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야구 #야알못탈출 #10구단 알아보기
겨울이 지났고, 봄이 와서- 선수들이 연습을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도 구경했다. 하지만 시범 경기는 올해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시범경기를 봐야 어쩐지 봄이 온 기분이 든다. 나른한 햇살, 그늘에선 어쩐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바람 크게 긴장감이 들지 않는 연습용 경기- 시범 경기. 올해의 달라진 룰도 볼 수 있고, 새로운 얼굴들도 누가 있는지 구경할 수 있어 재밌다. 졸업한 선배들이 없어서 쓸쓸해진 복도처럼, 사라진 이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상황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내 마음도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올해로 3년째, 혹시나 누군가 처음으로 야구장을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처음 가 보지만 누군가에게 아는 척할 만한 이름 골라주기)이 될까 싶어서 쓰고 있다. 전문가적인 분석 글은 아니다. 단, 하루도 경기를 빼먹지 않고 본 열성팬의 진중하고 깊이 있는 글도 아니다. 그저 적당히 동네에서 야구를 본- 일이 바쁘면 못 보고 내 팀 경기 보느라 급급한 일반인(하지만 야구를 하는 적절한 덕성 넘치는)의 시각으로 각 팀을 간단하게 소개해보는 글이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긴다면 구단 홈페이지나 SNS도 한 번 보시고- 스포츠 뉴스도 검색해보시고, 영상들도 구경해 보시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이 따뜻해지면 야구장에 꼭 가보시면 좋겠다.
과연 어떤 팀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강한 팀? 할 수만 있다면 이 팀이 강하다고 꼭 집어주고 싶다. 작년 전교 1등이 웬만하면 다음 해에도 전교 1등을 하듯이, 혹시 작년에 우승한 팀을 응원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아쉽지만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단, 한 번도 모든 팀이 같은 등 수로 끝난 해는 없었다.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한국시리즈를 7년 연속 간 팀은 두산 베어스가 유일하다. 4 연속 우승했던 해태, 삼성을 빼면 우승을 연속으로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작년의 성적이 올해의 보증 수표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야구 리그가 구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뛰어난 선수를 하위팀이 데려갈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 구단의 투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지는 FA 제도 등은 스타플레이어나 유망주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리그 전체가 흔들리도록 만든다. 이게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등장인물을 알아보자. 리그를 흔들 위력을 지닌 선수들과 작년에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렵지 않게 타자 1명, 투수 1명이다. 소개하지 못한 멋지고 야구 잘하는 선수가 많은데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시즌 들어가서 차차 할 틈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MLB > KBO (SSG) 김광현
MLB > KBO (기아) 양현종
올해 계약금만 최소 30억 최대 151억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다칠 수도 있고-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하여간 계약 금액만으로 올해 얼마나 그 선수가 해낸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작년까지 전교 1등이었던 학생인 건 분명하다. 그렇기에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팀에 데려온 것이다. 대체로 올해도 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중에 김광현은 주니어 때 류현진 (MLB 블루제이스, 작년 14승 - 10승 이상이면 대단한 선수예요)과 함께 양대 좌완 투수 중 하나였다. 이 선수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한국 야구 리그(KBO)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돈(4년 131억)만큼 기대와 주목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김광현이 돌아온 SSG에는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있어 재미있는 시너지도 기대된다.
게다가 양현종이 돌아왔다. 양현종 역시 KBO를 씹어 먹던 대단한 투수다. MLB에서 너무 일찍 돌아와 마음이 아프지만, 그를 한 해라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야구팬으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4년 103억, 전성기 그대로 기아를 수호신처럼 지켜줄지 기대된다.
삼성 > LG 박해민
두산 > NC 박건우
NC > 기아 나성범
롯데 > NC 손아섭
키움 > KT 박병호
한 팀에서 잘하는 선수 한 명은 그냥 한 명이 아니다. 한 팀을 이루고 있던- 협동이나 팀 분위기마저 흔들 수 있다. 박건우의 이적이 두산 베어스에게 뼈아픈 이유다. 선수도 그렇지만, 팀도 좋은 팀워크를 이루는 선수가 빠져나가는 건 부담스럽다. 그 선수가 있던 자리가 뻥 비게 된다. 이걸 올 한 해 어떻게 채워내는지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이적하거나 큰 계약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각 팀별로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투수" 1명, "타자" 1명을 골라보았다. 왼쪽은 홈팀의 유니폼, 오른쪽은 어웨이팀의 유니폼이다. 자기네 동네에 있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면 빨래를 자주 할 수 있어서 하얀색 옷을 입었고- 남의 동네까지 먼 곳으로 여행('원정'이라고 함) 가서 야구하면 빨래하기 힘드니까 진한 색 옷을 입는데. 그게 '어웨이'팀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바로 아래 2021년 10위 한화 이글스 이미지를 보면, 왼쪽 투수는 흰 유니폼이고 오른쪽은 주황색 유니폼이다. 대전에서 경기를 하면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진한 주황색의 타자 유니폼을 입는다. (각 지역 별 설명은 작년 글 2021에 써서 올해는 간단하게 넘어가겠습니다~)
한화 이글스(대전) 2021년 10 구단 중 10등을 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절치부심'이 필요한 한 해. 올해는 왓챠에서 한화 이글스 다큐멘터리까지 내보내며- 새롭게 준비한 팀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킹험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새롭게 깨어나는 선수(정은원)도 나타났다. 2년 동안 고심한 이글스는 올해 날아오를 것인가? 대전사람들만큼 전국의 모든 야구팬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잔류를 선택한 FA 포수 최재훈(과거 베어스 선수...)이 어떻게 활약할지도 기대된다.
- 홈 : 킹험 20 (선수들 등 번호를 야구장에서 찾아보세요~ 킹험의 등번호는 20번입니다.)
- 어웨이: 정은원 43
기아 타이거즈(광주)는 막강하다. 언제나 '해태' 타이거즈 때부터 막강했다. 그런 팀이 올해는 괴물이 될 기세다. FA로 NC의 간판타자였던 나성범을 데려오고, MLB에 있던 양현종까지 데려왔다. 야구는 미신이라는 게 생각보다 통한다. 지는 사람이 야구를 보면 진다거나, 선수들이 늘 하는 행동 중에 하나를 빼면 진다거나- 그걸 다하면 이긴다거나 하는. 말은 안 되지만, 이게 생각보다 맞아서 되도록이면 이걸 지켜보려고 한다. 호랑이 해에 호랑이가 이겨야 하지 않겠냐는 팬의 심정으로 이 팀은 올해 단단히 준비했다. 게다가 원래의 자리고 지키고 있는 34세이브 정해영 투수, 올해부터 주장이 된 프랜차이즈 스타 2루수 김선빈 호랑이들에겐 기대해 볼만한 한 해다.
- 홈 : 정해영 63
- 어웨이: 김선빈 3
롯데 자이언츠(부산)는 팬이 열광적이기로 유명하다. 롯데의 손아섭을 NC에 뺏긴 건 - 강민호 다음으로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지 않을까... 최동원이라는 전설적인 안경 투수를 떠올리게 하는 투수 박세웅, 마무리 김원중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든든하게 FA 화력을 보여주는 전준우는 롯데 팬의 30년의 우승 갈증을 달래줄까? 8888577이라는 비밀번호도 이제 옛날이 되어간다. 롯데의 야구는 응원할 때 가장 재미있다. 롯데 친구와 함께 구경 간 사직 노래방은 문화 충격이었다. 손승락을 눈물로 보내고, 송승준의 등 번호(21)를 이어받은 박세웅- 그들의 길을 따라 멋진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 홈 : 박세웅 21 (32>21로 변경)
- 어웨이: 전준우 8
마산/창원의 야구 혼을 가져간 NC 다이노스. 마산은 옛날부터 극성팬들이 많아 전설이 많았다. 이제는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 완전 '신상' 같은 팀이 되어버렸다. 신생 구단이지만 2020년 창단 첫 우승을 만들어낸 괴력을 보여주었다. 우승 포수 양의지가 이끌어낸 우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NC는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FA를 하면서 올해도 박건우, 손아섭이라는 막강한 타자를 데려갔다. 둘 다 각 팀 공격에 핵심을 이루던 타자로 올해 보강한 화력만 박건우 100억, 손아섭 64억- 모 기업이 게임회사라 데이터 분석팀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외국인 투수 루친스키도 잘 데려왔고, FA 양의지도 공격적으로 잘 데려와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도 두려운 팀이다.
- 홈 : 루친스키 40
- 어웨이: 양의지 25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가 된 2번째 해. MLB에서 한국으로 온 추신수가 있고- 올해는 김광현이 들어와 이름만으로 겁이 나는 라인업이다. 신세계 정용진 구단주님의 야구 사랑이 대단하다. (이마트에 랜더스 캐릭터 있는 거 보고 꽤나 부러웠다- 그리고 돈으로도 보여준다. 김광현 151억, 비 FA 다년 계약 331억) 내실 있게 원래 있던 주요한 멤버-투수 문승원, 박종훈-를 단단하게 붙잡아 두었다. 한 해를 보지 않는 긴 안목의 투자라 해가 갈수록 더 기대가 되는 팀이 될 예정이다. 두산만 만나면 펄펄 나는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 - 이름 바꾸고 맹활약하며 올해부터 주장이 된 한유섬까지- 우주에서 날아온 '랜더스' 인천의 야구 역사는 이어진다.
- 홈 : 폰트 63
- 어웨이: 한유섬 35
키움 히어로즈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3번째 '서울' 연고 팀이다. 국내 유일의 돔 구장- 고척 돔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꽤 높은 성적을 내지만 창단 2008년 이후로 결정적인 우승이 없다. 히어로즈가 되기 전에 모태가 된 팀은 있지만, 빚과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했다. 이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팀 명(히어로즈)을 포기하지 않고 메인 스폰서가 바뀌는 팀이 되었다. 요키시는 거친 느낌이 드는 강한 투수지만, 의외로 순정파다. 이정후는 이제 스스로가 전설이 되어간다. 빠르고, 성실하며, 뛰어나고, 멋있다. 아버지(이종범)의 전설을 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바람의 아들의 아들, 그래서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히어로즈의 우승을 해내서 자신만의 전설을 만들어가길 기다려본다.
- 홈 : 요키시 43
- 어웨이: 이정후 51
LG 트윈스 우리 옆집. 서울 잠실구장을 나눠서 두 팀이 쓰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는 잠실구장의 악연으로 묘하게 더 불꽃 튀기는 면이 있다. 강렬한 유광잠바, 여러 가지 유니폼 에디션. 팬 질 하기 좋은 팀이 아닐 수 없다. LG 가는 오랜 야구팬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회장님 우승주를 마실 수 있을까? 작년 플레이오프 때, 회장님 영정을 올려놓고 관계자들이 경기를 봤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뭉클했다. 추천 경기는 어린이날 더비- 날 따뜻하고 어린이들 행사도 많아 어른들도 좋아한다. 케이시 켈리- 야생마가 떠오르는 강렬한 성적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창기는 떠오르는 LG의 희망- 팬들이 터지길 오랫동안 기다렸던 코인이었다. FA였지만 LG에 남게 된 김현수까지 튼실하다. 올해도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 홈 : 켈리 3
- 어웨이: 홍창기 51
삼성 라이온즈는 (내 고향 분지) 대구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이다. 우리 집이 야구를 좋아했다면 난 분명 삼성 팬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삼성도 구단주 사랑을 받는 구단이다. 구장도 새로 짓고, 시설도 신경 쓴다. 이 씨 분들이 종종 구장에 나타났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부터 이승엽과 양준혁(양신)의 이야기, 신문에 대문짝 하게 50 홈런을 보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홈런을 40-50개 정도 쳐야 신문에 나오나 보다 했다) 그래서 날렵한 구자욱은 삼성의 타자로는 어쩐지 어색했다. 타자에 양준혁이라면 투수는 끝판대장 오승환이었다. 그래도 백정현은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성장해 드디어 작년에 터졌다! 올해는 대기만성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서울 잠실의 또 다른 입주민. 두산 베어스다. 한국시리즈 7 연속 진출(7년째 2위권에 들어갔다)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한 명의 슈퍼스타보다, 강한 팀을 지향하는 면이 있다. 대형 FA나 프랜차이즈 스타를 오랫동안 못 가져오는 면은 있지만... 역사적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메인 스폰서- 구단주는 팀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건 다른 의미로 굉장한 애정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화수분 야구를 지향해서 어딘가 빠져도 누군가 새롭게 잘 자라난다. 올해는 구공즈(정수빈, 허경민, 박건우) 라인에서 한 명(박건우)이 빠졌지만- 또 새롭게 그 자리를 메꿀 신인이 나타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이 팀이 지켜낸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거포 김재환, 2021년 KBO 리그 전체 MVP를 받은 (갓 킹 갓) 미란다는 투수와 타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은 이가 빠지면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이 팀은 이상하게 새 이가 난다. 평범한 동네 옆집 사람들 같은 얼굴인데 자꾸 보면 잘 생겨 보인다.
KT 위즈, 작년 1등이다. 수원구장이 홈이다. (감정이 들어있는 단문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신인 타자 강백호와 리드미컬한 투구폼을 가진 데스파이네. 이 모든 팀을 하나로 묶은 이강철 감독이 만들어낸 마법사들의 마법이었다. 마법사 테마를 사용한 응원도구가 귀엽다. 유니폼도 멋있기도 하지. 작년엔 막판에 져서 분하기도 했지만, 다친 선배들을 기다리는 마지막 우승 세리머니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KT는 올해 키움 히어로즈의 심장이었던 4번 타자 박병호를 FA로 데려왔다. 과연 또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된다.
"야구장 올해는 한 번 가보세요!"라고 쓰질 못해서 이렇게 주저리 길게도 썼다. 작년엔 야구판에 여러 가지 풍파가 많았다. 가십거리가 너무 부각돼서- 안타깝다. 분명 지탄받아야 할 일들은 크게 혼나고 제대로 반성해서 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지 묵묵히 성실하게 운동하고,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후배들에게 드러나지 않게 꾸준히 후원하는- 좋은 선수들이 묻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야알못탈출] 2022 어떤 팀을 응원해야 하나요? - 작년 순위와 팀에 대한 코멘트
https://brunch.co.kr/@kimibmoon/104
[야알못탈출] 2021 어떤 팀을 응원할까(1) - 팀을 고르는 방법들
https://brunch.co.kr/@kimibmoon/78
[야알못탈출] 2021 어떤 팀을 응원할까?(2) - 느낌이 좋은 팀이 무엇일까?
https://brunch.co.kr/@kimibmoon/79
[야알못 탈출-028] 2020 어떤 팀을 응원해야 하나요? - 간략하게 지역 소개
https://brunch.co.kr/@kimibmoon/64