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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안 Aug 03. 2022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비로소 우리에서 졸업하는 너와 나

 요즘은 새벽  시에도 매미가 운다. 빛공해 때문에 교란이  매미가 밤낮을 잊었다 했다. 어디선가는 가뭄에 생업마저 위태로운데 서울  복판에서는 그저 유흥거리로 물을 허공에 뿌려댄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논리다. 각종 혐오가 만연하는 세상에서도 어디선가는 서로 사랑을 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 전쟁을 하고 사람이 죽고 사랑이 끝나는데 앵글을 돌려보면 누군가들은 설렘을 꽃피우고 마음이 하나가 되고 생명이 태어난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덴 이유가 없어서 죽어야  사람이 살아있고 아까운 꽃봉오리가  꽃잎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든다. 미친 세상.


 밤에는 잠이 안 와 수면제를 씹어 삼키는데** 아침만 되면 죽음 같은 잠을 못 이겨 글루콤을 마시며 일한다. 의사 선생님은 완전히 회복하려면 일 년은 쉬라고 하셨지만 그 반도 못 채우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사주 선생님은 원래 네 체력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떨어질 일만 남았다 했다. 운동을 해도 기구에 깔릴 팔자라 그냥 적당히 살라고 하시지만 언제나 사이드잡까지 챙겨야 숨통이 트인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나를 죽이고 있다. 담배를 꺼내 문다. 몇 모금 피우면 어지러워 곧 펴있던 무릎을 접고 쭈그려 앉는다. 안 피면 되는 걸 가지고. 중독에 이다지도 취약한 인간이라서.

웃기지. 엄마를 뇌사로 보내 놓고 저도 뇌사로 요절할 뻔한 딸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제 제 죽을 뻔한 사연을 에피소드로 둔갑시켜 드립을 치는 패륜아가 됐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은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보면 저마다의 잔혹사가 한가득이라 이 미친 세상에서 다들 어떻게 버티며 사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내 일만으로도 너덜너덜 피로한 맘이 또 남의 아픈 마음을 따라 아프다. 주인을 닮아 공감 세포마저 과로하는 탓이다. 그런 얘기들에 피로해져 혼자 있고 싶다가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짓까지 멈출 수는 없다. 과하게 수다스러운 사람을 대하기 어려우면서 한편으로 그 속에 숨은 관심과 애정에 온기를 느낀다. 미친 나의 세상.



 당연했던 네 모습이 이제 생소하다. 언제나 함께할 것 같았는데 이젠 안 보고 산지가 더 오래됐다. 함께 그렸던 미래에 정작 와보니 서로가 없다. 끝 너머의 우리를 믿는다더니 결국 끝은 끝이고. 미워하고 원망하던 마음은 어느새 녹아 없어져 ‘잘 살아’ 웃으며 행복을 빈다. 오랜만에 잡은 손의 온기는 여전한데 그것 빼곤 모두가 변했다. 잠시라도 추억에 젖어 과거에 머물러 있을까 시간이 등을 떠민다. 결혼을 할 거라면 너랑 하겠다 자연스레 생각했던 때가 언제였지. 세월이 비웃는다. 그 시간 속에 서있는 우리는. 내 앞에 선 너는 결혼 소식을 알린다. 그 한 마디에 우리는 너와 나로 쪼개지고. 우리의 역사는 멸망하고. 한동안 들춰보지 않던 우리란 책은 먼지만 쌓여 재채기만 남기고 책장에 꽂힌다. 열어볼 새도 없이. 불쌍하게 버려진 사랑은 소멸하는데 그 위로 또 다른 사랑이 싹튼다. 기묘하게도 미친 세상이다. 좋아했던 작품이 새드엔딩으로 끝난다면 여운이라도 느끼지, 갑작스런 연재 중단은 독자로서 대참사다. 그 시리즈는 13년째 작가의 생사도 모른다. 그래도 문득 생각나니 다시 읽고 싶어져 절판된 책을 겨우 구했다. 여전히 달라진 건 없고 캐릭터들은 그 자리 그 시간에 그대로 멈춰있다. 차라리 시작도 하지 말 걸. 그 책도 사랑도. 이렇듯 과거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언제나 불시에 기억에게 습격당한다. 추억팔이가 얼마나 덧없는지 모르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사는 게 덧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는 걸 멈출 수는 없으니까.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미쳐야 한다더니. 90도 돌아버린 세상에서 180도 미쳐버린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아니 너와 나는 각자의 모습으로 행복하자. 너는 비를 맞지 마. 나는 폭풍 속에서도 춤을 출 테니까.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실제로는 씹어 삼키지 않고 물과 함께 마십니다. 수면제 복용은 의사 선생님과 면밀한 상담  처방받아야 합니다. 오남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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