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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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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Nov 16. 2019

한국요리란 뭘까요?

캐나다에 가기 전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어떤 한국요리를 할까'였다. 유명한 한국요리라 하면 김치, 라면, 불고기, 비빔밥,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떠오른다. 김치와 라면은 사기만 하면 되니 요리는 패스. 불고기는 내가 베지테리언이니 패스. 비빔밥은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음식이니 패스. 떡볶이는 한국을 나타낸다기엔 약간 아쉽고 떡을 구하는 게 어려우니 패스... 하려 하니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라볶이를 만들어 주었을 때 무척 좋은 반응이었던 것이 생각나 떡볶이 소스 구입. 그렇게 패스패스 패스하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의 늪에 빠질 때쯤 미국에서 이민 경험을 가진 분이 답을 주셨다.

잡채 하나 만들면 모두 다 좋아해요!

아. 그래! 잡채가 있구나. 색깔도 예쁘고 비빔밥에 비하면 손이 덜 가고 나눠먹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전통적이면서 한국성도 있으니 합격. 그렇게 해서 외국에 없을 것 같은 한국의 몇 가지 재료를 캐리어에 담았다.


나타샤가 찍은 요리하는 나

나타샤의 계획에 따르면 나의 첫 요리는 일요일이었다. 교회에서 알게 된 줄리엣, 로이스, 조이스 세 친구가 온다고 했다. 나는 나타샤에게 잡채를 한다 선포하고 필요한 재료는 마트에서 샀다. 재료가 준비된 후 요리하기 전 엄마에게 잡채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 엄마는 '네가?'라고 말한 후 기특하다는 말과 함께 참기름을 많이 넣으라 했다. 그래 참기름이면 만사 OK구나. 이로서 모든 마음의 준비를 완료했다. 초대된 세 사람이 오기  3시간 전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의 요리의 메인은 잡채와 밥, 그리고 김치, 김, 콩나물 무침 세 가지 반찬이다. 모든 재료를 씻고 썰고 볶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내가 요리를 잘할 수 있도록 오늘의 수셰프가 되겠다 하며 말한 뒤 전통가락이 흐르는 한국 노래를 BGM으로 틀어주었다. 나의 요리실력에 비해 너무나도 전통스러운 한국음악이 흘러나와 나는 웃음이 터졌지만, 나타샤는 나의 요리에 감탄하며 정성스레 사진을 찍어주었다. 야채 볶기를 마친 후 재료를 한쪽에 두고 당면을 삶고, 쌀을 씻어서 냄비에 올렸다. 잡채의 밑준비를 마치자 큰 그릇에 모든 것을 담고 간장, 설탕으로 간을 맞춘 후 참기름을 듬뿍 넣어 버무렸다. 참 쉽죠? 후루룩 잡채요리를 마치고 콩나물을 삶아 물을 빼고, 참기름을 솔솔 뿌려 무침을 했다. 모든 요리가 끝날 즈음 나타샤가 초대한 세 친구가 왔다. 학교 영어 듣기 평가에는 늘 두명만 존재했는데, 오늘은 넷이라니.. 난이도 상+++이구나 생각하며 귀를 활짝 열었나. 모든 요리를 마치자 나타샤는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한 후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나는 오늘의 음식을 접시에 담으면서 어떤 음식인지 하나씩 소개했다. 가히 이건 요리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준비한 잡채와 콩나물무침, 밥 외 맛이 없을 상황을 대비하여 김치, 김을 밑반찬으로 내놓았다. 모든 음식의 세팅을 마치자 나타샤와 친구들은 식탁 위 놓인 음식들을 정성스레 둘러보고 자신의 접시에 옮겼다. 나는 너무나 두근거렸고 음식을 푸는 척하며 다른 사람들의 접시를 보았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잡채를 먹은 후 또 접시에 담아 먹었고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특히 김을! 김치는 호불호가 있었지만  줄리엣은 너무나 맛있어서 어디서 살 수 있는 물었고, 나는 여분으로 가져온 김치를 선물로 주었다. 캐리어 한 켠 가득 음식을 가져온 보람도 요리를 한 보람도 느껴지는 자리였다.


전과 도움 요청을 기다리는 수셰프 나타샤

한국 요리시간은 세 사람의 큰 호응에 의해 두 번째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출장요리였다. 우리를 초대한 발바라와 롭은 한국 여행을 가본 적이 있고 한국음식을 너무나 사랑하고 무엇보다 한국의 전이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고 했다고 나타샤는 내게 말했다. 전이라. 평생 엄마가 해준 것만 먹어봤는데... 정확한 요청이 있으니 해보기로 했다. 검색에 따르면 전의 생명은 부침가루라는데 내겐 부침가루가 없다. 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엄마는 부침가루가 중요하지만, 예전에는 밀가루로도 했으니 괜찮다고 말하며 기름을 생각보다 많이 넣고 부치라 했다. 다행히 출장요리를 가기 전, 전 만들기를 연습할 기회가 생겼다. 저번 주에 만난 나타샤의 세 친구들과 니들펠트로 동물 만들기를 했는데, 완성하지 못해 다시 한번 더 만들기로 했다. 고민 없이 전을 부쳤다. 이번 요리의 BGM은 아니 노동요는 오마이걸이 부른 데스티니를 틀었다. 최근 퀸덤에서 한국적으로 편곡한 데스티니의 한국적인 소리에 나타샤는 마음에 쏙 든다 했고, 나의 노동력 지수를 높아졌다. 엄마의 말에 따라 야채를 자르고 넉넉히 기름을 넣고 전을 부쳤다. 완성된 첫 번째 전은 내가 먹어본 전에 비하면 두껍고 바삭한 느낌은 부족했지만, 맛은 비슷하니깐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었다. 그렇게 사람 수에 맞춰서 5개 전을 만들면서 점차 전은 내가 알던 모습과 비슷해졌다. 전을 먹은 세 사람은 너무 맛있다고 말하며, 야채가 가득 들어서 건강한 음식이라 말했다.(기름을 참 많이 썼는데 말이지.) 충분한 전 만들기 연습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나는 자신감 갖고 출장요리에 가져갈 전을 만들었다. 발바라와 롭은 한 입 먹은 후 맛있다 했다. 물론, 전주 어드메 잔치에서 먹었다는 것과는 맛이 다르겠지만 미션을 성공했다는 사실에 나는 다행을 느꼈다. 더불어 전을 좋아하는 발바라를 위해 이후에도 해 먹어 볼 수 있게 그림을 그려 레시피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는 전 요리보다 큰 호응을 얻어 주변의 추가 요청에 따라 떠나기 전까지 레시피 카드를 만들었다.


전을 만드는 방법이 담긴 레시피카드


김밥엔 떡볶이

그렇게 모든 한국요리를 만들었다 싶을 때쯤 내 방에 떡볶이소스가 덩그러니 남았다. 혹시나 만들기 회가 있을까 싶어 라볶이를 만들심산으로 라면도 샀는데 말이다. 이러다 다시 한국에 들고 갈까 싶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타샤를 위해 김밥을 만들고 나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었다. 김밥김이 아니어서 김밥 옆구리가 자꾸 터졌지만... 잘 봉합했다. 김밥말기를 마치고 떡볶이를 만드는데 나타샤는 냄새가 너무 맛있게 느껴진다 했다. 나는 김치를 먹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던 나타샤를 떠올리며, 이건 김치보다 매워서 먹기 어렵지만 완성하면 도전해 보라 했다. 그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떡볶이와 김밥을 나란히 두었고 나타샤는 김밥을 먹고 맛있다 말하며 떡볶이를 먹어보겠다 했다. 나는 조금만 도전해 보라 했고 나타샤는 조금 먹은 후 맵지만 맛있다 말했다. 김밥을 먹으며 식힌 후 라볶이를 처음보다 더 많이 자신의 접시로 옮겼다. 분명 소스만 먹을 때는 나조차도 매웠는데 어찌 된 일인지 완성된 떡볶이는 매콤 달콤했다. 단 맛을 내는 것은 설탕뿐이었는데 왜 그런가 했는데.. 원인은 당근이었다. 한국에 비하면 무척 달달한 캐나다산 당근은 라볶이를 달콤하게 만들었고 나타샤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먹는 중간에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타샤는 김밥을 라볶이 소스에 찍어먹었고, 나는 그것이야말로 정석이라 말했다. 나타샤는 즐겁게 웃으며 또 먹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히 내게는 여분의 소스와 라면이 있었고 나는 남은 재료와 레시피 카드를 남겼다. 한국음식 참 대단하다 싶은 나날들이었다. 이후 나타샤의 스몰토크에서 나는 까미노에서 만난 친구에서 한국요리를 대표하는 나나이모 한국 요리사가 되었다.


 

번외) 한국요리는 아니지만 요리를 한 번 더 했다. 너무나도 쉬워서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 월남쌈. 마침 마트에 갔다가 파는 라이스페이퍼를 발견하고  구입해두었다. 하루는 나타샤에게 힘든 일이 생겼는데 너무나 힘들어 보이는 나타샤를 힘나게 해주고 싶어 요리를 하겠다 나섰다. 볶을 필요가 거의 없는 밑재료들을 쓱쓱 자른 후 땅콩버터로 소스를 만들고 내어놓았다. 나타샤는 따뜻한 물속에 라이스페이퍼를 담근다는 사실에 놀라고 땅콩소스 맛에 반해 먹는 내내 '으음~ 으음~'을 연발하며 먹었다. 더불어 야채가 가득 들어서 건강하다는 말을 놓치지 않으며 레시피를 물었고 이후에 한 번 더 월남쌈을 나눠먹었다. 역시나 나타샤는 건강하다 말했고 땅콩소스를 남기지 않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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