전, 저기 한 일 킬로미터 앞에 트라팔가 광장이 있다.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해군 아치가 있는 라운드 어바웃을 지나 죽 내려가면 템스강 다다르기 가운데 문화원이 있는데, 원장님이 마침 언제 오나 밖에 나와계셨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주차하고 올게요', 하고 쌩 지나가는 나와 해리 공작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이셨다.


주영 한국문화원이 경매장으로 변신했다. 긴 유리 창은 두꺼운 커튼으로 닫고, 원탁들을 놓아 경매에 참여할 사람들이 한식 디너를 즐기며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해리는 내게 작품이 40개 있으니, 두 번에 나눠서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첫 1차로 40개 작품을 사일런트 옥션에 붙이고, 그중 최고가 작품 15개를 라이브 경매를 해야 경쟁이 붙고 좋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탁으로 디너가 같이 동반되어야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경매 팁을 주었다.


전에 취재로 친해진 미샬 후사인이 사회를 본 사일런트 경매로 1차를,
그리고 18 작품이  최고가 순서대로 다시 본 라이브 경매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특별경매팀이 만들어져 늘  새벽 3-4시까지 일하며 다양한 경매 폼부터, 비딩 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경매를 위해 수많은 인턴들이 일을 했다.

경매를 참석하겠다고 사전 등록을 위한 문서 양식.

지가은, 권민영, 이지나, 유혜수 등등 우리 “전시팀”이 똘똘 뭉쳐 달리면서 별의별 문서를 만들었다.  

전시 및 경매 전 과정을 도왔던 전시팀, 주영 한국문화원 2010



전시에 관련된 엽서들을 보낸 후 답사로 받았던 여러 글들을 모아 경매 카탈로그를 A5 사이즈로 만들었다.

전시 도록이 A4의, 한 작가당 약력과 설명이 묵직한 책이라면, 훨씬 얇은 경매 카탈로그는 그야말로 홍보용이다.


“이제 너는 보은을 베푸는 나라가 되었다”라는 레터를 표지로 경매용 카탈로그까지 다시 작은 사이즈로 만들게 된다.


경매 카탈로그



1 경매는 전시 보도로 친해진 BBC 방송 앵커 미샬 후사인이 진행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사람들이 차례로 작품에 자신의 희망가를 올리면 가장 높은 액수를  이에게 작품이 낙찰되는 방법이다.


미샬 후사인과 진행 전 한식 음식책을 설명하고 있는 본인


2010년 10월 8월 1차 옥션을 진행하는 BBC 앵커이자 프로듀서 미샬 후샤인

한식 디너는 당시 G20 서울 식사를 준비했던 인터콘티넨탈 서울의 호주인 셰프이자 F&B 디렉터 폴 쉥크가 수장이 되어 한국 오성급 호텔의 한식 셰프 9명이 준비했다. 강선영 대표님과 폴의 노력으로 한국 음식은 아름다운 책으로도 탄생했다.

잡채는 복주머니 모양 안에 들어가서 나이프를 되면 당면이 스르르 나오기도 하고,
귀여운 만두 모양의 스타터 등,  사일런트 옥션의 카나페 음식과 디너의 8코스는 각기 다른 모습을 했다.

1차 경매때 최고가가 500파운드 선에 불과하던 작품들이, 해리 경의 농담 섞인 하지만 매우 출중한 작품 소개를 거치면서 3천 -5천 파운드까지 가격이 치솟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사관에 버젯이 있지 않나요? 대사님 한번 손 들어주시죠”

“톰 집에 코리안 콜랙션 에드(add) 할 때가 되지 않았어?”


열정적인 헤리 달마니 경의 모습


이름까지 불러가며 경매는 모든 작품이 팔리는 완판.. 성공이었다.


아주 긴 여정이었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나에게는 선물 같았던 <과거로 부터 온 Present> 이다.

그 과거가 있기에 내가 또 있는 것 같다.



김승민 큐레이터 ( 슬리퍼스 써밋 & 이스카이 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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