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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Feb 11. 2022

맥주를 위한 운동

맥주를 좋아한다. 

밥 대신,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싶어, 슬퍼서, 기뻐서, 날씨가 좋아서 별별 이유를 찾아 맥주를 마신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때는 여행지에서 여행을 갔다는 이유로 매일매일 낮, 밤에 상관없이 맥주를 마시는 거였다. 여행이라는 이유로 참지 않고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만큼 맥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한 친구는 내가 맥주를 마시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너에게 맥주는 뭐야?" 질문했다. 말하기 전인데 이미 내 입꼬리는 올라가는 것을 보고 친구는 "너 정말 맥주를 좋아하는구나!" 말하며 함께 웃어버렸다. 조금 더 맥주에 대한 찐 애정을 자랑하자면, 내가 애정 하는 펍의 사장이자 친구가 맥주 마시는 나를 내 친구에게 "정말 맛있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라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 그만큼 맥주가 참 좋다. (글을 쓰는 오전 11시 볕이 좋아 마시고 싶다 생각한다) 


평소엔 맥주 마실 구실을 찾으며 너무 심하다 싶으면 하루 이틀, 혹은 삼일 건너뛰었는데 12월은 연말이라는 이유로 빈번하게 맥주를 마셨고 새로운 시작 1월을 맞이했다. 본래대로라면 새 마음을 꺼내어 '새해'를 계획해야 하는데 왜인지 몸이 자꾸 누워지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 기울여 들리지 않고 유난히 힘이 든다. 힘들게 하루를 보냈으니 저녁에 맥주 한 잔 할까 싶지만 오늘의 기쁨이 피곤이 될 아침이 두려워졌다. 아무래도 맥주를 잘 마시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겠구나!' 새 결심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요가 매트를 펴는 그 순간까지 할까 말까를 여러번 고민했고 자주 포기했다. 또 다시 아침이 오면 다른 날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겨우 마음을 먹고 아침마다 30분 요가와 걷기를 하였다. 고작 30분이지만 끝나면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함이 올라와 보상으로 저녁에 밥 대신 맥주를 꺼내고 싶지만 참았다. 자는 순간까지 아쉬웠지만 참으면 확실히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몸은 너무나 정직해서 운동한 티를 팍팍 낸다. 뒷다리 언저리가 느껴지고 발바닥의 힘이 쥐어지고, 척추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다. 부푼 뿌듯함은 또 맥주를 떠올리게 하는데 외면했다. 여기까지 쓴 글을 읽어보니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운동을 한 날보다 포기한 날이 더 많았다. 그래도 0보다 낫지 않은가 라는 마음으로 지내다보니 그냥 빨간 날도 아닌 큰 명절 설날이 왔다. 깊은 빨강을 가진 명절이니 편의점에 조금 더 당당히 맥주를 구입하러 갔는데 반가운 냉장고에 가격표가 혼란스럽게 붙여져 있었다. 어떤 것은 4캔 만원, 어떤 것은 4캔 만천원. 모든 맥주가 만천원이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맥주가 만천 원이 되었으니, 내게 있어 맥주 4캔은 천 원이나 올랐다. 잠시 맥주를 외면한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싶으면서 보자기에 충실히 맥주 4캔을 담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궁금함 보다 먼저 드는 갈증에 맥주를 마셨다. 평일을 돌아왔고 또다시 맥주를 참는 생활을 보내다 '맥주 가격 상승'이라는 글자를 비장하게 검색했다. 단번에 궁금증을 날리고 싶은데 기사에는 궁금한 이유는 담겨 있지 않고 여기저기 맥주 값이 올랐데 올랐데만 보이는 기사 사이로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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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원재료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맥주에 사용하는 수입맥아 가격이 지난해 1㎏당 891원에서 올해 3분기 926원으로 3.9% 상승했다. 수입 홉 1㎏당 가격도 지난해 2만 3709원에서 올해 3분기 2만 5530원으로 7.7% 올랐다. 지난달 말 기준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500달러로 올해 1월 2000달러 선 대비 약 25% 상승했다. (어라, '4캔 1만원' 수제맥주도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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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만드는데 물, 보리, 홉 그리고 완성한 맥주를 담을 용기가 필요하다. 맥주가 만들어지면 가격이 생기는데 재료비, 인건비, 운송비 등에서 물을 제외하고 원재료 가격이 인상하였다. 이유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모든 계절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지면서 가뭄으로 홉과 보리 농사에 큰 타격을 입고 생산량이 줄었다... 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재활용률이 가장 우수하다는 알루미늄 캔의 연관성에 작은 배신감이 들었다. 알루미늄은 고체 전기라 부를 정도로 생산원가에 전기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기, 스마트폰부터 친환경으로 급부상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을 제작하는데 쓰인다. 무한한 알루미늄 사용은 한정적인 자원 가격을 높였고, 이 모든 것이 모아져 맥주 4캔은 만천원이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 Movement을 하면서 재활용이 용이한 캔에는 다소 마음을 놓았다. 재활용품 박스에 플라스틱이 쌓이면 마음을 무거워졌지만, 그보다 높은 캔을 보면서는 나의 맥주 사랑력을 확인하며 뿌듯해했다. 조금 다행이라면 맥주엔 선택권이 있다. 병 보증금제가 적용된 맥주를 마시고 반납하면 보증금도 돌려받고 재사용도 되는데, 사실 내겐 선택권이 없다. 보증금제가 붙은 맥주 중 그 어느것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해 내 장바구니에 담기지 못하고 있다. 좀 더 나은 대안이라면 애정 하는 펍을 찾아가 수입산 알루미늄으로 만든 맥주 대신 가까운 거리에서 만든 맥주를 유리잔에 신선하게 마시는 건데 요즘 코로나로 임시휴업 중이다. (언제 문 열까?)


맥주를 마시기 위해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Sports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내일의 맥주가 무사히 만들어지기 위해 운동Movement도 필요하다. 올해는 어느 것이든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자!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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