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샤가 래프팅을 예약했다.
딱 한 번 타본 적이 있다. 이십 대 초반 친구들과 내일로(7일 동안 기차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티켓)여행 중 곡성에서 래프팅을 탔다. 예약할 때 본 격해보이는 사진과는 다르게 우리는 보트 위에서 천천히 노를 저었다. 시시한 노 젓기에 흥미를 잃을즈음 강사는 래프팅 배를 흔들어 우리를 빠트렸고, 물속 위를 둥둥 떠다니며 놀았다. 그런 나의 첫 번째 래프팅 기억을 떠올리며, 나타샤가 말하는 래프팅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캐나다는 자연이 광대하다는데 말이지..) 나는 메일로 어떻게 래프팅을 하는 것인지 물었고, 나타샤는 I have no idea! 걱정하지 말라고 재밌을 것이라 답했다. 역시 까미노를 세 번이나 걸은 나타샤는 초인인 걸까?
캐나다에 온지 3일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타샤는 아침을 먹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래프팅 가는 일이 무척 기대된다며 비예보를 대비해 단단히 옷을 입으라 했다. 따뜻한 털모자, 레인코트, 따뜻한 양말, 부추 그리고 젖을 경우를 대비한 여벌 옷. 이 정도 준비면 엄청난 래프팅 같은데 우리 괜찮은 걸까? 걱정이 들었지만 나타샤는 시종일관 즐거워 보였다. 나도 I have no idea 다.
모든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탔다. 나타샤는 시내에 가는 것과 다르게 고속도로를 타야 된다며 미간을 좁혔다. 기어를 올리며 속도를 높일 때면 후! 하! 숨을 들이쉬었다. 아, 우리.. 괜찮은 걸까?
자꾸만 들숨날숨을 열심히 쉬는 나타샤를 보니 눈 앞에 큰 트럭이 보일때면 신께 기도를 드렸다. '제가.. 보험은 들었지만 아직은 여행 시작입니다.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요.!' 가뿐 숨과 기도가 오간 운전은 1시간만에 끝났다. 차가 멈추자 나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1종 보통면허가 있지만 장롱 면호로 늘 집에 두고 있는 나로서는 나타샤가 운전으로 여기를 온 것만으로도 벌써 오늘의 모험을 마친 기분이었다. 운전 모험을 마치고 모이는 장소에 서서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차가 지나갈때면 우리와 함께하는 참가자인가 기대했지만, 캠프장을 향해가는 올라가는 차였다. 불안함에 나타샤는 눈쌀을 찌뿌리며 예약 티켓을 확인할 때쯤 우리와 비슷한 목적지로 가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타샤는 사람들이 새로 올 때마다 반가워했고 스몰토크에 시동을 걸었다. 스몰토크에는 까미노에서 만난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사람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활짝 웃으며 Yes와 U_um을 반복했다.
영어 말하기 수행 평가하는 기분으로 스몰토크에 참여할 때쯤, 래프팅 업체 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휴). 10명 남짓한 참가자들은 차례대로 노란 버스를 탔고, 버스는 강가로 이동했다. 강사는 차를 운전하면서 강의 물살을 보고 적정한 곳에 멈췄다. 걱정과는 다르게 잔잔한 물가였지만, 중간에 폭포가 나온다든지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래프팅에 대한 걱정을 미뤄두기엔 일렀다. 버스 위에서 두 대의 래프팅 보트를 내렸고, 나는 왠지모를 두근거림이 생겼다. 보트를 타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직접 노를 저어 가는 것이고 하나는 그저 타는 보트였다. 나타샤는 후자의 보트를 선택했고, 나는 전자의 보트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혹여나 영어로 설명해준 노 젓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자 방황할까 싶어 후자를 택했다.
오늘의 래프팅은 내가 경험한 첫 래프팅보다 훨씬 더 안전했다. 보트를 저어주는 강사는 물결 같은 속도로 보트를 운전하며 주변에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강 위를 헤엄치는 연어와 물 위를 지나가는 뱀을 보았고 강가에서 자란 야생 사과를 맛보았다. 작지만 알찬 맛이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지나자 수면 위로 떠다니는 물개도 보였다. 보트운행을 멈추고 모두 내렸다. 버려진 섬 같은 곳을 밟자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곳은 물의 양에 따라 때때로 사라지고 바닷물을 머금고 있어 작물이 자라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잡초와 꽃들은 자라기도 했다. 멈춰 서서 땅에서 자라난 것들을 조용히 지켜본 후 다시 보트에 탔다. 래프팅은 바다의 경계에 완전히 도달했을 때 마쳤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여행은 단체사진이다.
래프팅을 마친 후 주차한 곳까지 걸어오면서 나타샤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어. 정이 오지 않았다면 삶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을 일이었어. 고마워' 라고 말했다. 오히려 새로운 곳에 데려와 준 나타샤에게 내가 더 고마운데. 나타샤는 돌아오는 길에도 후!하!숨을 내쉬며 기어를 오르락내리락 바꿔가며 왔다. 집이 보이자 나타샤는 'We made it'이라 말하며 우리가 함께 해낸 시간에 즐거워했다. 나는 '나보다 나타샤가 해낸 일이 더 많다' 했지만, 나타샤는 '아니야! 너와 함께여서 해낸 일이야' 하고 강조하며 말했다. 그래! 우리가 해냈다. 이 대단한 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