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ster Feb 20. 2024

조금 일하고 많이 버는 요즘 녀석, 모춘

이상인의 테넷 / 2022년 5월 호 칼럼

포브스 기사 원문 링크 >


산업화와 세계화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의 신화를 만들어낸 기성세대는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근면 성실의 가치를 신봉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일꾼인 20~40대(Z~밀레니얼 세대)는 남들이 규정해놓은 일을 하며 살기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인 자세로 살길 원한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요즘 세대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Small Work Big Money(조금 일하고 많이 벌자), Do Nothing(아무것도 하지 않을래요) 같은, 기성세대가 들으면 놀랄 만한 구호를 당당하게 외치는 모빌스그룹의 대표 모춘을 만나보았다.



이상인: 반갑다. 5월에 특히 바쁜 것으로 아는데 시간 내줘서 고맙다.


모춘: 반갑다. 원래 매년 노동절을 전후해 많은 행사가 있어 바쁘긴 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서 괜찮다.


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나?


모: 유튜브 채널 MoTV에서 유튜버로 활동 중이며(웃음) 모빌스그룹이라고 하는 작은 로컬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그 안에 속한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


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활동이 방금 이야기한 MoTV 채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모: 원래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안식년처럼 1년 정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예전 동료들과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그때만 해도 그만둘 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교통사고같이 갑작스레 퇴사를 결정하게 된 순간이 왔다. 회사를 나와 무엇이라도 해야겠는데, 그 과정을 성패에 관계없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 그 단순한 기록이 왜 많은 사람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나?                                                      


모: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싶다. 퇴사 당시 내 업력이 사회에 나와 한 10년 정도 됐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얻은 경험, 나보다 훨씬 대단한 선배들을 만나 얻은 배움이 꽤 쌓인 시점이었다. 하지만 내재적으로 그러한 배움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스스로 이러한 부분을 정리하지 않으면 길게 보았을 때 앞으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유튜브 채널의 성공은 의도치 않게 ‘노난’ 것 같긴 하다.(웃음)


이: 로컬 브랜드를 운영한다 했는데, 모베러웍스가 출시하는 제품마다 사람들을 가게 앞에 줄 세우는 모습에서 슈프림(Supreme)이 떠오른다. 슈프림도 사실상 뉴욕 스케이트보드 컬처에서 시작한 로컬브랜드이니 말이다.


모: 헉, 개인적으로 슈프림을 엄청 좋아하는 팬이긴 하지만 과분한 비교다.


이: 그런가? 하지만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줄 서 있는 것도 슈프림과 비슷하다. 모빌스그룹이 뉴발란스나 신한카드와 진행했던 컬래버가 큰 이슈를 모으지 않았나?


모: 우리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고자 하시는 곳들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요즘은 컬래버레이션을 자제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우리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내실을 기해 성장할 단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모빌스그룹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고 본인들만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모: 예전에 대기업을 다니며 브랜드 경험(BX) 디자인 작업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결국엔 보이는 부분보다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는 것보다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Small Work Big Money나 ASAP(As Slow As Possible, 최대한 천천히), Do Nothing 같은, 이 시대에 일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만한 욕망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는 아직도 모빌스의 아이덴티티를 정확하게 규정짓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 중이다.


이: 모베러웍스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 요즘은 우리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이러다 큰코다칠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웃음) 어떤 이야기를 할까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모쨍이(MoTV 구독자) 분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하고 우리가 일을 하며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최대한 빨리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완벽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아니라 자신을 우리의 이야기에 투영할 수 있는 브랜드라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 모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룹의 레퍼런스 같은 것이 있나?


모: 모빌스는 음악을 하지는 않지만 음악 밴드 혹은 레이블처럼 일하고자 한다. 특히 예전 마이클 잭슨이 속해 있었던 모타운(Motown) 레코드와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RATM)을 좋아한다. 우리는 열심히 준비하고 합주하며 그 결과를 음반과 콘서트 등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선사하는 멋진 밴드처럼 일한다. 일이라는 건 너무 중요하다. 먹고살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이 무척 재미있고, 우리 멤버들과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애쓴 결과를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할 때 진심으로 행복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주어진 일을 주체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기보다 솔직하고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발자취를 기록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주체적으로 일하고 살아나가는 지름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춘은 하루 24시간 일하지만 동시에 24시간 노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는 스몰 워크 빅 머니를 실천하는 요즘 녀석임이 분명하다.


이전 01화 NFT 엔터프러뉴어 ‘마미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