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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 하는 마법 Jun 04. 2019

중년의 운동빈도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의 척도

세상에서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몸 밖에 없더라구요. 세상에 어떤 것도 제 마음대로 안돼요. 일도 사랑도 제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내가 가장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몸. 지식이나 언어 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은 늘 장착하고 있다


"대화의 희열"에 나온 모델 한혜진씨의 말이다.


퇴근 후 달밤운동을 하는 데 한혜진씨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몸은 늘 장착하고 있다"


정말 뼈를 때리는 말이다. 몸은 항상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뻣뻣한 몸', '똥배로 상징되는 나잇살 가득한 몸'은 내가 현재 얼마나 "나"에게 관심이 없는지를 말해준다. 내가 얼마나 나를 수단화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스노우팍스의 김승호 회장은 '돈에 인격이 있다'고 하는데, 몸에도 역시 인격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 녀석은 굉장히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몸은 주인인 내가 아무리 소홀히 해도 바로 화를 내지 않는다. 일을 한다고 뻑하면  밤을 세고,  잠을 줄이고, 잠을 깬다고 단 것을 쑤셔넣고, 커피를 들이부어도, 몸은 우선 참는다. 몸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며 수단으로만 여겨도, 인내심이 매우 강한 이 녀석은 항상 참는다. 기껏해야 몸살이나 위장병으로 소심한 의사표현을 할 뿐이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이 녀석이 차차 인내심을 잃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면역체계가 흐트러지고, 여기 저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가 나타난다. 몸의 화를 무시하면, 몸은 더욱더 크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 이 녀석이 무섭게 화를 내면 반성하고 깜짝 놀라 그 화를 기꺼이 수용한다. 그러나 이 녀석의 화가 가라앉으면 어느샌가 청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희생을 강요하곤 한다. 그럼 몸은 또 슬슬 화를 내기 시작한다. 30대 후반부터 계속 이 싸이클의 반복이다.


내가 지금 이 싸이클의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운동빈도다.


내가 몸을 챙길 때는 어김없이 최우선적으로 운동을 챙겨한다.

내가 몸을 소홀히 여길 때에는 어김없이 운동은 최하순위로 밀려난다.


결국 중년의 내 몸은 내가 지금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년에는 청년의 때보다 더 날씬근육형이었으면 좋겠다.

중년에는 나를 더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청년의 시기처럼, 무언가를 이루느라 나를 희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을 몸에 늘 장착시켰으면 좋겠다. 날씬근육형의 내 몸을 보며, '이제 나는, 충분히 나를 아껴주고 있다'고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


오늘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청년의 시기를 버텨준 몸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그러니까 앞으로는 화내지 말라는 아부도, 함께 몸에 장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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