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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통 May 12. 2016

그냥 예뻐서 주고 싶은 선물

크리스털 트래이의 용도

어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이야 살면서 여러 번 받아보고 줘봤지만, 그 건 좀 색달랐다. 


일단, 그 자체로 너무 이쁜데, 이걸 어디다가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이 물건의 이름은 Crystal Tray 였다. 


"이거 너무 예뻐서 샀어요!" 


정말 나도 보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도 좋다. 너무 이쁘다. 선물을 주신 분과 받은 사람인 나는, 두런두런 용도에 대해 토론한다.


뭘 놓으면 좋을까요?

흠... 연필? 펜? 

목걸이나, 반지?

머리끈 어때요? 난 맨날 머리끈을 잃어버려요. 집안에 온통 머리끈이야.

이거 음식 놓는 건 아니죠?

아니에요 음식은 아니야. 


헤어지고서 집으로 오는 길, 가방 안에 든, 용도 애매한 크리스털 트래이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그날 나눈 이야기의 대부분이,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며 나아지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고, 그림과 글과 예술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우린 이렇게 서로 그냥 이쁜걸 사주고 받으며 설레어하고 있다.  

예뻐서 그냥 날 주고 싶었다는 그 마음을 생각하니 왠지 숨통이 트인다.


간밤에 나는 굉장히 다채로운 꿈을 꿨는데,

거북이가 날아다니고, 내가 기차도 탔고, 어느 촛불 있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와인도 마셨다. 

이 꿈이란 게 도통 말도 되지 않고 내용도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온냥 기분이 좋았다.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 선물 받은 크리스털 트래이를 창문 쪽으로 놓아봤더니, 반짝반짝 어젯밤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그냥 예뻐서 주고싶은 선물. 

그게 어쩌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쓸모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 가장 먼저인 선물.


크리스털 트래이, 곁에 두고 이렇게 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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