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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Feb 05. 2024

벽돌공 VS 성전 짓는 사람

정체성의 언어

겨울잠 자는 곰처럼 춥다는 이유로 가급적 외출을 않고 칩거한다. 활동량이 적으니 확실히 토실토실 살이 오르며 배둘레햄이 튼실해진다. 이쯤이면 또 의지박약의 자신을 비난하며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거 아닌지 익숙한 레파토리가 등장한다. '다이어트'는 이데올로기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강박증을 앓고 있다. 전 세대에 걸쳐 다이어트교를 추앙하며 백방의 처방을 내놓지만 '다이어트'는 일체의 자비가 없는 듯하다. 평생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게 한다. 단지 미용때문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이슈가 되어 감량하지 않으면 안되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안되는 이유는 뭘까?



코칭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토픽이 '다이어트' 관련해서다. 나조차도 잘 지킬 수 없는 영역이라 솔직히 이 주제를 들고 오는 고객에게 코칭하는 것이 가능한지 자신이 없어진다. 이 주제제에 한해서는 나 역시 다른 코치의 코칭을 받아 내적 동기를 강화한다. 나의 몸코치 울림은 여늬 코칭과는 다른 접근을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자아상부터 그려보게 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깊이 탐색한다. 무조건 체중 감량을 위한 방법 찾기나 실천의지를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몸에 대한 자기인식을 주로 한다. 자신의 몸과 친하게 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처음으로 내 몸이 밉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코치는 결코 친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고객을 기분좋게 하거나 칭찬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객들은 코치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지지하는 후원군이라고 생각한다. 코치는 고객이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고객의 언어를 그대로 반영하거나 키워드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주는 일반적인 속성으로 고객의 상태를 진단하거나 단정짓는 말을 하지 않는다. 고객이 정의하는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자세히 물어본다. 단순히 음식조절을 말하기도 하고, 체중감량을 다이어트로 표현하기도 한다. 재정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고객 역시 더 선명하게 자신의 숨은 욕구를 발견한다.



고객은 습관처럼 살이 쪘으니까 살을 빼야 당연하지라는 문제에만 집중하며 문제해결에 초점을 둔다. 의지박약한 자신에 대해 비난과 한풀이를 한바탕 풀어놓는다. 당연히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해서 못마땅한 자아상을 그린다. 코치는 가만히 다 듣고 나서, 그것이 고객에게는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본다. 한 고객은 아들 얘기를 꺼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를 펼쳤다. 모자관계가 아주 애틋했는데 고등학생인 아들이 체형이 무너져가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아파서 자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을 뒷바라지하느라 잠도 부족하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자신이 건강을 유지해야 아들이 편안해질 것 같다고 울먹였다.



커리어 우먼이었던 사람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린 듯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기관리가 안되는 것이 몹시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다이어트가 그저 이슈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삶의 곡선에서 무시로 업다운을 경험하게 되는데 여성들에게는 체중 조절과 관련한 스트레스는 쉬 극복하기 어렵다. 체중 증가가 그저 욕구 불만의 차원이 아니라, 이상적 욕망에 닿고 싶은 마음을 꺾는 걸림돌이다. 다이어트가 성공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었다. 늙어서까지 잘 유지되면 영어 그림책 읽어주는 센스있는 동네 할머니, 호호아줌마처럼 유쾌한 사람이 되어 아들이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호호할머니라 스스로 명명한 덕에 고객은 유쾌한 장면과 연동할 수 있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상을 갖고 싶어진 고객은 그 어떤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체중조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불규칙한 생활이 체중조절을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수면조절과 음식조절, 운동 등을 체계적으로 루틴화하면 된다는 방법이야 진작부터 알고 있는 방법이었으나 내적 동기가 달라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무조건 참거나 의지를 발휘하는 일로는 한계가 있다. 고객이 스스로 찾아간 비유적인 정체성이 재미와 의미를 구성해서 실행으로 옮기게 했다. 고객이 들고온 주제는 문제거리가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코치는 언제나 고객의 정체성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다. 고객과의 대화 중에 맥락을 타고 가다가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고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일에 마음을 쓰는 것일까요?", "이 일은 고객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고객님 자신을 어떻게 비유하고 싶으세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고객은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자신이 사소한 행동이나 바람조차 더 깊은 존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더욱 진지해지고 의미부여를 하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방안을 생각하고 실행력을 키운다. 스스로 한 결정들이기에 책무를 느끼고 주체적 실천을 하고자 한다.



코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거 아니냐고, 코칭이 아니어도 개인적 의지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할 사람들에게는 덧보탤 말이 없다.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은 코칭을 받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코치와 코칭 대화를 나누다보면, 촉발된 사유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표현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말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는 고객들을 만난다. 나 역시 코칭을 받으며 코치 앞에서 스스로에게 선언한 다짐들은 거의 지켜져서 놀랐다. 작년에 코칭 받은 내용 중 일상의 나쁜 습관이나 루틴화하는 일들은 거의 지켰다. 체질 개선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두고 있었던 제한적 신념의 감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코칭 중에 올빼미족이었던 내가 얼리버드가 되어 새벽 글쓰기 챌린지 코칭을 2기째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 글쓰기를 하며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시간관리를 효울적으로 해서 더 많은 일을 치르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 "'나(Authentic-Self)'로 살고자 하는 이들이 주체적인 삶의 저자(Author)로 살아가는 길에 동행한다" 는 최근까지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나의 목적 선언문이다. 고객들이 궁극에는 셀프코칭으로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진성리더로서의 변혁적 삶을 디자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런 삶을 나의 존재이유로 삼았기에 나를 시시하게 대할 수 없다.



웅장한 건축물을 쌓는 일군의 사람들에게 지나가던 현자가 말을 붙였다.

현자 :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A : 보면 모르오. 지금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고 있지 않소?

B : 내 가족들을 위해서 밥벌이를 하고 있소이다.

C : 저는 이 곳에 와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참회의 눈물을 흘릴 이들을 위한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어떤 답이 그대를 더 잘 설명하고 있는가?


코치는 확실히 정체성의 언어를 발굴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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