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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Sep 01. 2020

채식보다 어려운 채식메뉴 찾기

좌충우돌 비건다과회 <오늘 하루 비건> 실행기 03

지난 이야기

축산업과 육식 문화의 어마무시한 환경적 악영향에 놀란 EOTD팀, <오늘 하루 비건>을 실행하는 날만이라도 육류 소비 없는 하루를 보내보기로 결심하는데...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과 물 오염, 삼림 파괴는 부끄럽게도 새롭기만 한 정보였다.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은 다 동물들에게 미안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결과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거라는 이기적인 문제의식만으로도 채식을 주장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드디어 비건다과회가 열리는 날! 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당해지기 위해 EOTD팀은 일단 오늘 하루 비건식을 실천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움에 봉착. 우리의 사무실이 위치한 합정역 근방은 온통 술집뿐이었던 것이다. 채식 식당은 물론이고 채식 메뉴를 가진 음식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부 점심부터 고기를 저렴하게 판다는 걸 광고할 뿐 우리가 원하는 채식 메뉴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찾아 헤매다가는 제시간에 행사를 준비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결국 우리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다행히 샐러드와 두부 그리고 두유가 있어 가져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과 종류에 아쉬웠다. 게다가 환경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건식을 실천한다는 취지에 전혀 맞지 않게도,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식들 때문에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핫플과 맛집의 성지 합정에서 비건식당을 찾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고, 비건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폐기물 문제엔 눈을 감아야 한다는 사실에 속이 쓰렸다. 

 

이게 다 비건 문화가 아직 우리 사회에 자리잡지 않아서,
환경보호가 아직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지 않아서겠지


비건다과회를 위한 빵을 사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담아갈 것을 준비하지 못해 빵을 싼 종이와 박스, 그리고 쇼핑백까지 적지 않은 쓰레기가 나왔다. 환경 보호는 내 일상에나 먼저 스며들어야 할 듯.  아무튼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너무나 당연해져서 가치가 충돌하는 고민 없이 쉽고 편하게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하며, 성찰의 시간 후 우리는 소중한 게스트들을 맞이했다.

빵은 좋은데... 용기가 없어서 잔뜩 생긴 쓰레기에 좌절

다음 이야기

EOTD 앞에 나타난 더 강력한 제로웨이스터들... EOTD는 이들 앞에서 과연 주눅 들지 않고 행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좌충우돌비건다과회 <오늘 하루 비건> 실행기의 다른 편도 읽어보세요! 

1화: 오늘 하루 비건, 어때?
2화: 고기, 너에게 실망했어
3화: 채식보다 어려운 채식메뉴 찾기
4화: 오늘 하루 비건, 열매 맺다!
5화: 오늘 하루 비건의 멋진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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