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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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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Nov 09. 2019

나타샤의 정원

나타샤의 부엌


누군가에게 나타샤라는 이름을 이야기하면 타샤 튜더가 떠오른다 말했다. (최근엔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들었다.)

정원을 가꾸고, 정원의 야채들로 정성껏 요리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드는 할머니, 타샤 튜더. 이름처럼 나타샤는 타샤 튜더와 비슷했다. 정원을 가꾸고, 정원에서 기른 식물들로 요리를 했다.


나나이모에 도착하여 나타샤의 집으로 갔을 때, 나타샤는 가장 먼저 정원을 보여주었다. 나타샤가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들을 시작으로 마지막으로 남은 블랙베리, 사과와 배나무, 야채, 꽃과 허브 그리고 정원의 퇴비를 만드는 곳까지.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나타샤의 표정은 뿌듯하고 기뻐 보였다. 나는 나타샤가 메일로 보내 글로만 알던 곳을 눈으로 향으로 손으로 느껴져 이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정원을 소개하면서 나타샤는 나를 위해 남겨둔 마지막 블루베리를 맛볼 수 있게 해 주고, 사과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먹어보라고 했다.

긴 이동시간 끝에 맛본 달큼함이었다.


정원 식물들의 소개를 마치고 곳곳의 빅의 흔적들도 보여주었다. 빅이 만든 그린하우스라 불리는 유리온실에는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가 자랐다. 나무로 만든 집 중 하나는 빅의 작업도구들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어린 JP가 놀던 집이었다. 2층으로 된 집은 낡았고, 커버린 JP대신 곁에 오래된 무화과나무와 퇴비 만드는 공간이 있었다.


가을이 되면서 나타샤의 정원은 점점 성장을 멈췄다. 아침이면 여름 내내 자랐던 딸기, 체리. 블루베리, 라즈베리를 얼려둔 것을 시리얼, 요구르트와 함께 먹었고, 우리는 여름의 정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저녁 먹기 전 배가 고플 때면 나는 정원을 산책하면서 사과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따먹거나, 이웃에게 선물로 주고 이웃은 정원에 놀러 온 사슴과 나눠먹었다. 요리를 하기 전에는 필요한 것을 세어보고 정원에 있는 것을 바로 따왔다. 정원에서 자라난 것은 마트에서 사는 것과 다르게 싱그럽고 온도가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바깥에 의자를 두고 앉아 볕을 쬐며 나는 트위터를 나타샤는 아이패드로 페이스북을 했다. 추울 때는 정원에서 재배한 민트 티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보았다.  달콤한 포도를 먹으려고 다양한 새들이 놀러 왔고, 가끔은 다리 하나만 있는 로빈이 놀러 와 떨어진 포도를 먹다 갔다. 9월을 지나 10월이 될 즈음엔 해바라기는 꽃잎을 떨궜고 가을볕에 익은 해바라기 열매를 먹으려고 청설모는 해바라기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정원의 하루는 느리지만 매일 조금씩 달랐고 재밌었다.


3주 여행이 끝날 즈음 자라난 잔디를 정리하고자 잔디 깎기 기계를 사서 나타샤와 나는 번갈아서 밀어 정리했다. 잡초뽑기 기계로 곳곳의 잡초도 뽑고, 그린하우스의 식물들도 뽑아버렸다.

그리고 나타샤는 기울어져버린 해바라기를 잠시 바라본 후, 내년에도 볼 수 있다며 베어냈다.


정원의 변화가 여행의 끝나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나타샤가 사랑한 해바라기
안녕,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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