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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ug 24. 2016

'엄마' 라는 말에는 온도가 있다.

어제(지난 8월 18일) 친구 어머님이 아침에 수술을 받고 다시 입원을 하셨다. 저녁 늦게까지 마취가 깨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이 깊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잘 회복되고 계신다.


밤 열시가 넘어서도 여전히 감각이 멍하다는 다리와 차가운 발을 주물러 드리며 잠시 또 아빠 생각에 울적했었다. 그 와중에도 어머닌 딸내미들 밥을 챙기느라 식당문 닫히기 전에 빨리 밥부터 먹으러 가라고 병원 근처 쌈밥집으로 맛집 선정까지 해주셨다.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참, 어쩌면...한결같이 다 그렇고 그렇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못 먹었다는 친구를 데리고 나가 밤 열한시를 바라보며 "이건 정말 아니지" 하면서도 우린 고깃집에서 열심히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래, 모닝고기도 너끈히 소화하면서 뭘~~ㅎㅎ아침까지 배가 부른...


어제 겨우 멀건 죽을 드시고 오늘은 밥을 드실 거라고 해서 아침 일찍 식구들 아침밥을 챙겨서 내보내고 오전내 부지런 떨어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춰 드시게 하려니 데치고 지지고 볶고 하느라 불앞에서 땀범벅이 되었다.


그렇잖아도 아침도 거르셨다며.. 아까워서 우찌 먹겠냐고 간호사님과 간병인, 병문안차 들른 손님들, 이미 다 친구 삼은 입원실 사람들께 자랑만 한 시간을 하셨다.

 "아이고...정말 별거 아닌데.."


딱히 해드릴게 없어서, 그냥 지난 일년간의 병원밥이 신물이 나실 것 같아 입에 맞으시거든 입맛 없으셔도 즐겁게 수저를 들게 하고 싶었었다. 그렇게라도 긴 시간 동안 정말 고생 하셨다고, 앞으론 건강하실 일만 남았다고 위안을 드리고 싶었다.


 아빠가 떠나시고 나서는 친구의 부모님도 더 아깝고 애처롭고 살가운 내 부모님 같아진다. 부디 모든 부모님들 건강들 하시고 탈없이 오래오래 곁에 계셔주시기를 기도한다.


오전 일정 끝나고 친구 어머님이 퇴원하시는 날이라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재활치료를 겸할 수 있는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신다고 해서 가시는 모습을 배웅해 드리려고 병원에 들렀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가시는 길이 막히면 한도 끝도 없어서 서둘러 출발하시라고 했는데 굳이 을 먹이고 가신다고..


더 고집부리진 못하고 병원 근처 음식점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일일이 구워진 고기와 야채며 장류며 풋고추까지 먹기 좋은 크기로 똑똑 잘라 앞접시에 놔 주시는 걸 마다않고 잘도 받아먹었다.


엄마 마음이라.. 엄마 밥은 그냥 밥 이상의 영양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건강하고 따뜻한 맛이 난다..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반찬을 싸다 드렸던 도시락을 열어보고... 한참을 가슴이 뻐근하게 저리다.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지난 주말, 돌아가신 아빠의 첫 생신을 챙기고 싶어서 의논을 드렸다가 번거롭게 하지 말고 곧 추석도 멀지 않으니 제사나 챙기자는 엄마의 퉁명에 잠깐 서운해서 삐쭉했던 맘으로 "밥은 먹었니?" 하시는 소리를 듣다 말고 엄마와의 전화를 먼저 싹뚝 잘라끊었었다.

'못된 딸년 ㅠㅠ'

오늘은 빨리 일 끝내고 엄마랑 맛집탐방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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