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We're tuff.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정 Nov 13. 2019

야채파티? 그린파티!

Jeong's trip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날 나타샤는 그린파티에 대해 말했다. 하루 종일 영어 듣기만 하다 보니 수능 점심시간 이후 영어 듣기 평가처럼 집중력이 흐려졌다. 영어는 자꾸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다 알아듣고자 귀를 열고 촉을 세우며 못 알아들을 때면 'One more'라고 한 번 더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자꾸 대화가 끊겨 나는 대략 알아듣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나타샤는 '재밌는 그린파티를 열꺼야!'라고 말했고 나는 '아~ 내가 베지테리언이어서 야채파티를 연다는 말이구나'라고 해석하고 'OK!'라고 대답했다.


오늘의 계획은

1. 유치원으로 봉사를 가기

2. 토요일 래프팅에 신을 부츠 사기


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배정받은 반으로 들어갔다. 이미 자원봉사자 한 분이 계셨고 아이들은 바깥 놀이할 시간이어서 반에는 큰 도움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나타샤는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며 오후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모카신을 산 곳에 들려 나에게 맞는 부츠를 사주었다. 그리고 나나이모 바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주차를 하고 해변길을 따라 걷다 한 카페로 들어갔다.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티룸에 들어가자마자 나타샤는 커피와 나나이모바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마트 쇼핑만큼이나 빠르게 모든 것을 30초 안에 결정했다. 결정만큼이나 주문한 커피와 나나이모바도 빠르게 나왔다. 앞에 놓은 나나이모바를 한 입 먹었다. 엄청나게 달다! 커피 한 입으로 달달함을 가시고 옆을 보았다. 나타샤는 엄청나게 달달한 나나이모바를 빠르게 베어먹었다. 커피도 후륵-이 아닌 후르르르륵- 먹었다. 커피 반 잔 정도 남았을 때, 창 밖을 한 번 바라보고 빙그레 웃으며 나를 보았다. 나도 남은 나나이모 바와 커피를 후르륵 먹었다. 완벽하게 접시를 비우자 나타샤는 웃으며 '갈까?'물었고 우리는 마저 남은 해변길을 산책했다. 산책로에는 드문드문 '환경보호'와 '기후'가 적힌 피켓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피켓을 든 사람들을 지나쳐 계단을 오르자 도서관이 보였다. 도서관 앞 광장에는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초록색.. 초록색.. Green, Green.. Green party? 아! 녹색당이구나.

나타샤가 말한 그린파티는 야채 파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당이었다. 나타샤와 대화를 나눈 지 만 하루 만에 나는 나타샤의 말을 이해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9월 20일부터 27일 1주일 동안 글로벌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주간이 시작되었다.


까미노 외에 새로운 공통점에 놀란 나는 '나타샤도 녹색당 당원이에요?'라고 물었다.

나타샤는 '응. 나도 후원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모임도 참석해!'라고 말했다.

90개 국가에 똑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녹색당은 거대한 자연을 가진 캐나다에서 4개의 의석을 가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거리로 나선 스웨덴에 사는 15살 그레타 툰베리 덕분에,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Climate strike에는 어른만큼이나 아이들도 많이 모였다. 그레타 툰베리처럼 아이들은 학교를 가는 대신 피켓을 만들고 기후변화 행동에 참여하였다. 사람들이 점차 모이는 가운데 나나이모 -레이디디스미쓰를 대표하여 선거에 나선 폴 맨리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나눴다. 그는 오늘의 행사에 대해 안내하고 캐나다 원주민(First nation) 두 분을 소개하였다. 두 사람은 자연소리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주고 자연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언했다. 울림 있는 시간을 마치고 자유발언들이 이어졌다. 나타샤는 내게 '유치원에 갈 시간인데 어떻게 할래? 갈까 여기 더 있을까?'를 물었고 나는 '여기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타샤는 웃으며 '우리에겐 지금 이곳이 더 중요해'라고 말했고, 모든 발언이 끝나자 도로 행진이 시작되었다. 행진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높이 피켓을 들어 올렸고 나타샤는 거리에 놓인 피켓 중 하나를 들고 걸었다. 도날드 트럼프가 그려진 'YOU CANT COMB OVER CLIMATE CHANGE'라 쓰여있는 피켓은 사람들에게 호응과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았다. 비록 길가에서 주운 피켓이지만 걷는 내내 나타샤는 피켓이 마음에 든다면서 집에 가져가서 창문에 둘 것이라 말했다. 도로 행진은 자전거를 탄 경찰의 호의와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경적으로 호응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내 생일을 기념하여 빅토리아에 방문한 날, 더 많은 사람들이 BC주 의회 의사당에 모였다.  다양한 연령 중 학교 총파업이라는 문구로 수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모였다. 주도적인 개인의 참여도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Royal BC Museum에 들려 캐나다의 시작과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전시를 보고 거리로 나서서 피켓을 들었다. 나에 비하면 지구에게 거의 무해한 영향을 준 아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아이들의 피켓에는 '기후변화를 멈추고 우리를 학교로 가게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어른이 해야 될 의무를 아이들이 광장에 자리에 서서 대신해주었다. 고맙고 또 고마웠고 미안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 나타샤는 나나이모에 캐나다 그린파티를 이끄는 엘리자베스 메이가 연설회를 온다며 나에게 가자고 제안했다. 영어 대화만으로도 머리가 가득해지는데 정치 영어는 얼마나 어려울까 싶으면서도 궁금하여 참가하기로 했다. 2시간 가까이  영어만이 존재하는 자리였지만, 원주민들의 연주와 발언이 많은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내게 참여 의의를 주었다. 이어서 사람들은 폴 맨리에 대한 지지와 녹색당의 필요성을 말했다. 진지한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자리에서 2시간의 영어 듣기를 간신히 마치고, 나타샤는 연설회의 감동을 그린파티 티셔츠 구입 후원으로서 마무리했다. 그 티셔츠는 한국으로 나와 함께 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 주 뒤 선거가 이뤄졌다. 나나이모는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폴 맨리를 선택했다. 기쁘고 부러웠다. 내년에 한국에도 총선이라는데 어떤 선택을 할까?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는 말도 안 되게 극과 극이고,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많은 돼지들을 땅 속으로 밀어 넣는 한국에선 녹색당이 이길 수 있을까?

잘못 알아 든 야채파티 덕분에 제대로 그린파티를 하고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