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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새미 Dec 29. 2023

2023년 기록

기술의 무게와 사람의 온기.. 우리 모두 이 스테이지는 처음이니까

오늘은 2023년 마지막 영업일이다.

회사의 한 해를 정리해본다.


1.크거나 작거나 개발은 어려워

2019년부터 웹개발을 하면서 서비스를 다수 만들다보니, 쌓였던 문제가 프로덕트 개발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node.js / react.js 개발 뼈대를 구성하는 스택 내부의 버전이 4~5년 전에 최적화돼 있었고, 멋진 프로덕트 구축을 위한 새기술 적용이 어려웠다. 웹에서 3D오브젝트를 다루는 three.js를 비롯해 각종 새로운 요구사항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리팩토링을 결정했다.

아키텍처라고 하면, 단순하게 보면 hello reactapp같은 폴더 구조를 떠올리겠지만, 전체적으로 백엔드와 프론트엔드와 그 사이의 어떤 효율적인 점들이 고민돼 있고, 정의돼 있다. 데이터를 정의하는 법이, 통신하는 법이, 중복을 처리하는 법이, 최적화하는 법이 다 담겨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회사의 씨국물 같은 것과도 같은 것. 


세 달 정도 각잡고 하려던 일정이었는데, CTO의 일시적 부재 상황과 더불어, 방대했던 기존 구축의 모든 스펙과 기술 자체의 올드버전 문제가 합쳐지면서 두 프로덕트 연내 모두 큰 성장을 보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언젠간 해야하지 않을까 했던 문제들이다. CTO이후 처음 합류한 개발자 앤디도, 이 작업을 끝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을 강력히 어필하고 수 개월 고생했다. 이 모두 내년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여긴다. 내년으로 밀린 여러 프로젝트 수준의 기획들이 어느정도 개발이 완성된 채로 대기중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문제가 너무 해결이 어려워서 그냥 덮고 가는 경우도 많다 한다. 생각해보면,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낡은 인터페이스와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여러 서비스에서 공존하는데 어쩌면 리팩토링이 너무 빡세..서 잘 돌아가는 서비스를 터치하는게 더 큰 부담이어서가 아닐까? 어쨌든 우리는 했고, 그나마 지금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략적으로 이렇게 개선했다.

- 백엔드: Node.js, Nest.js, Sequelize, Typescript

- 프론트엔드: Next.js, Recoil, React-Query, Emotion, Typescript

- 데브옵스: Docker, Yarn Berry, Github Actions



2.사람의 온기가 싹틀때까지

영업단에서는 연초에 고객개발을 다시 스터디할 정도로 전환율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제조쪽 인더스트리에서 인터뷰를 통해 얻은 inquiry에서 order로 전환율은 2%대. 심지어 초도물량은 선금을 받고, 다음부터는 제조 완료 후 전액 후금으로 받는 구조가 채택될 정도로 조악한 전환율의 인더스트리이다.


우리가 해외바이어라고 생각해보자, 알리바바에서 수많은 제조사가 있는데 우리는 어디를 택하고, 어디랑 협업하는가? 2%대 전환율이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100개 이하의 inquiry를 받은게 아닌데, 이렇게 전환이 안될 수가 있나?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은 2023년 3월. 제조플랫폼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던 필리핀 아이템 이후 1~2개 수준의 SKU만 해외바이어와 협업하며 만들고 있었다. 투자를 받은지 1년이 넘었고, 플랫폼 런칭 이후에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등록된 고객수는 2000명이 넘었고, 보통 한 시점에 세일즈팀이 들고 있는 active상태와 pending상태의 inquiry가 50개가 넘었다. 그런데도 인더스트리의 전환율의 혁신적 개선은 커녕, 실발주 수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왜 전환이 안될까? 고객개발을 스터디하기 시작했고, 세일즈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카카오벤처스에서 EIR 프로그램으로 소개해준 YK님의 도움이 있었다.


1) 인재의 배치

우리 회사의 경우 지인추천과 별별 방법으로 초기멤버들이 합류했고, 원팀으로 일하면서 상당히 내적 친밀감이 높다. 그리고 자부하건데, 성향도 젠틀하고, 매우 스마트한 인재들이다. 어느 회사에서든 에이스 소리를 듣고 다 잘하는데 심지어 착하고 잘생겼다^o^


이렇게 원팀, 비슷한 속성으로 놓고 사람들을 보니 놓친게 있었다. 쉽게 말하면, 개성을 간과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이디어를 잘 내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실행한다. 또 어떤 사람은 주어진 것을 혁신적으로 효율화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구축한다.


어떤 성향은 제로투원으로, 또 어떤 성향은 원투텐으로 불린다. 이런 성향들은 개개인별로 분명히 상당히 선명하게 존재하고, 어떤 스테이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실적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


얼렁뚱땅 사람들을 모으는 것 같았지만 메이코더스도 분명 어떤 인재상을 토대로 멤버를 구축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쭉 문제풀이를 해왔던 사람을 선호했고, 창업을 해봤다면 가산점이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시장에서 문제를 풀어봤다고 하더라도, 그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 쪼끄만 조직에서 개편을 단행했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지부진했다면 그게 심지어 인더스트리 전환율이 안나온다면 내부적 문제가 맞다. 각자 더 잘하는 것을 맡겨보자는 심산으로 다같이 원팀으로 문제를 풀던 것을 나누어 버렸다. 기존 무역플랫폼의 확장을 CSO인 제랄드에게 맡겼고, 세일즈팀이 아니었던 준에게 고객개발을 이슈로 제조플랫폼을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기존 프로덕트를 규모적으로 확장할, 제랄드와 동일한 해외영업 속성의 사람을 신규로 채용하기 시작했고, 해외영업이 이렇다 제조가 저렇다는 편견(또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새로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스터디하면서 웨비나를 도입했고, 미니(of 미니) 제조공장도 설립해 MOQ를 혁신적으로 낮춰줘보기도 하였다(물론 IP 보호를 위한 목적이 더 컸음). 

그것만으로 활기가 생겼다. 3~9월, 다른 문제를 푸느라 큰 성장이 없었던 무역플랫폼은 다시 성장을 시작했고, 제조플랫폼 쪽에서도 전환이 조금씩 일어났다.


그리고 12월 말일자 기준으로, 총 16개 중소브랜드사가 메이코더스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를 구축하게 되었다.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에 미달할 정도로 작지만, 내년에는 뭔가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왜 그런지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완벽히 PMF를 찾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2) 영업 프로세스상 空간

하나의 inquiry를 한 명의 세일즈매니저가 관리하는 프로세스가 당연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무역업이나 제조업에서 영업사원이 바이어관리라는 명목하에 inquiry접수부터 발주 후 관리까지 다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인 메이코더스도 그랬다. 제조플래폼 이전엔 해외영업을 제랄드가 다 맡아서 했고, 개발은 진이 다 맡아서 했고, 한명이 다 맡아서 하는게 당연했고, 한명이 다 맡아서 고생고생하면서 이끌어오는 게 당연했으니까.


외국인 멤버 제이슨이 한국어로 제조사에서 세부 견적을 받고 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한국어가 유창하다고 한들, 그 미묘한, 업계 사람들의 톤과 매너를 빠르게 팔로업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메이코더스는 그러고 있었다;; 한 명이 한 inquiry를 끝까지 끌고 가야하는 문화가 레거시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 영어권 inquiry의 초기 대응을 대부분 맡았던 제이슨이 고군분투하는 것과 무관하게, 소통 때문에 조금씩 늘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우리의 시도의 수와 전체적인 지연의 합을 생각하면, 전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도 당연하다.


왜 몰랐을까. 나에겐 어렵지 않은 것이 외국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그 때문에 우리 서비스가 나온건데 말이다. 강렬한 자기 비판과 함께, 새로이 제조플랫폼의 영업 리드를 맡은 레나와 함께 프로세스를 빠짐없이 매뉴얼화하기로 하였고, 영업은 영업에, 제조 팔로업은 매뉴얼과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체계화를 계획하게 되었다. 레나 방식의 변화가 기대된다. 空간은 뭘 채워넣느냐에 따라 아주 달라지니 말이다.


3) 차별점이 무엇이냐 근원적 질문

린고객개발, 린스타트업, 아이디어불패의 법칙 등 다양한 책에서 말하는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다.

개발은, 되는 놈만 가지고 해라

이전에도 여러번 말했듯, 개발비가 제일 비싸기 때문이다. 한번의 개발이 혁신적으로 자동화를 일으켜 수십억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때 해야한다는 나의 마인드셋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캔버스 개발을 미뤘다. 제조 발주 전환이 안나오니, 뭘 개발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3D를 써서 연구개발해야하는데. 기초 데모버전만 구현만 한 채 세부 기획을 미루었다. 그러자 영업쪽에서 "일반 화장품 제조사와 차이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차별점을 토대로 영업을 해야하는 멤버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의 초기 기획은 개발이 된 후에야, IT나 시각화로써 차별점을 가져가는 성격이 있었다. 물론 처음엔 4PM이라는 우리 브랜드 같기도 하고 필리핀 바이어 브랜드 같기도 한 케이스가 발굴되며 비지니스 검증이 먼저 된 듯 보였지만 막상 돌려보니 아니었다. 하, 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는 항상 이렇게 반복된다. 프로덕트 개발을 위해 초기 기획을 다시 생각해 봤다. 비지니스가 먼저 되는 '될 놈'에만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 없이 영업을 했다. 플랫폼성을 강조하면 중개인이냐며 비용 문제로 전환이 안되고, 낮은 MOQ를 강조하면 멤버들이 갈리거나 네트워크사들에게도 신뢰가 떨어지는 등 여러 추가적인 문제가 생겼다. 진짜로, 겁나 어려운 인더스트리였다.



모두 이 순환 속에서 '영업을 해야 개발을 하죠'를 먼저 끊기 위해 분투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건 어쩔 수 없이 상당히 계속 될 예정이다. IT나 시각화가 차별점인 비지니스는 안하는게 낫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아주 부가적인 차별점으로 비지니스를 해야한다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파이 역시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 흥행성과 무관하게, 시장이 어려워지면 업체들은 SaaS 부터 줄인다. 엑셀 수기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상 제조플랫폼 컨셉으로 바이어들을 만나보니, 보면서 만드는 현란한 캔버스 환경보다는,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트래킹되는 소통환경이 더 필요했다. 왓츠앱, 페북메신저, 카톡 등으로 파편화된 환경이 제조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서 일관적으로 소통될 것. 그리고 이로 인해 기존 컨셉의 SKU확장과 재발주가 혁신적으로 쉬운 것이 오히려 우리 프로덕트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싶었다. 전문성 장벽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 제조사들의 신상 ODM 아이템들을 빠르게 태워주는 기획성과 프로덕트 기반도 필요한 것 같고. 물론 저 순환고리에서 고생중인 멤버들과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서도 말이다.



3.인생에서 처음 겪는 가장 작지만 큰 스테이지

업계에서 기웃거린 기간에 비해, 놀랍게도 창업은 처음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멤버들 모두 프리랜서나 1인창업은 해봤을 지언정, 다녔던 회사 중에 이 정도 작은 회사에는 처음 와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은 이 가장 작은 회사는 그 생애 중 가장 큰 스테이지를 지나고 있다. 못생긴 애들 중에 가장 잘생긴 느낌이랄까 ㅠ 1월 초 6명이던 멤버는, 내년 1월 초 14명으로 늘어난다! 수출의탑도 전진 중이다!

2022.7~2023.6 성과로 이백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하였다

아직 뭔 테마로 해야하는지 여전히 담당 VC 앤님과 에이든님은 의아함을 표하는 듯 하지만 나는 막무가내로 시리즈A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고, 정말 함께하고 싶은 기관과, 우리가 필요한 최소자금만, 시드투자유치 때와 동일한 기조를 가지고 진행을 해볼 예정이다.


갈수록 사람이 다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전 안락한 지식산업센터에서 나와 거친 미니빌딩에서 새로운 임대인과 기존 임차인 사이에서 문화충격을 겪고, 이사 후 인테리어 보강공사라는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에는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찬 것을 보니.


예전엔 필요한 직무를 해줄 사람을 찾았다면, 지금은 그 사람이 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우리는 UI/UX 디자이너가 필요했지만, 시각디자인과 브랜딩을 우선적으로 해온 리미를 영입했고 자신이 구축한 화장품 라벨 템플릿에서, 고객이 원하는 지점을 뽑아서,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차별점을 스터디해서 더 좋은 화장품 제조를 제안한다. 세부적인 UI/UX를 만들진 않지만, 기가 막히게 플랫폼을 브랜딩한다. 시나브로 여러가지들이 바뀌면서 전부, 그 사람이 디자인한 것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좋다


공개채용으로 대거 데리고 오는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한 명 한 명 합류를 결정할 때, 그리고 미안한 연봉에 계약하면서도 합류 자체를 기쁘게 받아들여줄 때. 그 사람으로 인해 회사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때, 그 어떤 실적을 낼 때보다 큰 가치를 느낀다. 반대로 비지니스가 내 맘대로 안될 때도 사람들로 인해 힘을 얻는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다들 시장상황 아니라고 해도, 통장 잔고도 연말에 많이 떨어졌어도 뭔가 내년에 큰 도약이 있을 것 같다. 계속 불분명한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잠 못자면서 한 해를 보냈는데, 그래도 내년이 또 기대가 된다는 것을 보니, 직무 적성은 참 잘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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