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의 테넷 / 2022년 4월 호 칼럼
마미손은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다. 얼굴엔 핑크색 복면을 쓰고 무언가 어설픈 듯 B급 감성을 뽐내는 구석도 있지만, 날카로운 가사와 귀에 꽂히는 래핑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또 원슈타인 같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한 ‘뷰티풀 노이즈’라는 음반 레이블의 수장이기도 하다.
다방면으로 재능을 뽐내는 그는 지난해 NFT 아트 ‘수플렉스 더 트로피(Suflex the trophy)’를 무려 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시키며 Web 3.0 세상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 4월에는 아티스트 갈리에라(GHARLIERA)와 함께 제네시스(GENE_SIS)라고 하는 대형 NFT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소개했다. 마미손은 “NFT 세상에 본격적인 진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를 만나보았다.
이상인: 반갑다. 마미손과 매드클라운 그리고 본명 중 어느 이름으로 불리는 게 가장 좋은가?
마미손: 난 마미손이고 매드클라운은 잘 모르는 분인 것 같다.(웃음)
이: 흔히 말하는 지금의 메타버스 세상이 오기 전부터 여러 아이덴티티로 활동해왔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마: 음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내게 거는 기대 혹은 투영하는 이미지가 생긴다. 그게 감사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도에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통해 과감한 도전을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아티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음반 제작과 NFT 프로젝트 등 여러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내게는 재미있는 작업들이다.
이: 지난해 다른 힙합 아티스트 ‘염따’와의 갈등을 계기로 NFT 아티스트로서 데뷔한 것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인가?
마: 그렇다. 물론 경제적으로 NFT 판매가 득이 되는 면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좋았지만 NFT를 일종의 행위예술 도구로 활용해보고 싶었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NFT를 행위예술 도구로 적극 활용해보고자 했다.
이: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말하는 것인가?
마: 그렇다.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를 만나 그들의 공약을 불가역의 성질을 지닌 NFT로 박제해 대통령과 국민에게 대선 공약을 지속적으로 환기해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원래는 모든 후보의 공약을 모아 NFT화하고, 광화문 근처 공간을 대관해 대통령 임기 동안 전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사퇴와 다른 후보들의 참여 불발로 프로젝트 자체가 완성되지는 못했다.
이: 안타깝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NFT는 판매했나?
마: 아니다. 집에 있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판매할 수는 없다.
이: 이번에 제네시스라고 하는 글로벌 NFT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NFT 신에서 벌써 입소문이 대단하던데,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마: 원래 친분이 있던 아티스트 갈리에라와 여러 구상을 하다가 탄생한 프로젝트인데,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코딩을 통해 많은 양의 아트워크를 생산하는 방식)의 형식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템을 조합해 수많은 개성을 지닌 나만의 아바타를 소유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 커뮤니티와 함께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 사실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이나 크립토 펑크(Crypto Punk)로 대변되는 프로필 픽처(PFP) 아트들이 큰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현재 상태에서 가치의 저장과 자기 자랑의 수단 외에 다른 영역에서 큰 가능성을 아직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류가 너무 많지 않나?
마: 정확하다. 그리고 어떠한 비전 제시나 제대로 된 사업 모델 없이 마구잡이로 뛰어드는 러그풀(사기)이 너무 많다. 힙합 가수로 생활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점들 때문에 더 오기가 생겼다. 그래 우리가 제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명 쉽지 않겠지만 너무 좋은 접근법인 것 같다. 그렇다면 본업인 음악산업과 연계하는 방법도 준비 중인가?
마: 그렇다. 사실 이 NFT 업계는 현재 눈에 보이는 비주얼 아트에 치중된 면이 없지 않은데, 음악산업에서의 미래 가능성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음반업계에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와 배급사 간에 뿌리 깊은 불신이 존재한다. NFT는 이런 부분에서 아티스트에게 더 투명한 수익배분과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이: 재미있는 포인트다. 왜냐하면 테이프나 CD로 유통하던 1세대 음반시장에서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2세대 음반시장으로의 전환은 사실 아티스트에 대한 공정한 수익배분보다는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정말 편한 환경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NFT의 어떤 점이 현재의 스트리밍보다 더 발전한 3세대로 넘어가는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나?
마: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전 영역에서 혁신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궁극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음원을 감상하는 데 편리하면서도 다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마지막으로 마미손에게 NFT란 어떤 의미인가?
마: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소유권 증명인 NFT가 디지털 재화에 희소성을 부여해준다는 측면에서 현물시장에서 가능하지 못했던 일들이 디지털 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장르와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영감을 주는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터로서 또 NFT 사업가로서 그의 행보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