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조양제의 시.1
나는 조금 전에 죽었다.
하늘이 퍼부은 물을 먹고
흙을 갈아 마신 물을 먹고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죽었다.
불과 15초 사이
평생 마실 물을
다 마시고 죽었다
눈물이 나올 틈으로도
물이 들어와 죽었다
이렇게 가는 구나
다들 이렇게 갔었구나
속절 없이 갔었구나
내 몸
내 영혼이
퉁퉁 불어 터져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아닌 내가 죽어 있다
죽으면 분노도
같이 죽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모른 상태에서 죽어 있다
나의 죽음을 누군가
CCTV로 구경한다
나는 죽어가고 있는데
그는 구경만 한다
그러나 분노할 수 없다
성실했는데
착하게 살았는데
나는 조금 전에 죽었다
2023년 7월 어느 날
나는 버스 안에 앉아
들이닥친 흙 물을
모두 마시고 죽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공포에 떨며 죽었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또 누군가
나처럼 조금 전에 죽었다
.....
삼가 나에게
삼가 그에게
삼가 그 어쩔 수 없는 공포
그 어쩔 수 없는 죽음에게
기도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