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귤 Jul 27. 2020

내가 너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MT 여행기 01] D-1 준비!

밀레니얼 세대의 일상 속으로 친환경을 끌어들이기 위한 발버둥 속에 지친 우리 팀, 워크숍을 간다. ‘친환경’을 주제로 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번 주제는 제로웨이스트!


원래대로라면 온 동네 청춘남녀를 다 그러모아 신나게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건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기획해보기로 하고, 아담한 규모인 세 명의 고객과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끼리 가는 거였으면 제로웨이스트고 나발이고 중간에 포기하고 수다나 떨었겠지만, 클라이언트가 있으니 이들의 1박 2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생겼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


이 핵심대로라면 그냥 엠티를 취소하고 각자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면서 집밥을 먹는 게 가장 취지에 맞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조금이라도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보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는 절제된 소비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이 사고 남기지’ 라거나 ‘남는 게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마인드는 이번만큼은 용인될 수 없기에 MT 전날부터 단톡방이 뜨거웠다.


“못 드시는 음식 있나요?” “선호 주종과 주량은 얼마나 되세요?”


식사 횟수와 인원을 섬세하게 고려한 음식량을 정하고, 구입해야 할 것과 집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구분했다. 우리의 실험대상이 되어준 고마운 팀에게 짐까지 얹어줄 순 없으니 준비물은 우리 선에서 끝내 본다. 대용량으로만 파는 감자나 양파, 새 것으로 사면 분명히 남을 온갖 양념을 챙겼다. 부침가루를 챙겼더니 마약 밀수하는 기분이 들지만 뿌듯함이 넘실거린다.


음식은 이 정도면 됐고, 손수건과 텀블러, 다회용기를 챙긴다. 다행히 MT장소엔 일회용품이 전혀 필요 없을 만큼 넉넉한 식기류가 구비되어 있다. 평소 챙겼을 물티슈도 과감히 내려놓았다. 예전에는 남녀를 막론하고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게 매력이자 센스였는데, 지금은 물티슈를 꺼내면 더 반가운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손수건 감성에 도전해보기로.


하나하나 신경쓰며 준비하려니 이것은 너무나도 찌질한 고생이다. 왜 일회용품을 쓰는지, 그냥 대충 남기고 버리는 게 얼마나 편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부작용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 여행의 끝에 느끼는 것이 또 있겠지? 기대와 걱정에 부푼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잠을 청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지구는 망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