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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29. 2024

코치의 언어란?

코치의 전방위 언어를 재정의하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끝말 잇기하듯 상상으로 이어가던 가정이 있었다. "~~~가 없다면 세상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떡볶이가 없다면, 엄마가 없다면, 남자 친구가 없다면, 만화가 없다면......'의미없이 떠들지만 가정하는 것들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무엇'들이었다. 갑자기 이 일이 왜 떠올랐을까? 어제 코칭 MBA 역량 학습 중에 '침묵'의 힘을 주요 골자로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어서였다. "만약 이 세상에 말(언어)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랬다면 몸짓이 몸의 언어가 될 터이고, 표정이 얼굴의 언어가 되었겠지? 몸의 언어나 얼굴의 언어로만 의사전달을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동물들과 다를 건 뭘까? 말이 없어지면 좋은 건 뭐가 있고, 나쁜 건 또 뭘까? 



가정해볼 수 있는 일들은 지금이 기준이 되어서 생각하게 될 테니, 당장 '대화' 혹은 '질문'으로 이어가는 코치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로 자연스레 생각이 넘나들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시력을 잃은 대신 후각, 촉각이 발달해서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킨다. 그처럼 말이 아예 없으면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해지고 발달하게 되지 않을까? 특히 시각 관련 감각 기관들이 더욱 발달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민감하게 정보처리를 하려 할 것이다. 자연히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이  '바라보고 느낌'으로써 세상이 보내는 신호 내지 표지를를 알아차리려 할 것이다. 민감하게 관찰하고, 스킨십을 통해 상대와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일,  표정관리 하는 일이 새로운 역량이 되기도 하겠다.



위키백과에서 언어(言語)에 대한 정의를 일부의 예로써 밝힌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내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계.  

    사물, 행동, 생각, 그리고 상태를 나타내는 체계.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의미들의 체계.  

    문법적으로 맞는 말의 집합.  

언어 공동체 내에서 이해될 수 있는 말의 집합.  



1,2,3번의 내용으로 보자면 굳이 발성에 의한 말이나 손으로 쓴 글이 아니어도 침묵같은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계는 다 언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ICF(국제코칭연맹)는 코치가 갖춰야 하는 역량 5번 '프레즌스를 유지한다'에서  '침묵, 멈춤, 성찰을 위한 공간을 만들거나 허용한다.' 를 실행지침 중 하나로 요구하고 있다. 말 잘하기를 역량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통해 어떻게 성찰적 공간을 만들 것인가를 익히게 한다. 또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의하면 한 사람이 타인에게서 받는 이미지는 시각(몸짓) 55%, 청각(음색, 목소리, 억양) 38%. 언어(내용) 7%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비언어적 요소를 더욱 중시한다는 것을 봐서도 침묵이나 몸의 언어, 표정의 언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칭 MBA 학습 중에 코칭 시연들이 있었다. 코치역할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맥락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질문을 하고 매끈한데, 뭔가 자꾸 아쉬움이 남았다. 그게 뭘까 유심히 지켜봤다. 생각해보니 쉼없이 이어가는 질문과 대답이 너무 꽉꽉 차서 여유가 없었음을 발견했다. 고객은 언변도 뛰어나고 성찰이 뛰어나서 스스로 표현하고 통찰을 얻었다. 그런 고객이라면 코치는 더더욱 최소한으로 표현하고 간결한 질문으로 고객에게 사색의 공간을 더욱 넓혀줘야 한다. 대화 과정에 공간을 만들려면 침묵하며 멈춰서야 한다. 코치도 고객도 관찰자의 눈을 공중에 띄우고 조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치인 내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객에게 주목하면서 고객이 자신이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존재인지 경험하고 자각하도록 파트너십을 이뤄야 한다. 




고객이 강력한 질문을 받으면 생각하느라 한참을 침묵을 지키며 멈춰서 있다. 그런 때면 코치는 가만히 침묵으로 말 너머의 공간에서 함께 하기만 하면 된다. 속도도 체계도 혼란한 시기에 침묵의 언어를 배워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말없음의 순간을 견디지 못해 어색함의 공백을 어떻게든 말로 채우려 한다. 어색함을 넘어 불안감까지 느끼며 그 순간을 벗어나고자 기어이 말 혹은 질문으로 채운다. 이런 때면 언어가 외려 고객의 사고 체계를 흐트려 놓는 방해꾼이 된다.  "침묵은 신이 말하는 언어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나쁜 번역이다."라고 에크하르트 톨레의 일갈은 황금률처럼 여겨진다. 코칭 현장에서 침묵의 시간은 신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고객의 '아하' 알아차림의 순간이자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침묵을 자각하는 순간이 많을수록 안정되고 또 다른 차원의 내가 된다.




나는 고객이 침묵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내면에서 끓고 있을 자기 인식의 도가니가 반갑다. 고객은 침묵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내면의 진실을 만난다. 생각을 스위치하기도 하고, 이전의 제한적 신념을 바꾸거나, 감정의 회오리에서 빠져나오는 경험 등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린다.  그럴 떄면 코치인 나는 저절로 옅은 미소를 띠며 가만히 그의 역동을 지켜본다. 음성이 달라지고 표정이 달라지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표현하는 고객을 보면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최고의 경청은 비언어적 몸짓을 읽고 표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며, 말해지지 않는 침묵의 공기까지 느끼고 듣는 것일 테다. 침묵 끝에 표현하는 몸말이나 어휘에 주목하면서, 침묵의 의미가 뭐였는지 혹은 느낌이 어떠했는지를 물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침묵으로 일관된 의사소통만 있다면 화를 참지 못하고 미리 죽어버릴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테다.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가장 두드러지고 특징적인 자질이 언어라는 사실은 언어의 힘을 또 말해준다.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 습득은  100,000년 전을 기원으로 한다. 인류사에서 언어가 빚어낸 스토리텔링이 문명을 건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생겨나면서 습득한 지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고, 문자의 발명이 지혜를 더욱 영구적으로 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나누는 언어는 인류사의 유산이다. 논증, 수사학 등이 언어의 논리 체계를 공고히 하면서 수월한 의사전달 설계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왔다. 민족,나라, 직군, 대상, 문화 등 다양한 분류 체계로서 자신들의 언어생활을 구축해갔다.




코치들이 사용하는 발화로서의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정체성의 언어, 목적의 언어, 존재의 언어, 선택의 언어, 가능성의 언어, 상상의 언어, 확장의 언어, 맥락의 언어, 존중의 언어, 초대의 언어, 지지의 언어, 인정의 언어, 일깨움을 일으키는 언어, 호기심의 언어, 무판단의 언어, 반영의 언어, 피드백의 언어, 표현의 언어, 감각의 언어, 감성의 언어, 수용의 언어, 중립성의 언어, 알아차림의 언어, 개방성의 언어, 현존의 언어, 미래 지향형의 언어, 성찰의 언어, 변화의 언어, 성장의 언어, 긍정성의 언어, 창조성의 언어, 직관의 언어......어떤 자리에서든 만남의 시간에 '코치'라고 직업을 밝히면 자주 만나는 반응이 있다. "어쩐지, 말씀하시는 게 달라요." 코치들의 언어는 남다른 데가 있다고 한다. 코치들이 다른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이나 여행을 다녀와서 하는 공통적인 말도 있다. 특히 고령의 코치님들은 그 차이를 선연하게 느낀다. .




코치들은 확실히 개방성이 있고 언어의 힘을 알아서 대화가 다르다. 잘 듣고 있다가 유효한 질문으로 타인의 성찰을 돕는다. 초보 시절에는 나도 앵무새처럼 프로세스에 맞는 대화 질문을 외워서 말했다. 마음의 저항은 접어두고 상위 코치가 하는 질문을 맥락도 모른 채 따라 하기도 했다. 코칭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깊이가 깊어질수록 언어 사용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던진 질문이 고객의 의식을 확장하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내가 표현한 직관이 고객의 각성을 촉발하기도 하고, 단어 하나가 관점을 바꾸어 놓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한다. 열린 질문으로 고객을 수다쟁이가 되게도 하고, 기적 질문으로 창조가가 되게도 한다. 인정하고 지지한 말이 고객의 가능성을 한번에 연다. 코치를 관계전문가, 성숙전문가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하고 간단한 질문이 고객을 풍요로 이끈다. 코치는 덜어내고 빼내려고 공부한다. 철학을, 심리학을, 교욱학을, 뇌과학을, 코칭학을. 간명하나 적확하게, 수용하나 중립적으로. 코치는 그 자신이 몸언어, 표정언어, 말글, 급기야 침묵까지 전방위로 탐구하여 진솔하고 성실한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언어, 지금 여기에의 솔직한 감정이 자연스레 표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참된 코치, 코치다움은 수행에 가깝다. 그래도 어쩌랴? 코칭의 힘을, 코칭의 맛을, 코칭의 언어를 알아버렸으니. 전방위의 언어를 갈고 닦으며 고객을 향한 사랑온도를 높여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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